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이 지난 6월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정작 피해자들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보도를 얼마 전 해드렸습니다.
피해자를 돕기 위한 법인데, 왜 피해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지 취재해 보니 법망을 벗어난 사각지대가 너무 많고 지원 대책도 비현실적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보도에 심병철 기자입니다.
◀기자▶
9월 15일 대구시 북구 침산동 집단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집에서는 세입자가 바뀌지 않도록 하는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이 실행됐습니다.
집의 소유권을 가진 부동산신탁회사가 세입자들에게 집을 비워달라며 제기한 명도소송과 관련해서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입니다.
17가구가 지난 8월 전세 사기 피해자 등으로 지정됐지만, 6개월 뒤 명도소송 결과 법원이 신탁회사의 손을 들어주면 집에서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세입자에게 임차인 자격이 없는 신탁 전세 사기는 경매와 공매 유예 대상이 아닙니다.
◀정태운 대구 북구 집단 전세 사기 피해자 대표▶
"과연 특별법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가 이거에 대한 실망감도 많이 커 있는 상태고 다른 주민들 피해자분들은 이제 진짜 그만하고 떠나야 하나 어디로 갈까 이렇게 얘기를 많이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별법은 피해자가 집을 사면 대출을 지원하는 내용도 담고 있지만 1억 원 남짓한 전세보증금이 전 재산이나 마찬가지인 피해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입니다.
부부 합산 소득이 7천만 원이 넘으면 저금리 대출도 안 됩니다.
새로 전세를 얻어 나가면 2억 4천만 원까지 저리로 빌려주겠다는 것도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정태운 대구 북구 집단 전세 사기 피해자 대표▶
"전세 사기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다시 전세를 간다는 게 저희는 트라우마에 쌓여 있기 때문에 다시는 그 계약서에 사인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
이렇다 보니 북구의 전세사기 피해 17가구 중 정부가 약속한 금융 지원을 받은 곳은 한 곳도 없습니다.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지난 6월 전세 사기 피해자 특별법 시행 이후 두 달간 정부가 약속한 저금리의 디딤돌대출을 받은 피해자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전국적으로 전세 사기 피해자 등으로 지정된 3,500여 명 가운데 약 15% 정도가 신탁 사기로 추정됩니다.
정부는 전세 사기 피해자 특별법을 오는 12월 개정·보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자신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된다면서 눈물로 호소하고 있습니다.
MBC 뉴스 심병철입니다. (영상취재 윤종희, CG 김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