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통증 없이 치료를 완료하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마취'입니다. 성공적인 수술과 수술 이후, 환자 건강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마취의 역할을 아주 중요한데요. 마취는 고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오며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발전했다고 합니다. 익숙한 듯, 잘 알지 못하고 있는 마취에 대해 대구 가톨릭대학교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김동혁 교수와 함께 자세히 알아봅니다.
[이동훈 MC]
마취법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던 과거에 이 정형외과적 수술 풍경을 한번 살펴보고자 하는데, 교수님께서 상당히 고통스러워 보이는 사진을 준비해 오셨는데 보면서 좀 얘기를 나눌까요?
[김동혁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일부러 조금 자극적인 사진으로 한번 시작을 해보겠습니다. 과거에 이집트에는 백내장 수술 기록도 있고요. 포경 수술 기록, 그리고 두뇌 천공술의 기록도 있습니다. 당시에 이 환자들이 너무 고통스러워했기 때문에 어린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목을 졸라서 질식시킨 다음에 수술을 하기도 했다고 해요. 하지만 이 과정이 너무 끔찍하기도 하고 당시에 환자들이 희생되기도 했기 때문에 더 이상 그런 마취는 시행되지 않았지만 대신에 환자들은 이 모든 수술의 고통을 감내했어야 했죠.
[이동훈 MC]
지금 사진 속의 장면들은 일체의 마취 과정이 없는 상태인가요?
[김동혁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이 당시의 마취는 환자들이 고통을 그대로 감내해야 했기 때문에 아주 힘센 사람들이 환자를 억압한 상태에서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그 당시의 기록을 보면 한 과학자가 자신의 왼쪽 발목을 절단하는 수술을 받았었는데 그 느낌을 "신과 인간으로부터 버려진 느낌이었다."라고 표현을 했어요. 실제로 환자들은 "당신 수술받아야 합니다."고 얘기를 들으면 그날 집에 가서 자살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 고통이 너무나 끔찍할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이죠.
이 당시에 이 고통을 좀 줄여주기 위한 의사들의 노력은 이 고통을 빨리 끝내주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수술을 굉장히 빨리하기 시작했어요. 당시의 기록을 보면, 1820년대 기록을 보면 고관절 절단 수술을 한 20분 만에 했다는 기록도 있고요. 그로부터 10년 뒤인 1834년에는 제임스 심슨이라는 의사는 이 고관절 절단술을 90초 만에 해치웠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이런 스피드 싸움에 가장 앞서 나갔던 사람은 여기에 나와 있는 로버트 리스턴이라는 분인데요. 이 로버트 리스턴은 스코틀랜드의 외과 의사입니다. 수술을 빨리하기로 유명했어요. 그래서 환자분도 많이 있었죠. 그런데 이분이 이 속도에 얼마나 집착을 했었냐 하면 아주 전설적인 사망률 300%의 수술을 했었는데요. 사망률 300%라 하면 의아해하실 텐데 이 당시에 다리 절단 수술을 받는 환자분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과 같이 절단술을 빨리 시행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고환을 자르고 조수의 손가락도 같이 잘랐어요.
[이동훈 MC]
왜요?
[김동혁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워낙 빨리했기 때문에 손을 잡고 있는 조수의 손가락을 자른 거죠. 이 끔찍한 장면을 보고 있던 구경꾼들이 옆에 있죠. 이 당시에는 수술은 중요한 구경거리였기 때문에 구경꾼들도 많이 있었는데요. 이 끔찍한 장면을 지켜보던 구경꾼의 한 사람은 심장마비로 죽습니다. 그리고 보조하고 있던 사람도 손가락이 잘리고 난 다음에 감염으로 죽게 되고요. 환자도 감염으로 죽게 됩니다. 한 번의 수술에 3명이 사망하는 300%의 수술을, 사망률 300%의 수술을 했던 거죠. 하지만 이렇게도 위험하지만 속도에 집착했었던 것은 마취가 없던 시절 고통을 줄여주기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구성 이규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