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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백혈병' 노동자, 석포제련소가 원인"···첫 산재 인정

◀앵커▶
영풍 석포제련소 하청업체에서 7년 가까이 근무한 노동자의 급성 백혈병이 법원에서 산업재해로 인정됐습니다.

제련소와 백혈병 발병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근로복지공단의 당초 결정을 법원이 뒤집은 겁니다.

석포제련소의 작업환경에 대한 우려와 지적은 여러 차례 있어왔지만, 중대질병에 대한 산재 인정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엄지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2016년까지 6년 9개월을 석포제련소 하청업체에서 일하고, 4년 전 산업재해를 신청한 진현철 씨.

그는 아연을 추출하고 남은 뜨거운 중금속 찌꺼기를 처리하는 작업을 주로 해왔는데, 일을 시작한 지 7년이 채 안 돼 급성 전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겁니다.

◀진현철 전 영풍 사내하청 노동자 (2021.3.10 안동 MBC 보도 당시)▶
"심하게 맡으면 뼈가 녹는다고 이렇게 (작업 안내문에) 붙어 있어요. (공장) 옆에 나무가 다 죽는데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괜찮겠어요? 제일 가까이에서 그 김을 마시는 건데요."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로 보지 않았습니다.

산업안전보건 연구원의 작업환경 평가 결과, 포름알데히드를 비롯한 백혈병 원인물질이 노출 기준치 이하여서, 제련소 업무와 백혈병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기 어렵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산재 불승인 취소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은 원고인 진현철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산재 불승인의 근거가 된 작업환경 측정 결과의 한계를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측정 시기가, 실제 진 씨가 해당 업무를 한 때로부터 수년이 지나 일회성으로 이뤄졌는데, 그 사이 공장 시설이 크게 개선돼 진 씨가 실제 노출됐던 작업 환경과 달랐을 가능성을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유해인자 노출 기준의 맹점도 짚었습니다.

노출 기준은 특정 유해인자가 단독으로 존재하는 경우를 전제로 설정했지만, 제련소처럼 여러 유해인자에 복합적으로 노출되거나 장시간 노출될 경우, 유해성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법원은 봤습니다.

또 유해인자에 대한 반응은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노출 기준 이하라고 해서 직업성 질병과 관련이 없다고 단정할 순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법원은, 진 씨가 근무 중이었던 2014년 당시 석포제련소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특별감독 결과에 주목했습니다.

당시 하청업체에서 1급 발암물질인 카드뮴이 노출 기준을 최고 252%, 황산은 146.5% 초과했고, 배기장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근로감독 도중에 즉시 작업 중지 명령이 내려질 정도였습니다.

재판부는 경험칙과 사회 통념에 따른 법적, 규범적 관점에서 진 씨의 산재가 인정된다고 판결했습니다.

◀임자운 변호사▶
"업무와 질병의 상당인과관계가 산재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질병의 인정 요건인데 상당인과관계를 의학적 관련성으로 좁혀서 볼 것이냐. 그렇지 않다라는 게 대법원 판례의 오랜 판단 취지였거든요. 이번 판례도 그러한 취지에 맞게 판단을 한 걸로 보입니다."

이곳 영풍 석포제련소 노동자들이 발암물질에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지만, 산업재해가 인정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백혈병 진단 이후 6년 만입니다.

기나긴 투병 생활 중에 들려온 기쁜 소식에 며칠 만에 컨디션이 좋아질 정도입니다.

◀진현철 영풍 하청업체 전 직원▶
"당연한 결과인데 그래도 기쁘더라고요. 다 질 줄 알고 있었는데 대기업을 이긴다는 게 그렇지 않습니까. 지쳐있었습니다. 근데 승소했으니까, 마음이 좋아요, 달라지죠. 보는 사람마다 다 말랐다고 했는데 (선고한 지) 3일 지금 몸이 굉장히 좋아진 거예요."

이번 판결을 계기로 그간 수면 아래 있었던 제련소 노동자와 주변 주민들의 건강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김수동 영풍제련소 피해 공대위 공동대표·환경운동연합 대표▶
"진현철 씨 한 분만의 문제가 아니고 50년 동안 그동안 말하지 못했고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많은 노동자의 문제가 있을 거라고 봅니다. 앞으로는 노동자들의 건강 문제를 세상 밖으로 아주 중요한 이정표 역할을 할 것입니다."

근로복지공단이 이번 판결을 받아들일 경우, 불승인 처분이 직권 취소돼 진현철 씨는 산재 승인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돼야 산재를 인정하던 근로복지공단의 종전 입장이 바뀔지는 아직 미지숩니다.

한편, 영풍그룹은 이번 판결과 관련해 아직 파악된 바가 없어 공식 입장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MBC 뉴스 엄지원입니다. (영상취재 차영우)
















엄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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