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지원센터 2024년 전액 예산 삭감·폐쇄···그리고 두 달
두 달간 굳게 닫혔던 대구 외국인 근로자 지원센터의 불이 다시 켜졌습니다.
2023년 12월 31일, 센터가 문을 닫자, 이곳을 이용하던 외국인 근로자들은 자신에게 닥치는 생활 속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힘시커 외국인 근로자▶
"도움을 요청할 다른 데는 별로 모르니까 별로 안 했습니다. 필요할 때는 여기에서 원래 상담하는 선생님들에게 개인적으로 메시지나 전화로 물어보고 그렇게 했습니다.
상담사들은 그동안 급여도 없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노윤아 대구 외국인 근로자 지원센터 상담사▶
"인도네시아 근로자들이 제 전화번호를 개인적으로 알고 있었어요. 어떻게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는지 물어봤고, 출입국 관련 문제들도 있었습니다. 페이스북하고 그리고 SNS로 외국인 근로자들이 저한테 연락 많이 왔고 도움을 많이 부탁했었어요."
이곳 센터는 2023년 12월 31일 폐쇄됐습니다.
앞선 9월, 고용노동부가 전국 9개 거점 외국인 노동자 지원센터의 예산을 모두 삭감한 겁니다.
◀김덕환 대구 외국인 노동자 지원센터장 (2023년 9월)▶
"예산이 삭감되었다 하는 걸 언론을 통해서 미리 알게 되었고요. (2023년 9월 7일) 회의 석상에 가서 아무런 회의 자료도 없이 일방적으로 예산이 삭감되었다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대구를 비롯해 정부 지원만으로 운영되던 9개 센터는 급하게 문을 닫았습니다.
센터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도움을 받던 외국인 근로자들은 사랑방 역할을 하던 센터가 사라지면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봄과 함께 다시 찾아온 외국인 '노동자→근로자' 지원센터
외국인 근로자의 지역 정착에 도움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국회는 2023년 12월 '외국인 체류 지정을 위한 자치단체 보조사업' 예산 18억 원을 신규 편성했고 고용노동부가 이 예산을 바탕으로 지난 1월 9일 '2024년도 외국인 근로자 지역 정착 지원사업' 공모 계획을 냈습니다.
지자체 22곳이 지원해 대구, 부산, 인천 등 9곳이 선정됐습니다.
그렇게 대구 외국인 노동자 지원센터는 대구 외국인 '근로자' 지원센터로 이름을 바꿔 3월 7일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역할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전처럼 임금 체납 등 고충을 상담하고 한국어 교육 등을 통해 한국 생활 적응에 도움을 줍니다.
◀김덕환 대구 외국인 근로자 지원센터장▶
"사업은 종전대로 목표를 가지고 시행하려고 합니다. 교육 사업은 당분간 교육생을 모집하는 데는 한 달 정도 시간이 걸리지만 우리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고요. 각종 고충 사항 등을 상담을 통해서 해결할 계획이고요. 그동안 중단되었던 무료 진료나 무료 이·미용 사업도 기존에 도움을 주던 한의사협회 등과 협의를 해서 차질 없이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외국인들은 다시 의지할 곳을 찾게 됐다며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힘시커 외국인 근로자▶
"기분도 좋고 일상생활에서 힘들어하는 친구들도 다시 수업이나 다른 법률이나 법무부 계획 등 이런 것도 다시 듣게 되고, 막 이렇게 기분이 좋습니다. 앞으로도 예전처럼 상담받고 한국어 교육에 많이 참여하고 싶습니다."
문은 열었지만···예산·인력은 '싹둑'
두 달 만에 다시 문을 열었지만 예산은 지난해 5억 6천만 원에서 4억 원으로 약 70%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5억 6천만 원을 지원했었는데, 이번 사업은 고용노동부가 2억, 대구시가 2억 원을 지원합니다.
고용노동부가 지원하는 국비의 지원 기간은 최대 3년.
대구시는 "정부 지원이 끊기더라도 자체 재원으로 센터를 계속 운영할 예정"이라며 "사업을 진행하면서 고용노동부와 이후 진행 방향에 대해 협의를 잘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예산 감소로 운영 인력은 12명에서 6명으로 반 토막 났습니다.
고용허가제로 '비전문 취업비자'를 발급받아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는 대구에만 지난해 6,798명으로 2022년 대비 22.9% 늘었습니다.
현장에서는 줄어든 인력으로 늘어나는 외국인 근로자를 지원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고용부 지방고용노동관서와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외국인 근로자 지원 서비스를 하고 있다"면서 "이번 공모는 지자체가 주도해 지역 특성에 맞게 외국인 근로자가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고용노동부가 초기 지원을 돕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