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수돗물에서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미국 환경보호국의 허용치 이하이긴 하지만 처음으로 검출됐습니다.
대구문화방송과 대구환경운동연합은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수질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7월 21일 대구의 주요 정수장 3곳, 매곡·문산·고산 정수장의 원수와 정수를 떠서 부경대학교 이승준 교수팀에게 분석을 의뢰했습니다.
이 교수팀이 미국 환경보호국의 공인 조사 방법인 총 마이크로시스틴 검출법으로 검사한 결과 정수한 모든 물에서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습니다. 매곡은 리터당 0.281 마이크로그램, 문산 0.268 마이크로그램, 고산 0.226 마이크로그램이 나왔습니다.
원수가 아닌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미국 오하이오 환경보호국의 성인 허용 기준치인 1.6 마이크로그램 이하이지만 아동 허용치를 보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특히, 매곡정수장은 아동 허용치인 0.3 마이크로그램에 근접한 수치입니다.
마이크로시스틴이란? 물과 친한 독성물질···급성은 감기·복통·구토, 만성은 간 염증·간 비대·간암·폐·신경계·생식에 영향 줄 수 있어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은 유해 남조류가 만드는 대표적인 화학물질로 물과 매우 친한 독성물질로 급성의 경우 감기와 복통, 구토를 일으킵니다. 만성의 경우 간 염증과 간 비대, 간암, 폐와 신경계, 생식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시스틴은 섭씨 300도 이상에서 분해되기 때문에 물을 끓여도 없어지지 않습니다.
WHO는 음용수의 경우 3일까지 단기는 1리터에 12마이크로그램까지, 30일 이상 장기는 1마이크로그램까지 허용합니다. 미국 오하이오 환경보호국(EPA)은 음용수 허용치를 아동의 경우 1리터에 0.3마이크로그램까지 성인은 1.6마이크로그램까지 허용합니다.
성인과 아동은 마이크로그램에 대한 반응도가 많이 달라 상대적으로 큰 차이를 두고 있습니다. 아동의 경우는 마이크로시스틴에 취약하기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미국과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브라질, 독일, 프랑스 등의 국가들은 마이크로시스틴을 법정 검사 항목에 포함시켜 모니터링을 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권고 사항입니다.
유해 남조류 많으면 독성물질도 많아져···지속적 모니터링 중요
그런데 마이크로시스틴 측정 검사를 이보다 사흘 전인 7월 18일에 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왜냐하면 7월 18일은 유해 남조류가 검사한 21일보다 2배나 많은 밀리리터당 만 2,755개로 조류경보 경계 단계 수준이었습니다. 그때 측정 검사를 했더라면 미국 오하이오 환경보호국의 아동 허용치를 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승준 부경대학교 교수는 "유해 남조류 수가 많으면 독성물질은 당연히 많을 수밖에 없고요.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해외 선진국들과 비교하면요. 오전과 오후 두 번에 나눠서 하루 2회 검사하는 나라도 있고요."라면서 모니터링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정수장 들어오는 원수 역시 마이크로시스틴 검출
정수장으로 들어오는 원수에 대한 마이크로시스틴 측정 검사도 했습니다. 취재진이 원수를 뜨는 과정에서도 맨눈으로 녹조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역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습니다. 원수 검사 결과 문산은 리터당 1.388 마이크로그램, 매곡 0.405 마이크로그램, 고산 0.438 마이크로그램이 나왔습니다.
공동 검사에 참여했던 대구환경운동연합의 이영준 씨는 "앞으로 데이터가 몇 달 동안 축적이 되면 상수도본부를 포함해서 환경부, 그다음에 환경연구원, 이런 쪽에서도 분석이 들어가리라고 봅니다. (이) 분석법으로는 시민들에게 안전한 수돗물이라고 얘기하기는 좀 곤란하지 않겠나 이렇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같은 날 같은 조건에서 검사한 대구시 수질연구소는 '불검출'
그런데 대구시 수질연구소도 같은 날 같은 조건에서 측정 검사를 했지만 마이크로시스틴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부경대의 분석 결과와 달리 정수와 원수 모두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박희선 대구시 수질연구소 수질연구과장은 "오존과 활성탄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은 거의 100% 제거된다고 보고 있고요. 그래서 고도정수처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안심하고 드셔도 될 것 같습니다."라며 수돗물 안전을 자신했습니다.
부경대학교는 마이크로시스틴 전체 양 검사···대구시는 마이크로시스틴 4종류 유무만 검사
그러면 왜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일까요?
이런 차이는 검사 방법이 달라서 생긴 것입니다. 부경대학교 이승준 교수팀은 200여 개 종류의 마이크로시스틴을 모두 합하는 방식의 일라이자(ELISA) 검사 방식을 사용했는데 미국 환경보호국이 공인하는 방법입니다.
반면, 대구시 수질연구소는 액체크로마토그래프-텐덤질량분석법으로 마이크로스시틴-LR 등 주요한 4가지 종류의 마이크로스시틴만을 찾고 있습니다. 가장 독성이 강한 마이크로시스틴-LR과 가장 많이 보이는 마이크로시스틴-RR 등 4가지를 환경부의 지침에 따라 조류경보제가 발령되면 주 2회 검사하고 있습니다. 해당 마이크로시스틴을 정확하게 찾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나머지 200여 가지의 다른 마이크로시스틴은 확인할 수 없습니다.
해당 마이크로시스틴이더라도 구조가 변하면 측정에서 놓칠 수도 있습니다.
이승준 부경대 교수는 "마이크로시스틴 LR, RR 이외의 물질들, 200종이 넘는 마이크로시스틴들은 여전히 독성을 다 가지고 있기 때문에 총 마이크로시스틴으로 기준의 변환이 필요하지 않으냐고 생각이 들고요" 밝혔습니다.
낙동강의 녹조 현상이 더욱 심각해질 경우 수질연구소의 검사 방법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지금의 방법으로는 총 마이크로시스틴 합산 방식인 엘리자 검사에서 허용치를 넘더라도 수질연구소의 검사에서는 검출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공동 검사에 참여한 대구환경운동연합의 이영준 씨는 "현재 LC 방법(검사 방법)을 계속 반복한다면 불검출이 계속 나올 거라고 봅니다. 그래서 (조사) 횟수도 늘려야 하고 검사 방법도 LC와 토털 마이크로시스틴(총 마이크로시스틴)을 병행해서 비교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9월까지 녹조현상 심화할 듯···검사 방법 근본적 변화 필요
올해는 낙동강의 녹조가 매우 심각합니다.
대구 문산과 매곡정수장의 원수는 지난 6월 13일부터 조류경보 발령 수준의 유해 남조류 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지금부터 9월 초까지 녹조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녹조로 인한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의 수돗물 검출이 현실화하고 있는 만큼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 원수 측정 위치와 마이크로시스틴 검사방법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