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신체 기능이 떨어지고 퇴행성 변화를 겪으면서 여러 질환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그중 건강한 노년 최대의 적은 치매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고령화 사회의 그늘’로 불리는 치매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떤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지, 신경과 전문의 권오대 교수와 알아봅니다.
[윤윤선 MC]
보통 치매라고 하면 기억이 잘 안 난다든지, 집에 가는 방법도 잊어버린다든지 하는 여러 가지 증상들을 떠올리는데요. 구체적으로 치매 증상이라고 한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권오대 신경과 교수]
치매의 대표적인 증상은 기억력 장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혈관성 치매의 경우 판단력이 떨어지고 또 이상 행동을 보이는 증상이 조기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뇌의 모양과 그 기능을 보면 거기에 대해서 더 잘 알 수 있는데요.
해마라는 기억 신경은 측두엽 속에 숨어 있습니다. 그래서 알츠하이머병이 발생하면 이 측두엽 신경이 빨리 사라지면서 기억력이 급속도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죠. 반면에 혈관성 치매나 전두측두엽 치매에서는 전두엽이라는 판단력의 가장 중요한 신경이 소멸하면서 판단이 떨어지고, 이상 행동, 예를 들어 화를 낸다든지, 의심한다든지, 밤에 자꾸 집을 나간다든지 하는 증상이 생기게 돼서 가족들을 힘들게 할 수 있고요.
두정엽에 이상이 생기면 계산이 잘 안되는 현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뇌 제일 뒷부분이 후두엽인데, 이 후두엽은 ‘보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후두엽도 알츠하이머병 때 같이 손상이 생길 수 있는데요. 그렇게 되면 ‘보고 판단하는’ 기능이 뚝 떨어집니다. 예를 들어 리모컨을 보고 리모컨인지, 휴대전화인지 잘 구별하지 못 하는 그런 현상까지 생기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가 흔한 치매의 증상을 보면 대표적으로 기억력 장애가 생길 수 있고, 기억력은 말씀드렸던 것처럼 언어 기억 장애 또는 시공간 기억 장애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언어 기억은 어떤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를 다시 회상하지 못 하는 증상이고, 시공간 기억은 차를 몰고 자주 가던 곳인데 다시 몰고 가라 하면 내비게이션 없이 못 가는 그런 것을 말합니다. 이 두 가지 모두 기억력 장애에 속해 있고요.
그다음에 주의집중력 장애는 전화번호를 보통 한두 번 불러주면 기억하지 않습니까? 그런 것이 잘 안되는 것이죠. 그래서 한 자리, 두 자리 정도밖에 기억 못 하는 것이 주의집중력 장애라고 볼 수 있고요.
언어는 사람끼리 소통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인데, 이 대화가 중간중간 끊기게 되는 거죠. 그래서 물건 이름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거 있잖아” “걔가 있잖아” 이렇게 대명사를 자꾸 사용해야 하는 그런 것을 언어장애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시공간 장애는 말씀드린 것처럼 운전에 이상이 있다거나 또 어떤 물건을 만드는 과정이 잘 안되는 것을 볼 수 있고요. 판단력 장애는 요즘 어르신들도 주식을 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 주식을 잘하던 분이 어느 날 망하는 회사만 계속 투자하는 거죠.
[이동훈 MC]
그게 치매 증상인가요?
[권오대 신경과 교수]
물론 실수로 그렇게 할 수도 있지만, 잘하던 분이 갑자기 그런 쪽으로 계속해서 하게 되면 우리가 조금 의심을 해봐야 하는 상황이 되고요.
계산력하고도 좀 관계가 있는데 시장에서 평생 사업을 하고 장사를 하시던 분이 거스름돈을 잘 못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1만 원짜리를 받고 5천 원짜리를 거슬러 줘야 하는데 1만 원짜리를 받고 5만 원짜리를 거슬러 준다든지 이런 일이 반복되면 우리가 치매 증상으로 의심을 해봐야 하는 것이고요.
그리고 전두엽 기능이 중요하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그만큼 전두엽이 손상되면 생기는 증상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불안, 우울감, 망상, 초조 , 공격성, 환각, 헛것을 보는 것이죠. 그다음에 무감동, 좋은 것을 봐도 좋지 않고 슬픈 것을 봐도 슬프지 않는 상황이 생기고, 식욕이 떨어지는 상황이 생기고요. 그다음에 불면증으로 밤만 되면 일어나서 장롱을 열었다가 닫았다가 하면서 옷을 계속 정리한다든지, 밤새 또 거실을 왔다 갔다 한다든지, 이런 증상들이 전두엽 이상이 있으면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치매 어르신들은 본인 집에 계실 때는 증상이 잘 안 나타나다가 자녀들 집에서 하루나 이틀 묵게 될 때, 밤에 화장실을 못 찾고 헤맨다든지, 화장실에 가긴 갔는데 다시 돌아올 때 본인이 자던 방을 못 찾는다든지 하는 증상이 더 잘 생기는 것이죠. 왜?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이고요.
그리고 냄비를 태운다거나 그런 증상도 생겨서 시골에 혼자 계시는 치매 어르신들 집에 불이 나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미리미리 예방하는 차원에서 가스레인지 타이머를 달아주는 것이 아주 중요한 사회적 이슈입니다.
(구성 차승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