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영풍 석포제련소 '비소 중독' 속보입니다.
제련소 현장에선 사망사고가 나기 전부터 평소보다 독한 유독가스 냄새가 진동했다는 내부 증언이 나왔습니다.
한편, 사고 직후 노동부가 실시한 점검에서는 무려 110건의 법 위반 사항이 무더기로 적발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엄지원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50대 A 씨는 4명의 사상자를 낸 비소중독 사고를 접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는 사고가 나기 일주일 전인 지난 11월 말까지 한 달간 석포제련소 공장에서 하청업체를 통해 노후 설비 보수작업을 했기 때문입니다.
◀석포제련소 설비보수 작업자▶
"뉴스를 보고 내가 '와 이거 진짜 터질 게 터졌다' 그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고가 난 1공장은 평소에도 상상을 초월하는 유독가스로 가득 차 있다고 말합니다.
◀석포제련소 설비보수 작업자▶
"진짜 평생 처음 경험한 거예요. 너무 독하더라고요. 너무 독해. 숨을 들이마시면 마스크를 꼈는데도 그냥 눈물이, 갑자기 속이 타는 거 같아요. 확 타는 거 같고 눈이 갑자기 한동안 쨍 안 보이다가 순간 전기가 뇌에서 전기가 불이 들어온 거 같고 그래요."
특히 그만두기 전 사나흘, 그러니까 비소 중독 사고가 나기 일주일 전부턴 유독가스 강도가 평소보다 훨씬 더 심해졌다며, 사고의 조짐이 있었다는 증언입니다.
◀석포제련소 설비보수 작업자▶
"시간대에 따라 독한 냄새가 나고 그러는데 그때는 3~4일 계속 하루 종일 그렇게 냄새가 났었어요. 갑자기 엄청 심하더라고요. 계속 오래 있다가는, 근무하다가는 뭔 사달이 나겠다 싶어서 (그만뒀어요)"
노동자들의 안전 장구 착용은 엉망이었습니다.
아연광과 황산을 취급하는 특성상 제련소는 최소 방독면이나 공기 호스가 달린 송기 마스크를 써야 합니다.
하지만 비소 중독 사고 현장에도 그리고 그 이전에도 하청 노동자들은 방진 마스크와 안전모 착용이 전부였습니다.
◀석포제련소 설비보수 작업자▶
"(하청업체에서) 보호장구 준 거 없고 우리가 알아서 마스크 갖다 껴야 하고 마스크를 써도 숨이 헉헉 막히고···"
한편, 사고 직후 석포제련소 현장에선 무려 110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적발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고용노동부 영주지청이 제련소가 위험 요인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보는 '위험성 평가 특화점검'에 들어간 결과, 안전 49건, 보건 45건, 화학 9건, 관리 측면 7건이 적발돼 현장에서 시정 명령을 받았습니다.
화학 물질에 부작용과 취급 시 주의 사항, 보호장구 착용 등을 알리는 경고 미표기가 가장 많았고, 공장 내 위험 시설에 대한 추락 방지 조치 미흡 등도 다수 적발됐습니다.
현재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검토를 위한 석포제련소 대표와 하청업체 대표 등에 대한 노동부의 소환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석포제련소 노동자 253명은 지난주 계명대 직업병 안심센터의 출장 검진을 통해 임시건강검진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들 노동자 비소 중독을 비롯한 중금속 중독 여부는 다음 달(1월) 중순 나옵니다.
MBC 뉴스 엄지원입니다. (영상취재 최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