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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톤 쌓인 쓰레기 집···'저장 강박' 대책 필요

◀앵커▶
필요없는 물건을 버리지 않고 집에 잔뜩 쌓아두는 이른바 '쓰레기집' 문제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강박장애의 일종으로 의학적으로는 저장강박증이라고 불리는데, 문제는 알고 있지만, 대책은 부실한 실정입니다.

'저장강박'이 의심되는 집은 주거환경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안전이나 범죄, 각종 위기의 징후로 나타나기도 하는데요,

지자체나 복지기관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라서 예산 확대와 사후 관리 등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김은혜 기자입니다.

 ◀기자▶

대구 남구의 한 주택.

바닥부터 지붕까지, 마당부터 집 안까지 빼곡히 용도를 알 수 없는 물건들로 발 디딜 틈조차 찾기 어렵습니다.

혼자 사는 80대 집 주인이 10년 가까이 쌓아둔 건데 인근 주민들은 불편함을 호소합니다.

◀곽경범 인근 주민▶
"고양이가 항상 모여 고양이 집 같고, 사람이 들어갈 수도 없고··· 우리는 제일 겁나는 게 뭐냐면 첫째는 불날까 싶어서··· 구청에 몇 번 얘기하고··· 민원 넣어도 자꾸···"

하지만 계속 민원을 넣어도 집주인 본인이 동의를 해주지 않으면 치울 수 없습니다.

결국 꽉 찬 물건 때문에 생활공간이 없어져 다른 사람 집을 전전하게 된 집주인이 행정복지센터에 도움을 요청하며 수거 작업이 가능했습니다.

연면적 37제곱미터 공간에서 빼낸 쓰레기 등 각종 물건 무게는 무려 35톤에 달했습니다.

◀이진영 대구 이천동행정복지센터 복지팀장▶
"본인 주무실 방석 2개 정도 자리만 남아서 그곳에서 새우잠을 주무시고 계셨고···"

단독주택과 노인가구가 많은 대구 남구의 경우 쓰레기 집 처리는 해마다 10여 건 정도.

점차 늘고 있지만 민원이나 신고로 조치되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현황은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문제는 단순히 주거가 취약하다는 불편함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 화재 등 안전사고나 범죄 우려가 큽니다.

관리 대책도 부실합니다.

대구의 경우 수성구만 지난 2019년 저장 강박 의심 가구 지원 조례를 제정해 처리비용 등을 지원하는 정도일 뿐이며, 다른 구, 군은 관련 예산이 거의 없습니다.

복지관 주거복지사업 예산이나 자원봉사 등 외부 후원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허인 대구 서구종합복지관 복지사▶
"(주거복지센터의) 한정된 범위 예산에서 진행하다 보니 외부 자원 도움 없이는 전부 다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장 강박은 재발의 우려도 높은 만큼 단순히 치우는 데 그치기보다 심리 상담 등 체계적인 사례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MBC 뉴스 김은혜입니다. (영상취재 김종준)


김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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