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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지방 의료원은 구인난, 환자들은 응급실 뺑뺑이···의사 수만 늘면 해결될까?

지방 의료원은 구인난···환자들은 응급실 뺑뺑이
지방이든 수도권이든 수련병원마다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같은 필수 의료 분야는 매년 전공의가 무더기로 미달합니다.

지역 공공의료원과 보건소에선 수억 원 연봉을 내걸고 아파트와 별장까지 제공한다고 해도 의사를 못 구해 발을 동동 구릅니다.

그래서 몇 년째 의사가 한 명도 없는 진료과가 있는 곳도 있습니다.

환자들은 받아줄 병원을 찾아 '응급실 뺑뺑이'를 돌고 큰 병에 걸리면 수도권 상급 종합병원으로 원정 진료를 떠나는 게 일상이 됐습니다.

오래된 지방 의료 현실.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의사 수 늘리기'는 빼놓고 이야기하긴 어려운 게 분명합니다.

그런데 '숫자'만 늘린다고 해결될까요?

병원을 떠나는 의사들 집단행동에 반대하지만, 지금 정부의 의료 개혁에도 동의할 수 없는 지역 의료인과 시민들이 긴급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이들은 지금 정부가 제시한 방법으로는 수도권 쏠림도, 필수 의료 공백도 해결할 수 없다고 진단합니다.

의사 수 증원보다 더 중요한 '어떤 방식으로 늘리느냐'에 대한 이야기가 이번 의료 개혁에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시장 실패'로 생긴 문제···문제는 숫자가 아니라 방식"
김동은 계명대 동산병원 교수 "얼마나 많은 수를 늘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어떤 방식으로 늘리느냐가 중요합니다. 사실 지역 의료 붕괴, 필수 의료 붕괴 모두 우리 의료를 시장에 맡겨서 생긴··· 시장 실패로 인해서 생긴 것이거든요? 건강권이라는 게 국가가 책임지고 보장해야 하는 것이고, 저기 청송이나 영양에 사는 주민도 똑같이 누려야 되는 기본권인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국가가 책임지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이렇게 2천 명 인원만 증가한다고 해서 그런 필수 의료와 지역 의료가 더 좋아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시장의 방식으로 2천 명을 늘리면, 지금도 11만 명 의사 중에 3만 명 이상이 피부 미용에 종사하고 있는데 그러한 현상이 더 심해질 것 같습니다."

정형준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 "지금 지역이나 아니면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가 결손되는 건 한국 의료가 공공성이 없어서입니다. 민간 의료기관들이 수익성이 없으면 공급하지 않으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2천 명 증원해도 전부 민간 의료기관에서 수련받고 나와서 또다시 피부미용 하게 되거나 아니면 비필수적인 치료하게 되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지역에 있는 의과대학을 졸업했더라도 전부 수도권으로 올라가서 수련할 수가 있습니다. 이런 부분들의 문제를 하나도 지금 해결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냥 이런 정부의 지금 방침대로 증원했을 때는 실제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심각한 문제가 더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들은 숫자만 늘려놓고 또 시장에 맡길 게 아니라, 현재 공백이 생긴 부분을 메울 수 있는 의사를 키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지역에서 일정 기간 반드시 일하는 의사, 필수 의료 과목에서 의무적으로 진료할 의사를 배출하는 제도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김동은 계명대 동산병원 교수 "지역에서 일할 수 있는 의사를 국가 예산이나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교육하고 수련해서 나중에 의사가 된 이후에는 그 지역에서 10년, 15년 정도 봉사할 수 있는 그런 의무를 지는 '지역 의사제'를 도입한다든지 아니면 공공의대를 세종시 같은 곳에 한 군데 세워서 매년 한 300명~500명 정도 되는 공공 의사가 배출된다면 그분들이 전국에 있는 공공 의료원이나 국립중앙의료원 또는 보건 공무원이 돼서 공직에서 정말 열심히 일할 수 있다고 생각이 되고. 그랬을 때 지금 공백이 있는 지역의와 필수 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중증 진료에 수가를 올려주는 식의 민간 대형 병원 중심 지원도 문제라고 했습니다.

정형준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 "정부의 개혁 과제는 대형 병원 중심 과제입니다. 대형 병원에 중증 진료를 하게 되면 중증 가산을 준다든지 아니면 '공공정책 수가'라고 말은 붙이지만 공공의료 기관에만 주는 게 아니라 주로 대형 병원에 또 가산을 해주는 방식이고요. 지금도 정부가 전공의 파업으로 인해서 생긴 의료 결손을 메워주겠다고 매달 건강보험에서 1,882억 원 이상을 쓰겠다고 했는데 그 내용을 다 들여다보면 전공의가 빠진 부분으로 인해서 대형 병원이 겪고 있는 매출 결손을 메워주는 방식의 가산 수가예요. 그렇다면 실제로 국민들이 그 대형 병원 안 간 대신에 경증 환자들을 지금 지역사회에 있는 1차 의료기관이나 아니면 준종합병원에 가셨을 거 아니에요? 이게 사실상 이중 지출이고요."

가장 큰 피해를 겪고 있는 환자에 대한 지원은 없다는 겁니다.

전공의 사태로 수술이나 진료가 연기되면서 2차 병원으로, 혹은 지역의 1차 병원으로 밀려나 진료를 보는 시민들에게 본인부담금을 낮춰주는 식의 지원이 전공의 이탈로 진료 공백이 커진 상황에서 수도권 상급 종합병원 쏠림을 해소하는 데 더 효과적일 거라고도 했습니다.

1차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이 전무한 점도 지적됐습니다.

환자가 중증도에 따라 동네 의원과 병원에서 종합병원으로, 그다음 상급종합병원으로 분산돼 진료받는 의료 전달체계를 구축하려면 다른 방식의 공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정형준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 "1차 의료기관을 강화하기 위한 계획은 지금 필수 의료 패키지에 하나도 없습니다. 주치의제도라든지 환자 등록제라든지 유럽 국가에서 다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런 부분들이 필요하고요."

동네 공공 클리닉을 만들고 제2 대구의료원 같은 공공병원을 늘리는 등 1차 의료기관부터 상급종합병원까지, 믿을만한 지역의 공공의료 기관을 확충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런 공적 제도들을 빼놓은 채 의사 수만 늘려서는 의료 개혁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무엇보다 지금 의료 개혁 논의에서 빠져 있는 환자와 시민사회가 발언권을 가지고 논의의 장에 들어와야 한다고도 강조했습니다.

김동은 계명대 동산병원 교수 "지금이라도 의사협회와 정부가 강 대 강 대립만 할 것이 아니고 시민사회라든지 환자분들 대표라든지 여러분들이 모여서 지금 이 상황에서 최선의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그런 중의를 모으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손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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