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통과가 목표인 대구·경북 행정 통합 특별법
대구시와 경상북도, 행정안전부, 지방시대위원회는 10월 21일 대구·경북 행정 통합을 위한 7개 조항에 합의하고 서명했습니다.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2026년 7월 통합 자치단체, 가칭 '대구경북특별시'를 출범하는 것을 목표로 2024년 안에 특별법을 국회에 발의하고 2025년 6월까지 통과시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 10월 21일 "이제 앞으로 국회 통과가 남았다. 이 법안은 정부 법안으로 제출되는 게 아니고 의원 발의 법안으로 제출하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2024년 8월 공개된 '대구경북특별시 설치에 관한 특별조치법'(가칭)을 살펴보면, 법안은 실질적인 지방분권 보장과 특별시민의 복리증진은 물론 비수도권 거점 경제 축을 조성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중앙부처로부터 권한 이양과 각종 특례에 관한 내용도 포함했습니다.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보장하고, 행정규제의 혁신을 통해 비수도권 거점 경제 축으로 조성함으로써 특별 시민의 복리증진과 국가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광역 통합교부금 등을 신설해 새로운 형태의 지방 재정을 확충하고 전례 없는 규제 '프리존'을 조성해 좋은 투자 여건을 만드는 내용도 있습니다.
물론 앞으로 추진될 특별법은 최근 합의한 7개 조항을 근거해서 새로 만들어지거나 가다듬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민의힘, 내부 결집 확신할 수 있나?
지방 소멸 위기감이 더욱 높아지는 가운데 거대 경제권을 형성하기 위한 행정 통합에 다들 공감하면서도 대구 지역 의원들과 경북 지역 의원들 셈법은 저마다 달라 보입니다.
경북 안에서도 권역별로 의견이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데, 특히 북부 지역에서는 행정 통합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행정 통합을 위해서는 반드시 입법해야 하고, 입법 주체는 국회의원들인데, 국회의원들과의 소통을 배제한 채 자치단체장이 중심이 돼 통합을 추진하는 것에 불만을 제기하는 의원도 있습니다.
대구의 한 국회의원은 대구MBC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대구·경북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의원 중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겠냐?"면서도 "국회의원들과 사전에 이야기를 나누거나 교감을 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어서 상당히 아쉽다"라고 밝혔습니다.
"시도지사가 발표부터 다 해놓고 이제 와서 의원들에게 넘기는 것은 아쉽다. 나뿐만 아니라 그렇게 생각하는 의원이 많은 줄로 안다"라고 전했습니다.
법안 심사할 국회 행안부 소속 대구·경북 의원은 단 1명
대구·경북 행정 통합 관련 특별법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가 행정안전위원회로, 위원 가운데 대구·경북 출신 국회의원은 초선의 비례대표 의원인 이달희 국민의힘 의원 단 1명밖에 없습니다.
이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 결집은 물론 야당 지지도 충분히 얻어 국회 통과가 가능할 것이라 내다봤습니다.
"주민들을 설득해서 결집한 의사를 만든 뒤에 규합이 되면 법령이 다듬어질 것"이라면서 "국회에서 이견이 많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광주시와 전라남도도 통합을 추진하다가 장기 과제로 미뤄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의원은 "이번에 대구와 경북이 (중앙부처로부터) 권한 이양을 많이 받아서 제대로 한다면 다른 자치단체도 따라올 것이다"라면서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당 의원 다수가 특별법 통과에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민주당 임미애 의원 "2025년 6월까지 통과?···그들의 착각"
대구·경북 지역의 유일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인 임미애 의원은 그렇게 낙관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행정 통합에 관해 관심을 기울이며 최근 국회에서 관련 토론회를 열기도 했던 임 의원은 국민의힘이 1년 안에 특별법을 통과시키는 것에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안이한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임 의원은 "대구·경북의 요구와 광주·전남의 요구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라면서 "대구와 광주가 조금 비슷하다고 하면, 경북과 전남이 좀 비슷하다. (최근 경북의 상황처럼) 전남 쪽에서 반발 여론도 굉장히 크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호남 지역 민주당 의원들이 동의해 줄 것이라 보는 것은 너무 안이한 발상이고, 무엇보다 수도권 의원의 경우는 지방의 행정 통합에 크게 관심이 있지 않다"라고 지적했습니다.
"2025년 6월까지 통과시키겠다고 하는 것은 그들(국민의힘)의 착각"이라면서 "통합은 주민이 핵심이고, 가장 중심이 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임 의원은 "마산·창원·진주 통합의 경우도 지금 여전히 마산 주민이 불만을 가지고 있다"면서 "주민의 의견과 동의 과정이 있어야만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대구·경북 통합에는 주민이 완전히 빠져 있다. 대구·경북 시도의회에서 결정하겠다고 못 박아뒀는데, 이렇게 진행되면 오히려 소외당하는 시군 단위에서 갖는 불만이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야권, 입법 전 주민 동의 절차의 필요성 강조
야권에서는 대구·경북 행정 통합의 절차와 효과에 대해 주민들에게 자세히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대구시당 위원장(비례대표 국회의원)은 "밀실에서 졸속으로 추진돼서는 안 된다"면서 "도민과 시민의 투명한 공론화 작업을 거쳐 진행돼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대구와 경북은 다양성이 보장이 안 돼 있는 의회 구조이지 않냐?"면서 "상명하달식으로 '위에서 이렇게 하기로 했으니까 협조해 달라'라고 하면, 박정희 동상처럼 그냥 일방통행식으로, 그냥 졸속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주민투표 방안을 포함해서 충분한 시민과 도민의 의견 수렴 절차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조대원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지방 소멸 위기 속에 대구·경북 행정 통합은 필요하다"면서도 "정치인들의 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광역의원이나 기초의원들도 자기들 정치적 이익을 계산하다가 의견 합치가 어려울 것"이라면서 "대구시의원, 경북도의원을 지금 수에서 딱 절반으로 줄여야 하는데 거기서부터 되겠냐?"라고 반문했습니다.
그러면서 "홍준표 시장의 '대통령을 하겠다'는 야심과 이철우 지사의 '통합 단체장은 내 것'이라는 계산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결국 무산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조 최고위원은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는 숙의 민주주의 과정을 거쳐서 주민들이 더 많이 정보를 접하고 또 언론에도 그 내용을 전달해야 한다"면서 "주민이 통합에 대해서 고민하고 생각하고 할 시간을 충분히 가진 이후에 그다음에 시도민이 한 70% 이상 통합에 찬성하면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민정 정의당 대구시장당 위원장은 "통합 단체의 출범 시기를 정해놓고 추진하기보다는 긴 시간을 갖고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행정안전부가 주도해 국가 행정 체계를 큰 틀에서 정비하는 차원에서 진행해야지, 홍준표 대구시장의 정치적인 행보 중의 하나로 행정 통합이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주민투표를 거치지는 않더라도 주민을 설득하는 과정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1년 안에 특별법의 국회 통과를 자신하는 여당과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야당.
'김건희 특별법'과 '윤-한 갈등', '이재명 사법 리스크' 등으로 인해 온갖 정쟁이 난무하는 속에 대구·경북 행정 통합 특별법은 어떻게 풀어나갈지 아직은 안갯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