◀앵커▶
수해 현장에서 순직한 해병대원, 고 채수근 상병 사고에서 보이듯, 각종 재난 현장에 많은 군 장병이 투입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안전 관리 법규나 지침은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군인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법안이 지난 20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무관심 속에 폐기됐습니다.
배현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2022년 힌남노가 덮친 포항 수해 현장에 해병대원이 대거 투입됐습니다.
소방차도 출동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상륙장갑차를 몰고 나가 물에 빠진 시민을 구조하고, 상가나 집에 들어찬 물과 진흙을 빼내는 고된 작업을 도맡았습니다.
◀이재호 포항 오천 태풍 피해 상인▶
"해병대원들이 없었으면 저희 아마 정말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해병대원들이 많이 투입돼서 집집마다 다 도움을 안 받은 집이 없고"
또 울진 산불 때는 장비 하나만 챙겨 들고 험난한 산에 들어가 진화 작업을 벌였습니다.
재난뿐만 아니라 영농철 노동력이 부족한 농촌에서 들녘을 빨간색으로 뒤덮으며 일손을 보탰습니다.
◀구유성 포항시 남구 연일읍(2020년 5월)▶
"인력을 구해야 하는데 요즘 일할 사람도 많이 부족하고 농촌에는 그렇기 때문에 저희한테 해병대가 나오는 게 큰 도움이 된다 생각합니다"
위험한 재난 현장에 매번 지원되는 군인들.
위험한 만큼 더 강화된 안전 지침이 필요하지만, 이들을 보호할 안전 법규는 없습니다.
경찰과 소방은 안전 관련 법과 매뉴얼이 마련돼 있지만, 군인 안전법은 없는 실정이고, 2019년에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도 넘지 못했습니다.
국회에 발의됐던 '군인안전관리기본법'은 재난 상황에서 군인 안전사고 예방에 필요한 조치를 하는 등 부대별 특징에 맞춰 안전 관리 지침을 마련하고 주기적으로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발의된 법안은 20대 국회에서 무관심 속에 결국 임기 만료로 2020년 폐기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재난이 다변화될수록 군인에게 요구되는 재난 지원 역할이 커질 것이라며, 안전 강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오윤경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군에서 받는 훈련들만으로는 사실 재난 상황에서 수색이라던가 구조 구급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라고들 얘기해 왔거든요. (군에서) 전문적인 지식과 훈련, 그리고 안전장치 같은 것들을 같이 좀 강화할 수 있는 그런 방안들이 마련돼야 하지 않을까."
지난 2011년부터 10년간 군대에서는 안전사고 사망자만 296명, 이 가운데 40명이 익사로 숨졌습니다.
열악한 안전 상황을 바꾸기 위해 안전 지침 마련과 법 제정 등 군인에 대한 안전 강화가 시급합니다.
MBC 뉴스 배현정입니다. (영상취재 조현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