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가 2022년 3월 9일에 실시됐습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대통령 선거는 민주주의 정치의 꽃이며 축제가 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현실은 보수와 진보, 호남과 영남의 정치적, 지리적 갈등의 지속이었습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어땠을까요? 대구 지역 시민들이 전라도로 가서 두 지역의 시민들이 함께 대통령 선거 개표를 지켜보면서 대한민국 정치적 민주주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로드 다큐멘터리를 준비했습니다.
전남 장성군 축령산 자락 '마음을 씻는 곳, 세심원' 영남과 호남,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속 깊은 이야기
김다희 국악인(호남 시민)
제가 어디서 살짝 들은 얘기인데 한국에서 가장 불행한 직업이 대통령이라고 해요.
왜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은 다 이렇게 끝이 안 좋냐? 이런 것처럼 나중에 후에도 우리 마음속에 좋은 분이야 이렇게 남을 좀 훌륭한 분이 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인 바람으로.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호남 시민)
저는 개인적으로 평소에 대통령제 자체에 대해서 반대하는 사람입니다. 책에서 쓸 때는 내각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인데요.
의원내각제 정부의 성립과 존립이 국회의 신임을 필수조건으로 하는 정부 형태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호남 시민)|
복잡하게 말할 것 없이 이유는 대통령제가 정치를 그냥 TV 리얼리티 쇼 같은 거로 만들어 버려요. 그래서 나쁜 의미에서 정치인들을 다 연예인으로 만들게 됩니다.
그리고 유권자들은 정치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말로는 우리를 잘살게 해 주고 어쩌고 저쩌고 이런 식으로 얘기하지만 다 거짓말이라고 저는 생각하고요. 그냥 대중들이 연예인에게 열광하듯이 또는 그 연예인을 싫어하듯이 거의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정치를 대합니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지금 같은 경우에 민주당이 내거는 정당 정책이 뭔지 또는 국민의힘이 내 거는 그런 정책이 뭔지, 또 지금까지 주장해왔던 것들을, 해온 일들이 무언지에 대한 관심은 사실은 없지 않아요? 저는 없다고 봅니다, 한국의 유권자들이. 그러니까 정치에 입문한 지 몇 달 안 되는 사람이 대선 후보가 되는 일도 생기는 거거든요? 그런데 저는 이 상황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선진적인 정치 문화에서는. 저는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대통령제가 참 언제까지 이렇게 갈지는 모르겠지만 참 이건 문제는 문제라는 생각을 이번에 더 많이 하게 되었어요.
이승렬 영남대학교 영문과 이승렬 교수(영남 시민)|
대통령제의 폐해에 대해서 말씀을 하셨는데 동감합니다. 그런데 그거는 대통령제 자체의 어떤 폐해, 그런 부분도 있을 수 있겠지만 역시 말씀하신 대로 어떤 역사적인 국민들의 합의에 따라서 이루어진 제도이기 때문에 쉽게 대통령제를, 그렇게까지는 말씀 안 하셨지만, 없애야 한다든지,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건 지금 단계에서는 우리가 좀 더 깊은 논의를 해봐야 이제 이야기를 할 수 있는데, 제가 이야기한 그 깊은 논의라고 하는 것은 한국 정치의 폐해라는 게 결국은 양당제의 폐해에서 나오는 측면이 굉장히 강하다. 당장 이재명 후보만 하더라도 사실은 저는 상당히 많은 기대를 걸게 했던 후보였어요. 그 이유가 뭐냐 하면, 지금까지 한국 사회를 이끌어왔던 이른바 정치적 지도자들이 내세운 게 대개 경제 성장이라는 것이죠.
그런데 이재명 후보의 면면을, 그 주장의 면면을 놓고 보면 단순히 경제 성장이 아니라 평등이랄지, 어떤 사회적 관계랄지 이런 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몇 가지 정책적인 제안을 했었는데, 문제는 이게 양당제이다 보니까 그런 어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을 때 그것이 오히려 표를 깎아먹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계산을 안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제가 후보라 하더라도. 그러다 보니까 이른바 중도층으로의 표 확장을 위해서 자기가 야심 차게 내놓았던, 또는 깊이 있게 연구했던 그런 아이디어를 숨기게 된다는 것이죠. 뒤로 숨기고 오히려 아주 편하게 '성장이 안 되기 때문에 뭐 남녀 간의 갈등도 있다'든지 '모든 걸 결국은 성장으로 해결하겠다'.
집 공급만 하더라도 대폭적인 공급을 통해서 시장 질서에 맡기겠다고 하는 건 사실은 상당히 속 편한, 저는 그런 거야말로 포퓰리즘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내가 이재명이라면 그런 아이디어를 막판에 내놓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이런 생각이 든다는 것이죠.
그래서 분명한 것은 대통령제 자체의 어떤 폐해라는 측면도 있겠습니다마는 그 이면에 있는 양강제의 폐해. 그러니까 말하자면 다당제로 가고 다당제가 일정한 연합을 통해서, 그러니까 국민들이 원하는, 그 공약을 원하는 비율이 있을 거 아닙니까? 그만큼의 의석이 국회에서 만들어지게 되면 뭐 대통령제가 됐던 뭐 내각제가 되었든 간에 연합을 안 할 수가 없을 거란 말이에요? 그 부분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 시민적인 관심, 이런 게 굉장히 필요하다, 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윤창준 PD|
그 부분이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면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제가 정리를 다시 좀 하자면은 전남 장성에 와서 거의 뭐 100분 토론 같은 분위기를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남녀 간의 어떤 갈등의 부분들을 어떤 측면에서 이용한 부분들도 있고, 또 2030의 여성의 목소리가 실종되었다는 부분들도 있어요, 사실상. 그래서 저는 다희 씨에게 한번 물어보고 싶어요. 좀 어떻게 보셨나요?
김다희 국악인(호남 시민)
꼭 폐지를 해야 되나요? 아니, 여성가족부가 왜? 꼭 필요한 거 아닌가? 폐지하면 뭘 또 만들겠다는 거예요? 아니 뭐만 하면 페미니스트라고 그러고. 뭐 안 하면 ‘생각이 없나’ 이러고, 아니 그거 폐지하면 어디다 쓸려고? 아니 다 뒤로 꿍치려고? 그 돈 놔뒀다가 또 도로에 아스팔트 까는 거예요? 이해가 안 된다 이거죠.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호남 시민)|
저는 더 근본적으로, 그러니까 그 여성과 남성 사이의 대립구도를, 그렇게 심각한 줄 몰랐을 텐데 선거 과정에서 자꾸 그 얘기를 하니까, 저는 실감은 안 가는데요, 이거 정말로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지금 이게 심각한 문제인가 라는 걸 되묻게 돼요. 그러니까 이게 선거의 역기능인 거죠. 사이좋게 얼마든지 잘 살고 있는 사람들한테 “야 너네들 사이 나쁜 줄 알지? 몰라? 모르면 이상한 거야.” 계속 지금 이렇게 우리가 몰려가는 거잖아요?
언제부터 한국 사회가 여성하고 남성이 그렇게 어떤 흔히 하는 말로 젠더 상의 대립이 그렇게 심각했다고. 물론 어떤 사회나 어떤 성별에 따른 어떤 이해관계의 어떤 대립이 있을 수 있겠죠. 있을 수 있겠지만, 그렇게까지 그것 때문에 이쪽으로 뭉치고 저쪽으로 뭉치고 해야 될 일인가? 저는 이런 선거라고 한다면 참 자주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되죠.
이번에 보면서 참 사악하다는 생각. 선거를 어떤 좋은 의미에서 스포츠처럼 말이죠? 어떤 선의의 경쟁의 장으로, 그래서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들을 건강한 의미에서 새롭게 좀 돌아보고 개선하고 하는 그런 계기가 되도록 하지 않고, 기를 쓰고 그냥 아무런 이유도 없고 동시에 대안도 없는 어떤 적대적인 대립을 부추기는 것이, 저는 이번처럼 그렇게 극단적으로 이렇게 가는 경우는 못 본 것 같아서 그 점이 대단히 염려스럽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