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대구시 2024년 예산안, IMF 이후 25년 만에 첫 감소
2024년도 예산안은 세수 부족으로 전국적으로 축소하는 곳이 많습니다. 대구시도 예산이 2023년보다 줄었습니다. 대구시는 2024년도 예산안을 2023년보다 1.34%, 1,443억 원이 감소한 10조 5,865억 원으로 편성했습니다.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전년보다 예산이 줄어든 건 25년 만의 일입니다.
지방세가 2,940억 원 감소하고, 내국세 감소로 인한 지방교부세가 181억 원 줄었습니다. 이런 2024년도 예산안은 대구시 의회가 심의에 들어가서 12월 12일쯤 확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구시가 2024년 예산안을 짤 때 원칙은 홍준표 대구시장이 2024년 예산안 의회 제출에 따른 시정연설을 할 때 잘 드러났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 "미래 50년 사업과 복지예산은 손대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 외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빚을 내서는 살림 살지 마라, 그 원칙을 올해도 굳건히 지킬 겁니다."
이와 함께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시민의 소중한 세금이 단 한 푼이라도 헛되이 쓰이지 않고, 꼭 필요한 곳에 효율적으로 집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는데, 실제 꼭 필요한 곳에 예산이 줄지는 않았는지 시민이 감시해야 합니다.
2024년도 복지 예산 2023년보다 증가···공공보건의료 예산은 52억여 원 줄어
홍준표 대구시장의 시정연설을 들어보면, 빚을 내지도 않지만 복지예산에 손대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서민의 삶과 가장 맞닿은 복지예산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복지예산은 주로 보건복지국에서 쓰는데요, 예산은 2023년보다 3,474억여 원이 늘어났습니다. 총액으로 보자면 2조 9,868억여 원입니다. 증가율은 13.2%P입니다.
이 가운데 복지 예산은 2023년보다도 3,527억여 원이 늘어났지만, 공공보건의료 예산은 52억여 원이 줄었습니다. 감염병 예방 및 관리 정책 예산을 2023년 443억여 원에서 91억 원 삭감했습니다. 코로나 19로 2022년에 752억여 원까지 늘었던 관련 예산이 국고보조금 지원이 큰 폭으로 줄면서 점점 코로나 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구의료원 지원 예산도 40억 원가량 줄었습니다. 대구시는 대구의료원이 운영하는 일부 사업 예산을 늘리면서도 공익적 비용 결손 보전 출연금을 20억 원 줄이는 등 큰 사업비에 손을 댔습니다.
군위군 대구 편입으로 2024년도 산림 관련 예산은 증가세
환경 분야 예산은 군위군을 대구시에 편입하면서 산림 면적이 늘어나 변화가 생겼습니다. 2024년 대구시 환경수자원국 예산을 과별로 살펴보면 기후환경정책과는 2023년 701억 원에서 540억 원으로 줄고, 공원조성과는 942억 원에서 293억 원으로, 수질개선과도 171억 원에서 150억 원으로 감소했습니다. 반면 자원순환과는 660억 원에서 880억 원으로, 산림녹지과는 340억 원에서 510억 원으로 늘었습니다.
기후변화 대응(6억 1,942만 원↓), 대기환경 보호(76억 1,433만 원↓), 대기환경 개선(86억 7,187만 원↓), 환경 협력 강화(5억 6,400만 원↓) 등입니다. 특히 민간 단체를 통해 이뤄지던 환경 관련 사업이 전체적으로 줄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공원조성과는 장기 미집행 공원 조성 비용이 514억 원 감소했는데, 대구시 설명에 따르면 보상 등 큰 지출이 끝나 사업비가 줄어든 영향입니다. 반면 산림녹지과 예산 증가 배경에는 군위군 편입에 따라 대구시 산림 면적이 기존의 2배로 늘어나면서 산불과 녹지, 산사태와 관련해 국비와 함께 써야 할, 이른바 매칭 사업이 늘어난 탓으로 보입니다. 대구시 환경수자원국도 관계자는 "국비 지원이 줄어든 영향이 크고, 대기질 개선 사업과 관련해서는 환경부에서 관심이 줄어든 영향도 있다"면서 "예산이라는 것은 현안이나 이슈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구시 2024년도 경제 분야 예산, 2023년보다 28%P 줄어
대구시 2024년 경제 분야 예산도 대폭 감소했습니다. 경제국 예산은 2023년 대비 1,207억 원으로 28%P 줄었습니다. 전체 예산 감소에 따른 긴축 기조에 따른 것인데, 경제국에서도 중소기업 지원 사업을 담당하는 경제정책관 부서 예산은 714억 원, 60%P까지 삭감됐습니다. 중소기업 육성 정책이 41%P(53억 원) 줄었고, 중소기업육성 자금지원 정책은 54%P(454억 원) 삭감됐습니다. 하나 남은 '중소기업 육성 자금 융자' 사업은 2024년부터 아예 사라집니다. 2022년 기준으로 이 사업은 550억 원을 예산으로 썼습니다. 대구시는 직접 지원 사업을 줄이는 대신 간접 지원을 늘리는 정책 기조에 따라 이 사업을 없앴다고 설명했습니다. 간접 지원에 해당하는 '대구신용보증재단 기본재산 출연금'은 전년 대비 2배인 예산 200억 원을 배정했습니다.
고용노동정책과는 2023년 본예산 기준으로 649억 원에서 2024년에는 250억 원까지 감소했습니다. 61.5%에 달하는 감소율로 적지 않습니다. 일자리 창출과 직업훈련 등 관련 예산이 줄어듦에 따라 지역 노동 여건과 일자리 상황이 더 나빠질 거라는 걱정이 벌써부터 나옵니다. 대구시는 예산 감소 배경으로 국비 지원 감소를 꼽으면서 향후 증액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2024년 대구시 경제국 고용노동정책과 예산안을 보면, 250억 535만 원으로 2023년 649억 4,950만 원과 비교해 399억 4,415만 원이 줄어 반토막 났습니다. 고용 창출 및 지원을 담당하는 고용정책과가 하는 주요 사업 예산이 대부분 삭감된 결과입니다.
고용 노동정책 운영(4억 1,165만 원↓), 지역 주도형 청년 일자리 직접·보조(298억 6,860만 원↓), 직업능력 개발(11억 9,899만 원↓), 맞춤형 일자리 지원(82억 7,775만 원↓), 지역·산업 맞춤형 자치단체 지원사업(30억 9,125만 원↓), 노사평화의 전당(약 8,344만 원↓) 등입니다.
교육청 예산은 3천억 감소···기금으로 '급한 불 끄기'
2024년 대구교육청 예산은 4조 850억여 원입니다. 2023년 본예산은 4조 3,922억여 원으로, 약 3,000억 원이 줄었습니다. 대구교육청은 교부금과 전입금이 모두 줄어든 상황에서 대구교육청 통합재정 안정화 기금 2,000억 원을 본예산안에 전입해 편성했습니다. 기금으로 급한 불을 끈 셈입니다. 그렇지만 기금 총액에도 한도가 있어서 지속 가능한 방법은 아닙니다.
대구시가 주던 전입금이 216억여 원 줄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영향을 주는 예산인데 학생 교복 지원, 학기 중 급식비 지원, 공공도서관 운영비 등이 줄었습니다.
2024년 교육청 정책사업 항목별 총액 기준 2023년 대비 10%P 이상 삭감된 정책 5개를 꼽아보면, 교수학습 활동 지원(-13.6%), 보건 급식(-10.2%), 학교시설 여건 개선(-15.8%), 교육행정 일반(-31.2%), 예비비(-54.2%) 입니다.
2024년 청년 예산 칼질부터 지구대·파출소 복지까지 '대폭 삭감'
대구시는 예산안을 만들어 시의회에 넘겼는데, 예산안에 대한 문제 제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이미 시민사회단체가 청년 일자리 사업을 두고 적지 않은 예산과 사업이 없어졌다며 원래대로 되돌리라는 주장을 합니다.
대구참여연대와 대구청년유니온은 '2024 대구시 예산안, 청년 정책 예산 분석 리포트'와 함께 보도자료를 내고, "2024년도 대구시 예산안에서 일자리 393억 원, 교육 29억 원, 참여 권리 16억 원 등 청년예산이 전년도 대비 400억 원 감소했다"고 주장했습니다.
18개 사업은 예산안에서 사라져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는데, 정부의 균형발전 특별회계 지원금이 줄어든 탓도 있지만 대구시가 시비를 들여 자체적으로 추진하던 사업도 여럿 칼질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도시재생과 더불어 청년 활동공간 조성 사업 ▲대구 청년 꿈 응원 펀딩 ▲대구 단기 근로 청년 돌봄 사업 ▲청년 인재 유입 정착지원 사업(주민 참여) ▲대학생 국내 인턴 등이 있습니다.
시의회에 따르면, 자치경찰부 소속 공무원과 지구대·파출소 직원에 대해 지급하는 2024년도 맞춤형 복지비 및 건강 검진비 예산도 12억 원 삭감됐습니다. 2023년 예산은 16억 8,625만 원이었지만, 2024년에는 4억 7,500만 원으로 대폭 준 겁니다. 2024년부턴 지구대·파출소 소속 직원 및 경찰서에서 자치 경찰 사무를 수행하는 일반직 공무원 등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이 그만큼 사라진다는 의미입니다. 자치경찰부 소속 직원에 대한 복지 자율항목, 정밀 건강검진 규모도 작지만 축소합니다.
류종우 시의원은 "지난 퀴어 축제에서 대구시와 경찰 간 마찰이 있었는데, 그 갈등이 예산 대폭 삭감 등으로 이어진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며 "예산 사정이 어렵다면 포인트를 다소 축소하더라도 사업 대상을 유지하는 게 맞다. 상임위에서도 이 문제를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지 고민해 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지금 다루는 예산안은 대구시 의회와 논의하면서 조정이 가능합니다. 세부 항목과 관련해서 대구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손을 댑니다. 꼭 필요한 예산은 편성할 것을 요구할 수도 있고, 불필요한 예산을 삭감할 수도 있습니다. 대구시 예산이 전반적으로 줄어든 가운데 필요한 분야에 돈을 쓰기보다 지방채 미발행 같이 빚을 안 내거나 줄이는데 너무 집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습니다. 지금처럼 불경기에는 긴축재정이 아니라 돈을 풀어서 어려운 사람을 돌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② 불법 수의계약···권경숙 대구 중구 의원 ’제명‘
11월 27일, 대구 중구의회가 '불법 수의계약' 의혹이 일었던 권경숙 중구 의원을 제명 결정했습니다. 권경숙 의원은 2019년 1월부터 2022년 9월까지 3년 8개월 동안 자신과 30대 아들이 각각 운영하는 두 업체를 통해 중구청과 총 17건, 1,000여 만 원의 수의계약을 했습니다. 권 의원을 뺀 중구 의원 5명이 표결한 결과 찬성 4표, 반대 1표가 나와 제명 징계가 그대로 통과됐습니다.
비슷한 건으로 윤리위에서 제명 결정이 났다가 본회의에서 30일 출석정지로 경감된 사례가 얼마 전에 있었습니다. 배태숙 의원은 당선 후 유령회사를 설립해 4개월 동안 중구청 및 중구의회 8건, 1,600만 원가량의 수의계약을 체결한 일로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습니다.
김오서 중구의회 의장은 배태숙 의원과 형평성 문제에 대해선 "감사원 감사보고서에서 배 의원과 중구청 계약 간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나오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권 의원은 중구청과의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시민단체는 중구의회 전원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원래 7명으로 출범한 중구의회는 지난 4월 이경숙 전 의원이 주소지 이전 문제로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6명으로 줄었고, 권경숙 의원 제명으로 5명으로 다시 줄었습니다. 대구경실련은 성명을 내고 "중구의회는 3명이 출석하고 2명이 찬성하면 안건을 의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며 "아예 모두 사퇴하고 새로운 중구의회는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와 함께 2024년 상반기 보궐선거에서 선출되는 의원으로 구성하면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제9대 중구의회는 의원들의 각종 비위와 의혹으로 얼룩지면서 존립 이유를 상실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 이 기사는 대구MBC 이태우 기자, 천용길 뉴스민 기자 공동 취재로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