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집이나 흔히 있는 상비약품, 두통약은 기본 중의 기본으로 꼽히는데요. 머리가 자주 아픈 분들은 두통약을 들고 다니기도 하죠. 하지만, 이렇게 익숙한 질환이 일상에 지장을 줄 만큼 증상이 심하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가야 합니다. 특히 편두통과 약물과용 두통은 흔한 일차성 두통으로 병원 방문이 필요한데요. 익숙하지만, 잘 모르는 두통에 대해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신경과 이형 교수와 들여다봅니다.
[이동훈 MC]
편두통이 심하신 분들 보면 뭐 조퇴하기도 하고, 직장에서도 그렇고 학교에서도 그런 경우들을 볼 수 있는데요. 실제로 찾는 환자들 같은 경우에는 어떤 증상들을 많이 호소하시게 되나요?
[이형 신경과 전문의]
편두통에서 가장 흔한 증상들은 역시 머리 아픈, 두통이 가장 힘들고 두통으로 인한 일상생활의 삶의 질이 완전히 무너지니까 그로 인한 정서적인 우울감 불안감, 식욕 부진, 정신과 상담. 그러니까 두통이라는 요소로부터 해서 전반적인 신체와 어떤 정신이 쇠약해서 힘들게 오는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편두통과 삶의 질에 대해 잠시 말씀을 드리면 편두통은 일상생활에 장애를 초래하는 뇌 질환입니다. 편두통은 그저 신경이 예민해서 어쩌다 오는 것이 아니고 머리 안의 문제인데 단지 이게 영상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뿐인 거지 뇌 질환으로 인정을 해야 합니다.
국제 세계보건기구에 의하면 전 연령의 여성에서 장애 유발 2등입니다. 단, 이 나이 15~49세에는 1등입니다. 한 번 생각해 보세요. 15~49세가 어떤 나이입니까? 가장 사회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육아 활동도 하고 애들도 많이 봐줘야 하고 가정에서 엄마로서, 주부로서 사회활동이 왕성하죠. 이 시기에 장애를 초래한다는 거죠. 장애라는 거는 그저 한두 시간 잠시 아프고 지나가는 게 아니고 하던 일을 못 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편두통 환자들이 가지는 참 힘든 건 이렇습니다. 나는 이렇게 아픈데 시어머니가 몰라주는 건 당연한데 함께 사는 남편조차 내 마음을 모른다. 서운하잖아요. 서운함 뒤에는 뭐가 옵니까? 분노가 오죠. 그리고 학원에 아이들 태워줘야 하고 참 할 일이 많은데 늘 누워있는 내 모습을 보면 자괴감이 들죠. 자괴감 뒤에 우울감이 듭니다. ‘나는 왜 이럴까?’ 이런 느낌이 많이 들죠. 편두통 환자들은 소리에 예민하니까 아이들이 조금만 떠들어도 신경질적이죠. 아이들이 엄마 눈치 봅니다.
역으로 편두통 좋아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이들입니다. 이제 우리 엄마 맛있는 음식도 해줄 수 있고, 내가 학원에 태워줄 수도 해주고 즉 두통이라는 게 개인에 국한된 게 아니에요. 가족에 또 직장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경우가 65%예요. 그래서 개인, 가족, 직장, 사회에 부정적 영향이 매우 심각한, 그러니까 장애라는 단어를 쓰는 겁니다. 그저 불편이 아니고 장애라는 것은 팔다리 마비 장애가 아니고 일상생활에 장애를 주는, 장애라는 단어와 뇌 질환이라는 단어와 만성이라는 단어가 편두통의 어떤 사회적으로 이런 인식을 못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 환자 중에서 제 방에서 엉엉 우는 사람 많습니다. 남편도 몰라주고 아무도 몰라주는데 오로지 선생님만이 알아주냐 해서 한 번 울고 나면 두통 좋아집니다. 그만큼 들어주는 것, 들어주는 게 참 중요합니다. 들어주는 것만 해도 50%는 낫습니다.
그래서 이런 환자들이 상당히 많고 그렇게 되는 큰 이유가 저는 이런 사회적 편견이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여기 보시면 ‘성격이 예민해서 그래’라고 되어 있잖아요. 마치 은근히 편두통을 무슨 개인의 성격 탓으로 몰아가는 거예요. ‘애가 좀 그래’, ‘나도 아픈데 뭘 이렇게 요즘 젊은 애들은 말이야', '멘탈이 약해, 참아야지’, ‘그것도 못 참아?’ ‘뭘 다 아파’ 그거 아닙니다. 그래서 편두통 진단의 핵심은 이 MRI, CT고 뭐 이런 거 다 소용없습니다. 고통 받고 있는 환자에 대해서 의사가 얼마나 공감하느냐 능력의 문제가 있습니다. 제 환자 중에서 머리 사진을 다섯 번 찍었는데 다 정상이에요. 나는 이렇게 아픈데 아무도 몰라줍니다. 그 말을 안 합니다.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기 싫어서 입을 다물죠. 나중에 자기 마음의 상처만 쌓입니다.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바깥에 보이는 병만이 병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편두통은 단기간에 완치되는 병은 아니지만, 의사와 환자의 소통을 통해서 충분히 조절되는 병이고 두통 진단 과정이라는 거는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하는 소통 예술입니다. 아주 말이 좋죠? 소통 예술인데 이 소통이라는 것은 의사와 환자 간에 충분한 공감을 가지고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고 또 환자의 질문을 잘 정리해서 이런 편두통에 맞는 질문을 유도하고 이런 관계 형성 가운데서 환자는 들어준 것만 해도 의사가 너무 고맙거든요. 이런 과정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많이 불편합니다. 힘듭니다. 그래서 이 편두통이 상당히 어려운 병입니다.
(구성 진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