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6월 21일, 포항의 한 초등학교 통학로에서 고양이 사체가 발견됐는데 일주일이 지나도록 범인의 윤곽조차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건 현장 인근에서는 기존에도 동물 학대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는 동물 사체도 여러 번 발견됐습니다.
동물 학대가 사람을 대상으로 한 범죄로도 이어질 수 있어 인근 초등학생들을 위한 방범 대책이 시급합니다.
배현졍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6월 21일, 초등학교 통학로에서 발견된 고양이 사체.
범행은 대범하게도 대낮 아이들의 하교 시간에 발생했고, CCTV 영상도 확보됐지만 경찰은 일주일째 범인의 윤곽조차 못 잡고 있습니다.
범행 장소와 10미터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는 고양이 먹이를 주지 말라며 포항시를 사칭한 경고문까지 발견됐습니다.
◀최민경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6월 24일)▶
"(고양이 살해범이) 굉장히 고의로 본인의 혐오를 드러내는 부착물을 여기에 두고 간 것으로 보이고···"
주민들은 기존에도 동물 학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고 말합니다.
2021년 1월에는 범행 장소 옆 빈집에서 피를 토한 고양이 사체 10여 구와 함께 병에 담긴 농약이 발견됐습니다.
또 학교 정문 앞에서, 고양이 급식소를 파손하는 남성이 CCTV에 찍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도 경찰은 피의자를 특정할 수 없다며 사건을 미제로 처리했습니다.
◀인근 주민▶
"급식소 파손 이런 문제도 굉장히 심했는데, 경찰에 몇 번을 신고했거든요. 근데 단 한 건도, 범인을 잡아낸 적이 한 건도 없어요."
동물 학대 사건이 잇따라 벌어진 장소는 모두 인근 초등학교 통학로와 연결돼 있습니다.
아이들은 하교 시간에도 어떠한 보호 조치 없이 범행이 발생한 통학로로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임순여 학교 문구점 사장▶
"(6월 21일 사건 당일) 아이들이 (문구점에) 하나하나 오더니, 아줌마 저기 고양이 매달려 있고 이렇게 이야기하더라구요. 아이들이. 이 길로 아이들도 많이 다니고 하는데 아이들이 막 무서워하고···"
학계에서는 상습적인 동물 학대가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
"특히 어린이들은 방어 능력이 떨어지는 그러한 존재들이기 때문에 (범인이) 동물들에게 일방적인 폭력을 행사했었다면, 지금 통학로 중심으로 해서 아이들의 안전을 도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행정기관은 경고 현수막을 붙이거나 야간 자율 방범대 운영이 유일한 해결책이고, 일선 경찰도 관련된 매뉴얼조차 없는 상황이어서 동물 학대 범죄에 따른 2차 범죄 예방을 위해 법적 제도적 보완 대책이 시급합니다.
MBC 뉴스 배현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