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들 사랑방' 외국인 노동자 지원센터, 문 닫을 위기
외국인 노동자 지원센터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서로 교류하고 어려움을 나누는 사랑방 역할을 합니다.
임금 체불 등 노무 상담은 물론 한국어, 컴퓨터 교육과 지역 단체들의 의료 봉사까지 이어집니다.
실생활을 돕고 갓 들어온 외국인 정착에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평일에는 일하고, 주말에 시간이 나는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일요일에도 문을 엽니다.
전국의 9개 거점 외국인 노동자 지원센터는 인건비, 운영비, 사업비 등을 지원받아 상담, 교육, 쉼터, 문화행사 등을 민간 비영리단체 또는 법인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의 2023년 국고보조사업 연장평가 보고서에서는 해당 사업을 긍정 평가하고 있습니다.
"정책적으로 상당한 중요성이 인정됨, 성과지표도 우수하게 나타나고 있음, 방대한 규모의 잠재적 수혜자를 대상으로 수행됨"
사업의 효과성도 우수하고, 필요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외국인 노동자 지원센터 이용자 만족도가 높은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재정지원 규모도 실질적인 운영에 최소한으로 필요한 수준으로 편성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2024년도 지원 예산은 단 한 푼도 편성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사업방식을 바꾸겠다고 했습니다.
지원센터가 해오던 상담이나 교육 등 지원 업무를 지방고용노동관서와 산업인력공단에서 맡기로 했습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 "외국인 고용 허가 업무를 저희 지방노동청에서 담당을 실제 하고 있기 때문에 그쪽에서 상담도 하고 그 필요한 부분은 행정까지 원스톱으로 하겠다는 방향이 있는 거고요."
"지원센터 없어진다는 말 지금 처음 들어요"
하지만, 현장에서는 걱정의 목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또 다른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고용허가제 관련 업무만 상담하기 때문에 일상적인 영역에서의 고충 상담까지 다 하기에는 인력이 모자라는 편"이라며 난색을 보였습니다.
지역 한국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취재진과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대구 외국인 노동자 지원센터가 없어진다는 말은 저도 처음 들어서…"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업무를 담당해야 할 지역에서는 사전 조율이나 준비가 돼 있지 않았습니다.
사전 협의나 조율 없는 일방적 조치가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외국인 노동자들, 기관 찾아 전전할 처지
지금도 외국인 노동자 관련 업무가 여러 기관에 나누어져 있는데, 지원센터 일마저 분산하면 외국인 지원은 더욱 어려워질 거란 지적을 받습니다.
신혜영 대구 외국인 노동자 지원센터 운영교육팀장 "출입국 문제랑 급여 문제를 같이 해결해야 하는데 고용허가제는 고용허가제 관련된 문제만 해결을 해주고 '출입국은 출입국 가세요.' 하고 돌려보내요. 그렇지만 센터는 와서 이 문제 저 문제 다 동시에 해결을 해주고…"
외국인 노동자 지원센터에서는 노무 상담을 하러 온 노동자가 '온 김에' 그동안 있었던 심리 상담과 건강 검진 등을 하고 한국어 교육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고용부는 다국어 상담원을 지방고용관서별로 신규 배치하고 주말 전화상담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은 막막함과 불안을 호소합니다.
딜무로드 우즈베키스탄 "우리는 여기 없으면 공부도, 아플 때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어요. 힘들어요. 우리는."
일단 줄이고 보자는 정부의 긴축 재정으로 외국인 노동자 지원 센터 예산마저 대폭 줄어들면서 지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