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연일 불볕더위가 이어지면서 낙동강 녹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낙동강 중상류에 있는 영주댐의 녹조가 심각한데요.
환경단체는 영주댐 녹조가 '조류 대발생' 수준이라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고, 영주댐 하류 내성천에 추진 중인 제방과 준설 공사도 중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김경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영주댐에 갇힌 물이 온통 초록빛을 띠고 있습니다.
낙동강의 녹조 실태를 조사하고 있는 환경단체와 함께 물가로 내려가 봤습니다.
마치 녹차를 우려낸 것처럼 진한 초록색으로 변했고요. 물가에는 녹조 사체들이 모여 거품띠까지 이루고 있습니다.
영주호의 물을 퍼올리니, 투명 유리병 안에 녹색 알갱이가 가득 담깁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지금 임계점을 지났기 때문에 계속해서 녹조는 이렇게 발현될 수밖에 없습니다."
장마 이후 불볕더위가 이어지면서 녹조를 일으키는 남세균이 유속이 느린 댐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겁니다.
환경단체는 지난달 영주댐의 녹조를 조사한 결과, 물 1ml에 남세균 수가 190만 개나 나왔다며, 이는 조류경보제 기준을 적용할 경우 조류 대발생 수준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녹조에는 마이크로시스틴과 같은 독소를 배출하는 유해 남세균도 있을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습니다.
◀박창근 낙동강 녹조 조사단장(가톨릭관동대 교수)▶
"낙동강에서 수질이 악화되면 (영주댐) 물을 풀어서 희석을 시키겠다는 게 당초 목적이었습니다. 그런데 현 상황에서 보면 오히려 영주댐 물이 낙동강 본류 물보다 더 더럽다는 거죠."
이런 가운데 영주댐 아래쪽에 흐르는 내성천 일대에 또 다른 공사가 추진되고 있어 환경단체가 반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기록적인 폭우로 내성천 하류 회룡포 인근에 수해가 발생하자, 환경부가 수해 예방을 위해 내성천에 인공 제방을 쌓고, 강바닥의 모래를 긁어내 깊게 하는 준설 공사를 하겠다고 나선 겁니다.
◀김두년 예천민예총 전 지부장▶
"환경부가 환경 보호에 앞장서지는 못할 망정 국민의 혈세로 국가 명승지와 자연을 파괴하려 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환경단체는 영주댐과 상주보의 영향으로 내성천 합류부에서 강물이 역류해 수해가 났을 가능성이 있다며, 공사에 앞서 정밀 실측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명확하게 원인을 따져 보고 그다음에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너무 졸속적으로, '여기 모래가 쌓여 있으니까 걷어내야 한다' 이런 논리로..."
대한하천학회와 낙동강네트워크, 환경운동연합 등으로 구성된 공동 조사단은 내성천 보존 집회를 이어가는 한편, 낙동강 녹조 조사 결과를 다음 달쯤 발표할 계획입니다.
MBC뉴스 김경철입니다. (영상취재 최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