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북 동해안에 때 아닌 '11월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11월 하순, 일일 강우량으로는 79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침수와 산사태 등 피해가 잇따랐습니다.
특히 태풍 '힌남노' 피해 지역에 또 다시 많은 비가 내리면서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려야 했습니다.
배현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경북 포항시 오천읍 냉천 주변이 또다시 물바다가 됐습니다.
지난 9월 6일, 태풍 힌남노로 8명이 목숨을 잃고, 주택과 공장이 무너지고 침수됐던 바로 그곳입니다.
◀기자▶
"보시다시피 마을 바로 앞에 추락 방지망이 이렇게 설치돼 있는데요. 어젯밤에 내린 비로 물살이 곧게 흐르지 못하고 역류하면서 아스팔트 도로가 모두 부서져 내렸습니다."
주변 집과 창고도 물에 잠겼습니다.
◀이영수 포항시 오천읍 용산리▶
"물이 막 들어오는거예요. 그냥. 창고 바닥에 물이 한가득 들어오니까. 저도 아.. 이건 아닌데 아닌데.. 그러면서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어요."
포항시 외곽지 도로 곳곳이 황토물에 잠겼고, 장기면의 한 하천 도로는 유실돼 이 마을 학생들이 등교를 하지 못했습니다.
◀신선애 포항시 장기면▶
"물만 조금 넘쳐도 그냥 지나갈 수 있는데 아예 길이 없어져 버렸으니까. 얘네들을 업고 건널 수도 없잖아요."
무려 257mm의 폭우가 쏟아진 울진군 북면에서는 50대 남성이 축사에 갇혔다 구조됐습니다.
또 울진군 근남면에는 산사태가 발생해 80여 톤의 토사가 도로에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태풍 '힌남노' 피해가 복구된 지 불과 두 달여 만에 포항 139mm, 영덕 146mm, 울진 177mm의 큰비가 내린 겁니다.
11월 하순, 포항에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린 건 1943년 일강우량 관측을 시작한 이후 79년 만에 처음이었습니다.
기상청은 봄처럼 따뜻한 날씨 때문에 수증기가 증가했고, 동풍이 태백산맥에 가로막히는 지형적인 영향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배현정입니다.
(영상취재 박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