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소나무의 수관을 막아 말라 죽게 하는 재선충병이 최근 파죽지세로 다시 번지고 있습니다.
경북은 피해 면적이 1년 새 4배 이상 늘었는데, 예산 부족으로 감염된 나무를 방치하면서 확산 속도에 기름을 붓고 있습니다.
재선충을 옮기는 솔수염하늘소 같은 매개충이 말라죽은 소나무 안에서 월동하는데, 이 곤충이 우화하는 봄 이전에 고사목을 모두 잘라내 훈증하는 방제 작업이 사실상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장성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경북 포항의 한 야산입니다.
봄인데도 푸른 기운은커녕 산 전체가 붉게 변했습니다.
소나무들이 재선충병에 감염된 겁니다.
1년 전 모습과 비교하면 확산세가 무서울 정도입니다.
◀김원호 녹색연합 활동가▶
"이렇게 빨갛게 변한 감염목들이 보이는 지점은 2~3년 안에 완전하게 황폐화할 것이라는 것이 예상이 되고요."
또 다른 해안가 마을 숲은 이미 황폐해졌습니다.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들은 앙상하게 몸통만 남아 있고, 곳곳에는 고사한 소나무들이 쓰러져 있습니다.
인접한 경주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노천 박물관으로 불리는 국립공원 남산지구도 이미 재선충에 뚫렸습니다.
현재 소나무재선충병은 포항과 경주를 중심으로 하는 동해안 지역과 성주와 고령, 밀양을 잇는 낙동강 주변 지역에서 각각 번지고 있습니다.
지금의 확산 속도를 고려하면 울진 금강송 군락지도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재선충병은 2017년 최대 피해를 기록한 뒤 감소했는데, 2년 전부터 다시 증가하고 있습니다.
최대 피해지인 경북의 경우 최근 집계된 고사목이 47만 그루를 넘어 1년 전보다 4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소나무재선충 방제를 시작한 현장입니다.
감염 속도가 워낙 빨라 방제 효과를 체감하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산림 당국은 포항과 안동 등 6개 시군을 특별방제구역으로 지정하고 방제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산 부족으로 방제 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장에는 추가 감염을 일으키는 고사목이 처리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습니다.
◀김원호 녹색연합 활동가▶
"시간이 꽤 지난 감염목들도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특별방제구역이 지정이 되었지만 확산세를 따라가고 있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최근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재선충 활동 기간이 늘어났지만, 이에 대한 대비책도 부족했습니다.
◀최영태 남부지방산림청장▶
"장기간에 걸친 고온 기간이 (길어지고) 건조하면서 솔수염하늘소 같은 매개충이 빨리 우화되었고 이로 인해서 활동 범위가 넓어졌고···"
환경단체들은 소나무가 집단 고사한 지역에 대해서는 빠르게 후계림을 조성하는 등 맞춤형 방제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산림 당국과 지자체들은 예비비를 추가로 투입해 재선충 확산 저지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입니다.
MBC 뉴스 장성훈입니다. (영상취재 박주원, 그래픽 최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