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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가는 유일한 골목길에 박힌 울타리에 "우산도 못 펴요"…'사실상 도로' 갈등 여전

◀앵커▶
30년간 다니던 집 앞 골목길이 갑자기 사람 한 명이 다니는 것도 버거울 정도로 좁아진다면 어떨까요?

사유지이지만 오랫동안 도로로 이용해온 땅을 '사실상 도로'라고 하는데, 땅 주인이 울타리를 치거나 건물을 지으면서 통행이 어려운 맹지가 돼버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재산권과 도로 통행 기본권이 맞서면서 사실상 도로와 관련한 이런 갈등이 전국에서 반복되고 있는데요.

사유지라는 이유로 지자체가 개입하기가 어려운 데다, 정확한 현황도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변예주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대구 남구의 한 주택가.

길 끝에 있는 집으로 가는 진입로에 검은색 울타리가 쳐졌습니다.

30년간 오가던 길이었지만 이제는 우산을 펴고 지나가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단 하나뿐인 진입로 폭은 65cm 남짓.

이 울타리가 만들어지면서 길은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다닐 정도로 좁아졌습니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은 일상적인 출입을 하는데도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골목 안쪽 집 주민▶
"저 안에 자전거로 이렇게 무거운 걸 좀 시장을 봐온다든지 필요한 걸 자전거 이걸로 내가 오늘 이렇게 하는데(움직이는데) 자전거 통행이 불가능하니까···"

최근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인 할머니는 걷는 것도 힘들어 퇴원을 해도 걱정입니다.

◀골목 안쪽 집 주민 딸▶
"(어머니가) 휠체어를 타고 병원을 계속 꾸준히 다니셔야 되는데 휠체어를 이용조차 할 수가 없어서 저희가 병원을 어떻게 모시고 다녀야 할지 그것도 걱정이에요."

수십 년 도로로 이용한 곳은 사유지로, 지난(2023년) 6월 울타리가 설치됐습니다.

땅 주인은 그동안 진입로로 쓸 수 있게 배려했지만 사생활 보호와 재산권 행사를 위해 울타리를 설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땅 주인(음성변조)▶
"통행할 수 있는 어떤 범위 정도를 남겨 놓고 저희가 이제 활용하기 위해서 저희는 이제 그걸 배려를 해준 거거든요."

이렇게 사유지이지만 오랜 기간 도로로 써 온 곳을 '사실상 도로'라 부릅니다.

국토연구원의 연구 결과, 전체 도로 면적 대비 '사실상 도로'는 대구에만 약 71만 제곱미터, 전국 7대 특별·광역시 전체의 27%로 가장 많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실상 도로' 관련 민원은 2019년과 2020년 대구에서만 145건 접수돼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습니다.

문제는 사유지이다 보니 지자체에서도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겁니다.

◀대구 남구청 관계자(음성변조)▶
"소유자 쪽에는 설명도 한번 드리고 말씀은 드렸는데 저희가 강제하고 이렇게 할 수 있는 권한 자체는 없는 그런 상황…."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지자체의 매입 같은 조치가 필요하지만 당장은 정확한 현황 파악이 우선이라고 조언합니다. 

◀김승훈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
"사실상 도로가 전국에 얼마나 있는지 그런 현황들을 먼저 파악을 해야 됩니다. 그다음에 이제 어떤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지 이제 제도 개선이라든가 그런 여러 가지 정책 제안들을 정책 개발들을 좀 해나가야 될 것 같아요."

재산권이냐 도로 통행 기본권이냐, 땅 주인과 이용 주민 간 갈등이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반복되고 있습니다. 

MBC 뉴스 변예주입니다. (영상취재 김경완, 그래픽 김현주)

변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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