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2023년 6월 대구 도심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서 경찰과 대구시가 유례 없이 충돌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경찰은 적법한 신고를 마친 집회의 도로 사용을 불법으로 볼 수 없다고 했고, 대구시는 도로 점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팽팽히 맞섰습니다.
이렇게 의견이 엇갈리자, 대구시는 법제처에 해석을 요청했었는데요.
최근 홍준표 시장은 법제처가 대구시 손을 들어줬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법제처는 대구시 요청을 반려했고 유권해석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김은혜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기자▶
6월 17일,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대구 경찰과 공무원이 서로 공무집행을 방해하지 말라며 충돌했습니다.
경찰은 집회 금지 가처분 신청도 법원이 기각했고 적법하게 신고된 집회 시 도로 사용을 불법으로 볼 수 없다며 집회 관리에 나섰습니다.
대구시는 집회 허가를 받았을 뿐 집회 시위가 제한된 주요 도로인 만큼 도로 점용은 불법이라며 맞섰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6월 19일)▶
"집회 시위에 관한 법률에는 신고만 하면 도로 점용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의제 조항이 없습니다. 신고가 되면 마음대로 자기가 어느 장소라도 교통 차단하고 할 수 있다면 고속도로에서는 왜 못 하나?"
서로 다른 법 해석에 대구시는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홍 시장은 최근 "집회신고가 되더라도 도로점용 허가권이 배제되지 않는다, 경찰서장과 지자체 권한이 병존한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SNS에 글을 올렸습니다.
그러면서 대구 경찰청장 논리는 하급심 판례를 잘못 해석해 내세운 엉터리 논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법제처가 설명자료를 반박했습니다.
대구시의 법령해석 요청이 요건을 갖추지 못해 반려했다고 밝혔습니다.
반려 이유는 2가지입니다.
먼저 소관부서인 경찰청이나 국토부 해석을 받고 불충분할 경우 법제처에 요청해야 하는데 그 절차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대구시가 해석을 요청한 법령을 일괄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겁니다.
도로 점용허가 대상은 집회 시 설치되는 물건, 시설물 등인데 도로점용 허가가 필요한지는 장소, 기간 등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판례가 있습니다.
대구시가 도로 점용허가 대상인 공작물·물건 등의 설치 여부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아 판단이 불가했다는 겁니다.
그뿐만 아니라 주요 도로에서 집회 신고된 모든 경우에 별도로 도로점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는 아니라는 반려 사유를 설명했다고도 밝혔습니다.
그런데도 홍 시장은 도로법에 따라 도로관리청 허가 대상이라고 한 기본 설명을 법제처가 해석해 회신했다고 밝혔습니다.
사상 유례없는 경찰과 공무원 물리적 충돌에 법적 다툼까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당성을 찾으려는 홍 시장이 법제처 해석을 대구시에 유리하도록 부풀렸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MBC 뉴스 김은혜입니다. (영상취재 한보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