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들에게 숙제처럼 돌아오는 '건강검진'의 계절이 찾아왔습니다.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버린 건강검진, 그러나 이 소중한 시스템을 그저 귀찮게 여기고 소홀하게 생각하시는 건 아닌지요? 본인이 가지고 있는 기저질환부터 가족력, 또 각각의 수치들이 주는 의미와 추가 검사를 할 경우 어떻게 진행할지까지 경북대학교 가정의학과 고혜진 교수를 통해 알아봅니다.
[윤윤선 MC]
연말이 다가오면서 건강검진 받으시는 분들 많이 계실 것 같습니다. 워낙 바쁘다 보니까 또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제 연말 다가오니까 숙제처럼 빨리 해치우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 것 같은데 교수님께서는 건강 증진 센터장으로 계시잖아요. 올 시즌 한창 바쁠 것 같은데 분위기 어떻습니까?
[가정의학과 고혜진 교수님]
진짜로 근데 연초는 조용하고요. 연말에 환자분들이 예약을 못 잡아서 막 전화 주시고 밀리는데 이게 이상한 풍토가 아니고 전국적으로 나타난 현상으로 국민건강검진을 예로 들면 4분기에 40%가 몰려 있다고 해요. 연초에 1분기 때는 15%밖에 안 받으신다고 하시는데 사실 검진은 연상시에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제 미루고 미루다 올해 내로 내가 해야 하는데 이런 마음으로 하시는 것 같아요. 숙제처럼. 검진은 언제든지 열려 있으니 일 년 중에 편하신 날짜에 하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지금 가장 바쁠 때예요.
[이동훈 MC]
그걸 알면서도 저희도 정작 매년 건강검진 연말 되면 아주 불이 나게 그냥 신청하고 예약을 하고는 했는데요. 사실 건강검진 이것도 혹시나 내가 건강검진 받아서 몰랐던 큰 병이 어딘가에 숨어 있는 건 아닐까 싶어서 걱정돼서 안 받으시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가정의학과 고혜진 교수님]
네 맞습니다. 왠지 뭐 있을까 봐 불안해서 못하겠다는 분도 계시는데, 저 같으면 ‘매도 빨리 맞는 게 낫다’를 여기에 적용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은데요. 빨리 찾아서 뭐든 빨리 뭐 없으면 제일 좋겠지만 질병이 없으면 개운한 마음으로 집에 가실 수 있고 혹시나 병이 있더라도 미리미리 검진하시면 빨리 찾아서 빨리 치료할 수 있으니까 이게 더 이득이다. 이걸 항상 염두에 두시고 이 건강검진의 목적은 조기 발견, 조기 치료가 핵심이기 때문에 빨리 찾으시려면 검진을 하시는 게 빨리 매 맞고 치우는 게 훨씬 유리할 것 같습니다.
[윤윤선 MC]
건강을 대하는 시선은 사람들마다 참 다른 것 같습니다. 소위 건강 염려증이라고 하죠. 조금만 아파도 어떡하지 이렇게 걱정하는 분이 계시는가 하면, 약간 아파도 에이 뭐 이쯤이어도 생활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다 해서 나는 아직 건강하다 이렇게 여기시는 분들도 계신 것 같고요.
[이동훈 MC]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되죠. 건강은 주관적으로 판단해서는 될 게 아니고요.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건강을 증진하는 것이 필요한데 그게 바로 오늘 말씀드리고자 하는 건강검진의 목적일 텐데요. 건강 증진이라고 하면 이 증진이라는 단어 속에는 뭔가 나아지고 좋아지는 어떤 느낌적인 느낌은 있어요. 그런데 이게 과연 의학적으로는 어떻게 해석할지는 직접 여쭤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가정의학과 고혜진 교수님]
네 조금 이론적인 얘기를 다뤄볼까요. 우리 질병이 실제로 없고 증상도 없을 때 질병이 안 생기게 하는 게 1차 예방 그다음에 질병이 이미 있는데 나는 증상이 없어서 진단을 못 받았을 때 빨리 찾고자 하는 게 2차 예방 그리고 질병이 있고 증상도 생겨서 빨리 치료해서 빨리 일상으로 되돌아가게 돕는 게 3차 예방 그리고 4차 예방은 방금 건강 염려증 환자분 얘기하셨는데 이런 건강염려처럼 이렇게 쓸데없는 검사, 과잉 진료 이런 걸 하지 않고자 막고자 하는 노력이 4차 예방이 되겠는데요.
지금 건강검진은 주로 1차 예방 2차 예방을 얘기하고 있죠. 우리 어떤 사람의 질병이 이렇게 사이클을 돌고 있다고 하면 병이 생기기 전에 막는 게 1차 예방, 병이 이미 생겼다면 빨리 찾는 게 2차 예방 이렇게 됩니다. 그래서 지금 건강 증진 의학을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질병이 생기기 전, 혹은 생겼더라도 빨리 증상 징후가 나타나기 전에 찾아서 치료하고자 혹은 예방하고자 하는 게 건강 증진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미 병이 생겨서 이 증상이 있어서 혹은 뭐 이 불편감이 있어서 의사들을 만나고 진료 받는 건 치료의학이기 때문에 지금 다른 약손에서 하는 얘기들은 다 치료의학에 해당하죠. 오늘은 건강 증진 의학에 대해서 얘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건강관리 프로그램은 외견상 증상이 없는 사람 증상이 있으면 진료 받으러 가셔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증상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중요한 유병률이 높고 아니면 중대하고 큰 영향을 미치는 질병은 위험 요인을 빨리 파악해서 이 예방을 하고 초기에 증상이 없거나 생겼더라도 경미한 시기에 발견해서 빨리 치료하고 혹은 예방하는 이 모든 것을 통해서 평생 동안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증진하고자 나온 의학이라고 하겠습니다.
[윤윤선 MC]
설명을 잘해 주셨는데 말씀 주신 것처럼 예방하기 위해서 아니면 조기 발견해서 빠르게 치료하기 위해서 무조건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게 건강검진입니다. 그런데 참 자랑스러운 게 한국만큼 이 시스템이 잘 돼 있는 곳도 없다 하더라고요. 심지어 K-건강검진 시스템 이렇게 이름까지 붙어 있을 정도로 대단하다고 들었습니다. 어떤가요?
[가정의학과 고혜진 교수님]
네 맞습니다. 자랑스러운 우리 건강검진 프로그램인데 실제로 해외에서도 건강검진 받으러 많이 오시죠. 그리고 또 우리 건강검진이 국가에서 이렇게 대대적으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제발 검진하세요’ 하는 나라가 없습니다. 우리나라 이 점에 대해서는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될 것 같고요. 대표적인 예로 위암 같은 경우에 예전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위암으로 제일 많이 죽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위암으로 인해 죽는 비율이 4위, 5위로 떨어질 정도로 아주 우수하게 건강검진 효과를 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어서 자랑스럽게 여기셔도 충분히 좋을 것 같습니다.
(구성 이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