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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천주교 대구대교구는 왜 매일신문을 매각했나?


2022년 3월 중순 매일신문 매각설 돌았지만 천주교 내부서도 몰라

 2022년 3월 중순 갑자기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매일신문을 판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경찰이 관련 정보를 매일신문 사측에 확인을 했지만 이런 사실을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취재기자도 이 소문의 진위를 알고자 천주교 대구대교구 소속 신부들에게 확인해 봤지만 아무도 아는 이가 없었습니다. 신부들은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일축하기도 했습니다. 만약 매각이 사실이라면 팔공 컨트리클럽처럼 대리인을 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종하는 모양새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3월 17일 천주교 대구대교구는 코리아와이드와 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해 매일신문 지분 98.2% 전량을 매각했습니다. 매각 대금은 850억 원 규모이며 홈센터 등 대여섯 개 기업들이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코리아와이드는 대구시 서구에 본점을 둔 부동산 임대업을 주로 하는 지주회사입니다. 이 회사는 코리아와이드진안과 코리아와이드경북, 코리아와이드동대구화물, 코리아와이드대성, 코리아와이드경북고속, 코리아와이드진안고속, 코리아와이드터미널 등 7개 회사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종속 회사들은 대부분 운수업과 관련된 사업을 펴고 있습니다. 2020년 말 기준 연결재무상태표 상 코리아와이드의 자산은 3,389억 원이고 부채는 2,985억 원입니다.


신부들과 신자들은 대부분 환영하는 분위기

 매각 소식을 접한 천주교 대구대교구 신부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매일신문이 2021년 3월,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만평 등을 내보내는 등 극우적인 보도로 대구대교구가 손가락질을 당하는 것에 분노하는 신부들이 많았기에 대부분 반기는 분위기였습니다, 신도들도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매일신문 경영에 손을 떼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특히 2022년 1월 군사정권의 수장인 전두환의 49재를 맞아 극락왕생을 비는 광고를 대대적으로 실어 물의를 빚었습니다. 유일신을 믿는 천주교로서는 이런 종류의 잘못은 용서받기 힘들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매일신문은 천주교 대구대교구에게는 아픈 손가락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1980년 당시 사장인 전달출 신부를 비롯한 사제들이 전두환의 신군부가 자신들의 만행과 쿠데타를 정당화하기 위해 만든 국가보위입법회의에 참여했습니다. 전달출 신부가 신군부를 도운 덕분에 1980년 언론 통폐합 때 대구·경북 유일의 신문으로 살아남아 영향력을 더욱 키웠습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는 1987년 정권의 특혜를 받아 골프장이 들어설 수 없는 팔공산 도립공원에 팔공 컨트리클럽을 설립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일신문 매각을 이끈 결정적인 계기는 ‘희망원 사태’

 2016년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대구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해 왔던 희망원에서 각종 인권 유린과 횡령 등 비리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입소자들이 처음 거주하는 신규 생활관에서 믿기 힘든 인권 침해가 발생했습니다. 1.5평 크기의 징벌방에 십여 명의 생활인들이 갇힌 채 짐승 같은 대우를 받으며 생리 현상도 해결해야만 했습니다. 검찰 수사 결과 생활인 302명이 징벌방에서 평균 11일 동안 불법 감금된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원장 신부 2명과 희망원 직원 5명이 교도소에서 감금 혐의 등으로 징역형을 살았습니다. 감옥에 간 신부 가운데 한 명은 희망원의 부식비를 과다 계상해 국가보조금 5억 8천만 원을 빼돌리고 이 중 1억 7천만여 만원을 대구대교구 내 금융기관인 사목 공제회의 계좌로 보내 횡령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직원들 역시 같은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2016년 국가인권위원회의 희망원 조사 결과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모두 309명이 숨진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는 상당수 사망 사건에 대해 검사 지휘도 받지 않고 병사로 은폐했고 명백한 외인사도 숨겼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희망원은 제2의 형제복지원으로 불렸습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 내 쇄신 목소리 높아져···“매일신문이 교회 자정 능력 훼손”

 희망원의 원장 신부는 천주교 대구대교구에서 영향력이 큰 신부들이 파견돼 왔습니다. 당시 대구대교구에서 서열 5위 안에 드는 원장 신부가 불법 감금 혐의로 징역형을 산 것이 이런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희망원 사태가 터지자 교구 내 신부들은 부끄럽다며 천주교 대구대교구의 쇄신을 요구했습니다. 정은규 몬시뇰(교황의 명예 전속 사제)등 원로신부들은 ‘교구 쇄신을 요청합니다.’라는 편지를 직접 조환길 대주교에게 보내기도 했습니다, 쇄신을 요구하는 사제들의 목소리도 커지며 천주교 대구대교구는 결국 희망원 위탁 운영을 포기했습니다.

 이런 천주교의 고질적인 문제가 오랜 기간 외부에 알려지지 않고 쇄신이 되지 않은 가장 큰 원인은 대구·경북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매일신문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정은규 몬시뇰은 “교구가 이렇게 썩어가고 있는데도 자정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외부의 감시가 필요한 지경에 이르렀어요. 그런데 매일신문이 방패가 되어 그것마저도 쉽지 않았어요.”라고 밝혔습니다. 2018년 3월 정은규 몬시뇰은 교구의 비리를 외부에 알렸다는 이유로 정직까지 당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습니다.

 희망원 내의 인권 유린과 횡령 등의 비리에 대한 제보가 행정 당국과 언론에 여러 차례 전해졌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대구·경북 언론 가운데 희망원 사태가 터지기 전에 관련 내용을 보도한 곳은 거의 없었습니다. 50만 명의 신자를 가진 천주교 대구대교구는 대구·경북에서 무소불위라고 불릴 만큼 큰 힘을 가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소유한 기관들을 보면 이런 말이 빈말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는 대구가톨릭대학교를 비롯한 92개의 교육기관과 매일신문, 가톨릭신문, 평화방송 등 12곳의 언론·출판사는 물론 대구가톨릭대학교 병원, 대구정신병원 등 9개의 의료기관, 대구요양원과 대구가톨릭요양원과 같은 129개 사회사업 기관 등 모두 248개의 기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관련 기관에 종사하는 사람만 수만 명에 이릅니다. 특히 매일신문은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세속과 만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창구였습니다. 매일신문이 연초에 개최하는 신년교례회에는 정치인이면 참석해야 하는 필수 코스였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등도 신년교례회의 단골 멤버였습니다.


교황청 개입설은 사실 무근···조환길 대주교의 결단?

 천주교 대구대교구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신자들과 신부들은 매일신문의 이런 행보에 대해 교황청이 조환길 대주교에게 간접적으로 압력을 넣었고 이를 견디지 못한 조 대주교가 매일신문을 판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021년 6월 11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유흥식 주교를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으로 지명했는데 한국 사정을 잘 아는 유 주교가 장관이 된 게 이런 추론의 근거로 거론됐습니다. 기자는 천주교 언론과 교황청과 인맥이 있는 신부들과 접촉해 ‘교황청 개입설’을 알아봤습니다.

 취재 결과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교황청은 교구의 일에 대해 관여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 특히 교황청 사정을 잘 아는 신부들은 매일신문 매각과 관련해 교황청의 개입 여부를 확인해 봤지만 어떤 움직임이나 정황도 없었다고 했습니다. 결국 매일신문의 매각은 조환길 대주교의 결단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입니다. 매일신문 사장까지 역임한 조환길 대주교는 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요?

 조환길 대주교는 3월 19일 교구 홈페이지를 통해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교회는 언론사의 운영을 통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을 지키려고 힘써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나라는 경제 발전과 함께 민주화의 성과를 이루었으며 지방 언론도 과거에 비해 많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이에 더 이상 천주교회에서 일반 언론사를 운영해야 할 필요성도 줄어들었습니다. 이제 일반 언론의 일은 시민사회로 환원하고 교회는 하느님 나라 건설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에 매일신문의 매각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매일신문 매각 이유에 대한 조 대주교의 설명입니다.


“이문희 대주교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조환길 대주교”

 천주교 대구대교구의 한 원로사제는 “지금의 매일신문은 1년 전 선종한 이문희 대주교의 유산입니다. 1972년 보좌주교로 임명된 이래 50년 가까이 주교 생활을 한 이문희 대주교는 대구대교구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인물입니다. 이문희 대주교 선종 1주기인 3월 14일 조 대주교는 추모미사를 주례하고 3일 뒤 매일신문을 팔았어요. 이거는 이문희 대주교의 그늘에서 벗어나 조환길의 대구대교구를 본격적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봅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매일신문을 팔아야 한다는 천주교 대구대교구 내 신부들의 여론이 높은 것도 또 다른 이유로 꼽혔습니다. 더욱이 더 이상 매일신문의 부채 때문에 고민할 필요도 없는 데다 850억 원 큰돈도 생기는 현실적인 이유도 한 요인으로 분석됐습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1950년 매일신문을 인수했으니까 72년 만에 매일신문은 교구의 품에서 벗어났습니다. 교구 소속 신부들과 신자들은 물론 대구·경북 시민사회단체들도 대부분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동안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매일신문의 경영에 손을 떼라고 주장해 왔었으니까 어찌 보면 너무도 당연한 반응입니다. 전 천주교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사무국장인 임성무 씨는 “앞으로 교회가 진짜로 변하는지 지켜볼 겁니다. 그러려면 대구대교구가 소유하고 있는 팔공 컨트리클럽도 매각해야 되지 않을까요?”라고 뼈 있는 말을 건넸습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의 환골탈태를 기대해 봅니다.

심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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