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태풍 '카눈'이 할퀴고 간 자리에는 큰 상처가 남았습니다.
대구 군위에서는 제방이 무너져 마을이 물에 잠기면서 주민 1명이 숨지고 17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순식간에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은 망연자실해 하고 있습니다.
변예주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흙탕물이 마을을 순식간에 집어삼켰습니다.
쓰레기 더미와 컨테이너가 물에 떠밀려 와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농경지는 물바다로 변해 흔적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마을 옆 제방이 무너진 건 어제 오전 11시에서 낮 12시 사이로 추정됩니다.
◀백성현/피해 주민▶
"한 1~20분 사이인데 와 보니까 벌써 20분 사이에 그만 물이 다 잠겨버린 상황(입니다.)"
◀송은복/피해 주민▶
"여름에 깨 농사지어가지고 다 이렇게 저장해 놨던 것 다 떠내려가고 없어."
애지중지 키운 염소들은 비를 피하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축사와 소들은 물에 잠겼습니다.
집주인은 겨우 몸만 빠져나왔습니다.
주민들은 마을이 생긴 이래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김광윤/피해 주민▶
"이때 물이 찰랑찰랑거려서 우리 겁이 나서 내뺐어.. 물이 많아도 이렇게 넘어가지를 않았는데 이번에 집중적으로 와서.."
미처 대피하지 못한 60대 남성은 거센 물길에 휩쓸려 1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그제부터 어제까지 군위에는 175밀리미터의 물 폭탄이 쏟아졌습니다.
군위군 효령면, 부계면, 팔공산에 각각 200밀리미터 안팎의 집중호우가 내렸습니다.
군위군은 이 세 곳에서 내린 비가 남천으로 한꺼번에 유입됐고, 이때문에 제방이 무너져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물난리에 집과 논밭 등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주민들은 이곳 병수리 복지회관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습니다."
◀이정임/피해 주민▶
"여기서 자야지요. 여기서 잠자겠어요? 그냥 앉아 이야기하다가 (밤) 새다가. 내일 아침에 또 한 번 가봐야지. 집이 어떻게 됐는지"
대구 군위군은 11일 무너진 제방 응급 복구 작업을 다시 시작하고 제방이 무너진 원인을 정밀 조사할 예정입니다.
MBC뉴스 변예주입니다.
(영상취재 김종준, 화면제공 정유창, 이기성, 익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