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구·경북이 해마다 하위권을 면치 못하는 성평등 지표가 있습니다.
바로 가사 분담 비율인데요.
최근 통계에서도 대구와 경북지역의 부부가 공평하게 가사를 분담하는 비율이 17개 시도 가운데 뒤에서 1, 2위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엄지원 기자가 분석했습니다.
◀기자▶
칼질 소리가 부엌을 울립니다.
능숙한 솜씨로 저녁 식탁을 차리는 건 두 아이 아빠 김효재 씨입니다.
김 씨는 2024년 초부터 육아휴직에 들어가 식사 준비와 청소, 빨래, 아이들 케어까지 모든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막내 나이 만 8살 직전에 육아휴직 막차를 타고 전업주부를 자처한 건 그간 아내와 아이들에 대한 마음의 빚이 컸기 때문입니다.
◀김효재▶
"굉장히 바빴어요. 집에 애들을 같이 놀아준다거나 이런 부분들이 굉장히 적었고, 교류가 좀 적었고. 지금은 거꾸로 아빠가 더 좋다고 하는 입장이라 요리도 아빠가 더 잘한다. 밥도 더 맛있다 이렇게···"
수개월의 주부 생활로 인해 알게 된 건 그림자 같은 가사 노동의 고단함입니다.
자연스레 아내를 더 이해하게 됐습니다.
◀김효재▶
"와이프에 대한 입장을 많이 알게 됐어요. '해도 티가 안 난다'든지 '완벽하게 집안일을 할 수는 없는 거구나',''이건 혼자만 해서는 안 되는 거다. 같이 공동으로 같이 서로 맞춰가면서 해야 하는 부분이다'라는 그런 부분을 깨닫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집안일에 적극적인 남편은 경북에선 여전히 드뭅니다. 열 가정 가운데 한두 가정의 이야기입니다.
동북지방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경북지역 부부 중 아내가 남편보다 가사를 더 많이 분담하는 가정은 80.8%.
공평하게 하고 있다는 응답은 15.3%.
10년 전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경북은 17개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대구에 이어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10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가부장적인 가족 문화로부터 전승돼 온 성역할에 대한 고정 관념, 사회문화적 요인을 첫 번째로 꼽습니다.
여성 스스로가, 일하는 여성조차도 '집안일은 여성의 몫'이라는 잠재적 의식이 뿌리 깊다는 겁니다.
◀김수연 연구원 경북여성정책개발원▶
"23년도 일과 가정생활 우선도 조사를 보면 (경북은) '일을 우선시한다'라는 응답 비율은 남성은 전국보다 높고, 여성은 전국보다 낮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엄마라는 역할과 아내라는 역할이 고정관념 속에서 집에 가서 더욱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게 (많은 워킹맘의 생각)···"
경북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과 정규직 비율이 낮은 점도 눈에 띕니다.
여성을 위한 양적, 질적 일자리 수가 적어 비자발적 전업주부의 길을 걷게 되고, 이로 인해 가사 분담의 무게가 아내 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공고히 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김수연 연구원 경북여성정책개발원▶
"고용 안정성을 나타내는 상용직(정규직) 비율 같은 경우에도 전국 평균보다 낮은 편이고, 또 경북 여성의 임금은 남성의 61.7% 수준으로 전국보다 3.5%나 낮아서 성별 임금 격차 또한 높다. (결국) 가사 활동을 남성보다 여성이 더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고···"
만년 하위권에 머무는 경북의 성평등 지수의 요인 분석에 대한 것보다 다각도적 접근과 이에 따른 개선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MBC 뉴스 엄지원입니다. (영상취재 최재훈, 그래픽 도민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