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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 1주년] ① "언제까지 폭우 탓?"···산림청의 구멍 난 산사태 기초조사

◀앵커▶
2023년 7월 예천 등 경북북부를 휩쓸었던 산사태 당시 28명이 숨지거나 실종됐습니다.

산림청 등 행정당국은 그동안 '기록적인 폭우'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감사원은 폭우는 막지 못해도 28명이나 되는 희생까지는 막을 수 있었다는 감사 결과를 내놨습니다.

특히 재난 대비의 첫 단추인 '산사태 기초조사'가 부실했다는 지적입니다. 

이도은 기자입니다.

◀남성현 전 산림청장▶ 
"연평균 강수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고 이상 기후 현상이 계속 심화하고 있습니다."

◀기자▶
26명 사망, 2명 실종.

전례를 찾기 힘든 산사태 인명피해의 원인으로 산림 당국은 역시 전례를 찾기 힘든 기록적 폭우를 꼽았습니다.

정말, 폭우가 28명의 목숨을 앗아간 걸까.

2019년 산림청은 산사태 예방 사업의 첫 단계인 산사태 취약지 기초조사를 산림조합에 맡겼습니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사방댐 같은 사방사업 대상지가 결정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산림청은 정작 산림조합에 어떤 곳을 우선 조사해야 하는지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산림조합은 급한 대로 일본의 토사재해 방지법을 준용해 산지와 50m 거리에 있는 민가 12만 6천여 곳을 일단 추려냈는데, 이 중 11만 6천여 곳, 약 92%가 17개 광역 지자체 중 10곳에 몰려 있다는 이유로 7만 개 가까이 아무런 기준도 없이 임의로 빼버렸습니다. 

경북은 2만 2천 곳이 우선 조사 지역이었지만 1만 5천3백여 곳이 순식간에 조사에서 배제된 겁니다.

◀임봉근 감사원 산업 금융 감사국 제2과장▶
"산림조합 변명은 지역 균형을 맞춘다··· 너무 경북 등 10개 지자체의 기초조사 대상이 선정되니까 좀 지역별로 맞출 필요가 있다, 그런 식으로 변명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조사도 허점투성이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산림조합은 선정 지역이 아닌 엉뚱한 지역을 무려 3천 곳 이상 조사하기도 했는데, 왜 대상지가 아닌 곳을 조사했냐고 묻는 감사원 감사에서, "이동 거리 최소화를 위해 조사 대상지의 인근 지역을 조사했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놨습니다. 

발주 기관인 산림청은 조사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용역 대금 2억여 원을 지급했습니다.

결국 엉터리 조사는 2023년 인명 피해의 단초가 되고 말았습니다.

특정 지자체에 몰려 있다며 조사 대상에서 제외한 6만 9천여 곳 가운데는 2명의 목숨을 앗아간 봉화군 춘양면 서동리도 포함돼 있었던 겁니다.

산지와 서동리 주택 사이의 거리는 불과 30m도 되지 않았습니다.

◀박향순 봉화군 춘양면 서동리(지난 7월)▶
"빗물이 내리치니까 (토사가) 떨어져 나가는 소리가 와자작하면서 이렇게 된 거예요. (안 겪으면) 상상을 못 해요. 너무 무서웠어요."

산림청이, 산지와 가까운 민가를 산사태 발생 기초조사 대상지에 반드시 포함하도록 지시하고, 제대로 감독했다면···.

산림조합이 기계적인 지역 균형을 핑계로 7만 곳 가까운 위험 지역을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았다면···.

적어도 봉화군 서동리 주민 2명의 희생은 막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MBC 뉴스 이도은입니다. (영상 취재 임유주, 그래픽 도민진)

이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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