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봉화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발생한 하청 노동자 사망사고를 조사하기 위한 합동 감식이 12월 14일 공장 현장에서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취재 결과 이전에도 석포제련소에서 적어도 5명의 노동자들이 최근 사망사고 원인과 같은 비소 중독, 더 정확하게는 '아르신 중독' 진단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서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경찰 과학수사대와 환경부 차량이 잇따라 공장 부지로 들어섭니다.
산소통을 등에 메고 방호복으로 무장한 경찰들도 공장 안으로 진입하기 시작합니다.
이번 합동 감식은 봉화 영풍 석포제련소 1공장에서 진행됐습니다. 석포제련소는 수십 년간 낙동강 상류 오염의 주범으로도 지목되고 있습니다.
경북경찰청과 국과수, 환경부, 노동부의 합동 현장 감식은 2시간가량 이어졌습니다.
지난 12월 9일, 공장 설비 교체 작업을 하다 숨진 60대 하청노동자의 정확한 사고 경위를 밝히기 위해섭니다.
◀최진 경북경찰청 과학수사대장▶
"어떻게 사람에게 유해한 화학물질이 생성됐는지, 어떤 경로로 누출됐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감식할 예정입니다."
숨진 노동자의 공식 사인은 급성 아르신 가스 중독입니다.
아르신은 비소와 수소의 화합물로, 급성이나 만성으로 노출되면 적혈구가 파괴되는 강력한 용혈을 일으키는 독성 가스입니다.
그런데 취재 결과, 석포제련소 내 아르신 중독 사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2023년 2월, 그리고 지난 2017년에도 석포제련소에서 일한 노동자 2명이 원주 세브란스 병원에서 아르신 중독 진단을 받은 겁니다.
◀강희태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두 분 다 공통적으로 있으셨던 증상이 보통 소화기 증상이 먼저 좀 나타났거든요. 구역질 나고, 아주 특징적인 증상이 소변 색깔이 콜라 색 소변 색깔이 나오면서 놀라서 다 병원을 가신 거거든요."
그보다 앞선 2011년에는 석포제련소 노동자 3명이 한꺼번에 아르신 중독으로 입원했는데, 관련 논문이 미국 신장질환 관련 저널에 정식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해당 논문을 보면, 40대 여성 1명과 60대 남성 2명이 같은 시기 구토와 혈뇨 증상으로 입원했습니다.
이들은 황산을 이용한 금속 찌꺼기 세척 공정 근무자였고, 용혈성 빈혈, 급성 신장 손상 등 아르신 중독 증상을 보였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사고 이전에도 최소 5명의 석포제련소 노동자가 아르신 중독 진단을 받은 게 확인된 셈입니다.
전문가들은 아연을 제련하는 공장이라면, 어떤 공정에서든 아르신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강희태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아연 제련이라는 게 아연광을 처리를 해서 거기서 순수한 아연을 뽑는 그런 공정이잖아요. 아연광을 황산에 녹이게 되거든요. 산이랑 반응을 하게 되면 비소가 (아르신) 가스가 되거든요. 이런 산에 광물이 녹아들어 가 있는 공정 어디서든 다 (아르신이) 발생할 수 있을 겁니다, 제련소에서."
하지만 근로감독 당국은 과거의 이같은 아르신 중독 환자 발생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노동부 영주지청 관계자는 지난 2018년 금속 찌꺼기가 든 침전조 청소 중 넘어진 노동자가 비소 등을 흡입해 사망한 사례 말고는 석포제련소 관련 아르신 중독 사고는 따로 더 파악된 게 없다고 밝혔습니다.
MBC 뉴스 김서현입니다. (영상취재 최재훈, CG 황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