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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 1주년] ② 경북 봉화 춘양 학산리 부부는 왜 숨졌나?

◀앵커▶
감사원은 2023년 산사태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산사태 기초조사를 엉터리로 진행한 산림당국의 직무 유기를 지목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감사원 감사 결과. 산사태 기초조사뿐 아니라 사방사업 역시 엉터리투성이였습니다.

산사태 취약지역에 우선 배정돼야 할 사방사업 예산이, 엉뚱하게도 예산 집행률을 기준으로 배정되면서 공사가 시급한 취약지가 후순위로 밀려났는데, 2023년 부부의 목숨을 앗아간 봉화 춘양 학산마을도 여기에 포함된 걸로 확인됐습니다.

이도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새벽에 발생한 산사태는 50대 부부의 목숨을 순식간에 앗아가 버렸습니다.

살아남은 주민들은 흙물에 라면을 끓여 먹어야 했습니다. 

◀박재성 봉화군 춘양면 학산리 (2023년 7월)▶
"답답하고 말고죠. 죽을 지경이죠. 사는 게 아니죠. 아침에 일하다 보니까 배가 고파서 이 흙물 끓여서 라면 한 개 끓여 먹고."

두 명이 숨지고 주택 20여 채가 완전히 사라져 버린 봉화군 춘양면 학산리 산사태. 

그런데 이 마을의 피해가 비단 기록적인 폭우 때문만이었을까요.

기초 조사와 실태 조사를 거쳐 지정되는 산사태 취약지역.

산림보호법은 산사태 취약지로 선정된 곳에 사방사업을 우선 시행하도록 하고 있지만, 산림청은 예산 집행률이라는 엉뚱한 기준을 가져와 사업비를 배분했습니다.

산사태 위험이 큰 순서가 아니라 전년도에 예산집행을 많이 한 곳부터 사방사업을 우선 밀어준 겁니다. 

그 결과, 충북과 전북, 경남의 사방사업 예산이 가장 많이 늘었는데, 감사원 감사 결과 이 지역들은 공교롭게도 사방사업 대상지 가운데 산사태 취약지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곳들이었습니다. 

즉 산사태 위험이 큰 지역보다는 공사 난도가 낮아 빨리 끝낼 수 있는 지역에 우선 예산을 배정하다 보니, 산사태 취약지가 적을수록 예산 확보가 더 수월한 구조가 만들어진 겁니다.

전국적으로 지난 3년간 지역에서 국비를 요구한 사방댐 물량 1천8백여 곳 가운데, 산사태 취약지는 5백여 곳에 불과했습니다. 

결국, 2023년 산사태가 발생하기 6개월 전까지 사방사업이 끝난 산사태 취약지역은 전국 2만 7천 곳 가운데 약 1/4, 7천 8곳뿐이었던 겁니다.

◀임봉근 감사원 산업 금융 감사국 제2과장▶
"지자체나 지방산림청 등이 취약지역에 대해서 사방 사업을 실시하는지 여부를 산림청 차원에서 제대로 지도, 감독을 했어야 했거든요. 그런데 지도, 감독을 하지 않다 보니까 2022년 말 기준으로 2만여 개소가 사방 사업이 이뤄지지 않아 산사태 위험에 그대로 노출(됐습니다)."

감사원 감사 결과, 2023년 산사태로 부부 2명의 목숨을 앗아간 봉화군 춘양면 학산리 역시 그렇게 사각지대에 방치됐던 산사태 취약지역 중 한 곳이었습니다.

학사리는 산사태 발생 5년 전에 이미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사방사업은 부부가 숨지는 그날까지 끝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2011년, 16명이 숨진 서울 우면산 산사태를 계기로 산림보호법이 크게 개정되면서 국내 사방사업 기준도 대폭 강화됐습니다.

◀장영자 2011년 우면산 산사태 피해자▶
"막 유리창 깨고 나오라고 나오라고 했는데 (돌 지난) 아기가 안 나와서 엄마가 막 두 시간 동안을 울고···"

하지만 정작 산림 당국의 안일한 사업 운영과 사실상 방치된 취약지역 관리로 인해, 안타까운 희생이 반복된 건 아닌지 산림 당국의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필요해 보입니다. 

MBC 뉴스 이도은입니다. (영상취재 임유주, CG 도민진)

이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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