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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의사도, 판사도, 정치인도 나한테 눈썹 문신 받았는데"···문신은 불법? 첫 국민참여재판


대구로 모인 문신사들···"문신은 의료행위 아니야"
5월 9일 전국에서 문신사 수백 명이 대구로 모여 대규모 집회를 열었습니다.

그동안 법원이 문신을 의사만 할 수 있는 의료 행위로 보고 문신사들을 범법자로 판단해 왔는데 이걸 뒤집을 수도 있는 국민참여재판이 대구지방법원에서 열리기 때문입니다.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 사건이 국민참여재판으로 다뤄지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손님의 보복성 신고로 법정에 서는 문신사들···"범법자 양성하는 법 바꿔야"

문신사들은 '문신은 의료가 아니'라는 피켓을 들고 대구지법 앞 도로를 행진했습니다.

'문신사를 불법의 영역으로 내모는 현행법을 바꿔달라'고 호소문을 읽고 다음 주 재판받는 동료의 무죄를 촉구했습니다.

국민참여재판에 서는 사람은 대구에서 눈썹 문신을 시술해 온 20대 문신사입니다.

문신하러 왔던 손님에게 신고당했습니다.

미성년자라 눈썹 문신 시술을 거절했더니 앙심을 품고 보복성 신고를 한 겁니다.

지난 2020년 9월부터 2023년 5월까지 피부미용업소에서 문신 시술용 기기와 색소, 마취그림 등을 사용해 손님들에게 419번 눈썹 문신을 시술한 게 의료법과 공중위생관리법 등을 위반한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그동안 법원은 지난 1992년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판단한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의료인이 아닌 문신사가 하는 문신 시술은 모두 불법으로 봐왔습니다.

공중위생관리법 시행규칙 제7조에도 '미용업자가 문신, 박피술 그밖에 이와 유사한 의료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고, 이를 어기면 처벌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검찰이 약식기소했고 벌금이 선고됐는데 문신사 측이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습니다.

문신사들은 문신 같은 반영구 화장을 의료행위 보는 국가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한국도 문신을 미용 행위로 분류하고 문신사를 합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임보란 대한문신사중앙회장 "과거에는 보건과 위생, 감염 우려 등 때문에 문신을 의료행위로 법원이 판단했는데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30년 전 판례를 가지고 문신사들을 불법의 영역으로 내몰고 있어요. 법도 시대에 맞춰서 변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의사들이 문신(시술)하는 사람은 사실 많지 않거든요. 그런데 그걸 의료행위로 묶어뒀기 때문에 문신하는 사람들을 계속 범법자로 양성하는 거고… 국민들 대다수가 문신사에게 문신을 받고 있는데 현실과 동떨어진 법 때문에 문신사가 법정에 서는 상황이 반복되는 겁니다. 이렇게 방치하고 있는 것보다 법을 만들어서 제도화해서 국민의 안전이라든지 그런 것들을 보장을 (해야 합니다.)"

국내 전업 문신사는 30만 명, 문신사에게 문신을 시술받은 사람은 1,6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업계는 추산합니다.

문신사를 합법화 해서 사업장의 환경과 시술자의 자격 여부를 검증하고 관리·감독의 시스템을 만드는 게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 또 생계가 달린 문신사들을 위해서도 시급하다고 문신사들을 호소했습니다.

비의료인 문신 시술 사건···국민참여재판으로

이 사건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리면서 일반 국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해 '유죄냐, 무죄냐?'를 결정하게 됐습니다.

세세한 법리 적용보다 보편적인 인식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이는데, 법원은 왜 이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다루려는 걸까요?

대법원은 1992년부터 2007년까지 일관되게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무면허 의료 행위, 불법으로 판단했습니다. 

헌법재판소 역시 2007년부터 2022년까지 세 번에 걸쳐 의료인에게만 허용한 문신 시술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무죄 판결이 잇따랐습니다. 

지난 2022년 청주지법에 이어, 가장 최근인 지난해 12월에는 부산지법 동부지원에서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문신이 일반적 의료행위와 구별되고 반영구 화장 시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 기술 발달에 따른 위험성 감소 등을 종합하면 의학적 전문 지식이 없더라도 생명, 신체, 공중위생에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행위가 아니라며 대법원, 헌법재판소와 다르게 판단한 겁니다. 

이렇게 법원 판단이 엇갈리는 가운데 5월 13일과 14일 대구지방법원에서 처음으로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리게 된 겁니다.

일반인 7명이 배심원으로 참여해 유무죄를 판단합니다.

세세한 법리 적용보다 문신에 대한 보편적 인식이 어떠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전망입니다. 

노형미 대구지법 공보판사 "의료 보건 분야의 전문가들, 그리고 실제 문신시술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대구지방법원 관할 구역에서 무작위로 선정된 일반 국민들인 배심원들의 의견, 주변에서 실제 경험한 문신 시술에 대한 인식변화가 반영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형사 재판에 한정하는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율은 2012년 5.1%에서 2022년 31.5%로 6배 이상 높아졌습니다.

일반 형사재판 1심 무죄 선고율인 평균 3.1%와 비교해도 차이가 매우 큽니다.

철저한 법리 적용보다 사회적 인식, 재판 분위기 등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입니다. 

처음으로 열리는 '눈썹 문신 시술' 국민참여재판,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손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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