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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ON] ② 이주노동자 ‘벼랑 끝의 삶’···제도 변화는 어떻게?

김은혜 기자 입력 2026-01-20 10:00:00 조회수 31

지난해 10월 대구 성서공단에서 출입국 단속 과정 중 베트남 출신 이주 노동자 뚜안 씨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불법 체류 단속이라는 명분 아래 진행된 강압적 단속은 이주 노동자 단속 방식과 비자 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습니다. <토크ON>은 대구 성서공단 사고를 계기로 이주 노동자 단속과 비자 제도의 문제를 짚고, 외국인 노동자 100만 시대에 필요한 제도적 대안을 논의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실제 이주 노동자들이 ‘벼랑 끝의 삶’을 사는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이주 노동자들을 불법적인 상황으로 내모는 모순이 있고, 법적 규정이 있기 때문에 당국으로서는 단속할 수밖에 없는데 단속은 상당히 강압적인 면도 있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5년 10월 대구 성서공단에서 일어났던 뚜안 씨 사망 사건입니다. 언론에도 많이 보도된 것 같은데, 해당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을 김희정 위원장께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김희정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 집행위원장]
2025년 10월 28일, 성서공단의 한 업체에 대구 출입국 단속반원 18명이 단속하러 들어왔습니다. 공장에는 상시 인원이 350명 정도 되고, 파견 업체를 통해 이주 노동자들이 고용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당시에 출입국 단속반원들은 현장에 미등록 체류자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왔다고 합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았고, 외국인으로 보이는 사람이면 체류 여부를 확인조차 하지 않고 2명이 1명씩 짝을 지어 수갑을 채우며 체포했다는 점입니다. 많은 분이 공장 곳곳에 숨었는데, 돌아가신 뚜안 님도 2층에서 일을 하다가 3층 창고에 몸을 숨기게 됩니다. 오후 3시 조금 넘어 숨었는데, 그때부터 단속반이 나갈 때까지 계속해서 친구와 메신저를 주고받으며 무섭다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잡혀가시는 분들이 비명을 지르거나 출입국 직원들이 큰소리 치는 것을 창고 안에서 듣게 되었는데요. 그러다가 3층에서 추락해서 사고가 나게 되었습니다.

뚜안 님은 베트남에서 온 25살 여성이셨고, 계명대학교 국제통상학과를 졸업한 상황이었습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대학교를 졸업하신 분들은 해당 학과에만 취업할 수 있고 제조업 취업은 막혀 있습니다. 단순 업무인 편의점이나 식당 서빙 일을 할 수 있는데, 이것조차 요즘은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학비나 생활비를 벌어야 했기에 법에서 허용하지 않는 제조업에 취업할 수밖에 없었고, 취업한 지 14일 되는 날 단속을 만난 것입니다. 대구 출입국 단속이 없었다면 뚜안 님이 죽음까지 이르렀을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날 잡혔던 34명 중에 12명이 유학생이었습니다. 현재 비자 제도의 문제점들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김상호 사회자]
법무부 쪽 입장은 당연히 ‘불법 체류 단속’이라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도 김희정 위원장을 비롯한 시민단체에서는 ‘토끼 몰이식 강제 단속’이며 정당한 법 집행의 범위를 넘어섰다는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이 교수님, 양쪽 주장이 대립하고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승협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
우선 뚜안 씨는 단속의 대상이 아닙니다. 법무부가 불법 체류 단속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뚜안 씨는 학업 비자로 들어와 공부를 마친 후 대학원 진학을 위해 취업 준비 비자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합법적 체류 신분이지 불법 체류 신분이 아니에요. 다만 비자에서 허용하지 않은 제조업에서 일을 했다는 한 가지만 위반한 것입니다.

논리적으로 따지면 단속되어 잡혀가더라도 제조업 취업 사실 하나만 따져야 하는데, 문제는 법무부의 단속에 걸려든 외국인들은 사유의 경중을 떠나 대부분 추방된다는 공포가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목숨을 걸고 도망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더 큰 문제입니다. 불법 체류 사유와 위반 정도에 따라 추방하거나 시정 조치를 하는 등 다양한 처리가 이뤄져야 하는데, 현실은 무조건 추방을 전제로 단속이 이루어집니다.

법무부는 단속 명분으로 '외국인 체류 질서 확립'과 '사회경제적 갈등 방지'를 내세웁니다. ‘사회경제적 갈등 방지’가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국내 일자리 보호 및 외국인 범죄 예방을 말하는데, 이분들은 일할 사람이 없어서 대신하기 위해 데려온 분들입니다. 이분들을 쫓는 것은 국내 일자리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일자리를 못 채우게 하는 것입니다.

법무부가 강하게 나서는 이유는 미등록 이주 노동자 수가 계속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비자나 고용허가제 문제로 미등록 신분이 된 사람이 2024년 기준 43만 명 정도 됩니다. 이게 계속 늘어나니까 법무부에서 2022년 말에 '불법 체류 감축 5개년 계획'을 발표합니다. 계획에 따라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상시 단속을 하고 있는데, 목표가 미등록 노동자 숫자를 20만 명으로 줄이겠다는 것입니다. 인원을 강제로 몰아내야 하니, 숫자를 채우기 위해 어떤 일이 있더라도 무조건 잡아서 보낸다는 정책을 펴게 되고, 결국 무리한 단속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김상호 사회자]
사건이 벌어지고 난 뒤에 김희정 위원장님을 비롯해 대구·경북 노동계 인사들이 대통령실 앞에서 농성을 하셨지 않습니까? 대책위원회가 했던 요구 사항은 어떤 내용이고, 정부의 반응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희정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 집행위원장]
뚜안 님이 체류 비자가 있는 상황에서 일하면 안 되는 곳에서 일했다는 사실이 죄가 되어 죽임을 당했다고 저희는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죽는 사람이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특히 따님을 잃으셨던 유족분들이 함께 상황을 바꿔 나가는 데 힘을 보태주셨기에 큰 힘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K-POP, K-컬처를 보고 한국에 와 있는 분들이 280만 명에 이르고 있고 앞으로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최소한 뚜안 님 죽음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거나 사과 받는 것이 한국으로 오는 이주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11월 13일 대구 출입국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는데, 출입국에서는 사과를 거부했고 진상 규명에 대해서는 경찰 조사를 지켜보자는 입장이었습니다.

이에 저희가 12월 9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농성을 시작하면서 대통령이 직접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구하게 됐습니다. 주요 요구 사항은 첫째, 사람이 죽은 문제이기에 사과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 둘째, 왜 이분이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 진상을 밝혀달라는 것인데 이를 위해 법무부가 단속 계획서나 당시 영상, 기록 등을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셋째는 미등록 체류자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을 찾아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고, 넷째는 현재 비자 제도의 결함으로 발생한 이주 노동자들에 대해 체류권을 보장하라는 요구였습니다.

과정에서 유족분들이 청와대 앞에서 108배도 진행하시면서 서울 지역의 많은 시민이 동참해 주셨습니다. 결국 12월 31일 법무부 책임 관계자가 유족분들께 사과하셨고, 유족들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농성은 마무리되었습니다만, 여전히 단속·추방 정책은 유지되고 있습니다. 뚜안 님과 같은 비극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제도 개선이 시급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이주 노동자 제도가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고용허가제가 20년 넘게 시행되면서 여러 문제점이 지적된 만큼, 이제는 이름을 '노동허가제'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이름만 바꾸는 것은 아니겠지요. 이 교수님, 고용허가제와 노동허가제 사이의 차이점은 무엇이며 개선 방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승협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
노동허가제는 기존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을 없애는 것입니다.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이주 노동자에게 사업장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노동 허가를 받고 들어오면 어떤 사업장에서 일할지는 이주 노동자가 스스로 결정하게 하자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5년의 노동 비자를 주면 기간 내에 자유롭게 일하고 귀국하면 된다는 것이 노동 기본권 부여의 핵심입니다.

두 번째로는 우리나라의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한 인력 수급 불균형이 이미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문제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일시적인 문제라면 단기 체류형 인력이 맞지만, 상시적인 문제라면 정주형 이민 제도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많은 분이 "우리가 칼 들고 협박해서 오라고 했느냐"라고 말씀하시지만, 정확히 알아야 할 점은 이주 노동자는 한국 정부가 외국 정부에 요청해서 데려오는 분들이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필요에 의해 데려온 분들입니다. 중소 사업장의 인력 부족이 문제이지, 열악한 환경과 임금을 강요하며 착취할 자유는 우리에게 없습니다. 제도적 보장은 당연한 것인데 우리나라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2022년 고용허가제 헌법소원에서도 헌법재판소는 중소 사업장 사용자들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합치된다는 이유로 합헌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런 인식 때문에 제도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김상호 사회자]
김희정 위원장님은 이러한 전환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김희정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 집행위원장]
현 정부 들어 고용노동부가 '외국인력 통합지원 TF팀'을 출범시켜 제도 개선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고용허가제와 관련해서는 사업장 이동 문제가 핵심인데, 초기 1~2년 정도는 횟수를 묶어 놓더라도 이후에는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도록 열어주는 방안이 논의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사업장을 그만두고 옮길 수 있는 자유를 완전하게 노동자에게 부여하는 것이 노동허가제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또한 윤석열 정부 들어 만들어진 일부 취업 비자들은 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조선업 용접공 등으로 오시는 E-7-3 비자의 경우, 아예 해당 업체 외에는 전직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국가 간 MOU가 아니라 민간에 열어주면서 수천만 원의 브로커 비용이 발생하는 등 인신매매에 가까운 문제들도 생기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인권과 노동권 보호를 위해 노동허가제로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저출생·고령화 사회 속에서 외국인 노동자 수요 증가가 분명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단순한 인력 수급 관점이 아닌 정주형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두 분 다 말씀 주셨는데, 이 교수님, 필요성에 대해 더 보충해 주실까요?

[이승협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
지금까지의 시스템은 와서 기여만 하고 떠나라는 '단기 체류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저출생 정책으로 인구를 늘리는 것은 한계에 봉착했습니다. 인구가 부족하면 밖에서 데려와야 하는데, "우리가 필요할 때 3년만 쓰고 보낼 테니 계속 와달라"고 하는 것은 지나치게 우리 입장만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들도 더 나은 삶의 기회를 찾아 정착할 수 있어야 사회에 몰입하고 이바지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다문화 정책 등 다양한 제도가 함께 바뀌어야 하며 '통합 로드맵'이 필요합니다. 다만 저는 현재 노사정이 모여 고용노동부 중심으로 만드는 로드맵은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주 노동자를 장기 정주형으로 전환하고 사회에 통합시키려면 부처를 초월한 이민청 같은 기구가 필요합니다. 고용노동부 중심의 정책을 기재부, 행안부, 중기청이 얼마나 따르겠습니까? 파편화된 정책이 반복되면 나아지는 게 없습니다. 정부는 말뿐인 대책이 아니라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종합 대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김희정 위원장님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김희정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 집행위원장]
현재 이주 노동자 정책은 고용노동부, 법무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으로 분산되어 이른바 '칸막이 행정'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중복 투자가 발생하고 정책 일관성도 떨어집니다. 특히 국경 관리를 우선시하는 법무부의 정책은 경직될 수밖에 없고 차별을 낳기 쉽습니다. 인권, 노동, 복지, 평등의 가치가 녹아들 수 있도록 법무부 외청이 아닌 독립된 '이민부' 체제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구시의 경우에도 현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외에는 이주민 관련 정책이 거의 전혀 없는 실정입니다. 작년에 경기도가 이민사회국을 신설해 보편적 권리에 대한 설계를 시작한 것처럼, 대구도 이제 본격적인 준비를 해나가야 할 시기입니다.

[김상호 사회자]
이제 외국인 노동자 100만 시대를 넘어 다민족 국가로의 전환이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우리가 같이 살 준비를 위해 어떤 지점이 더 필요한지 마무리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희정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 집행위원장]
한국도 과거에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해외로 나갔던 역사가 있습니다. 70년대 독일 광부와 간호사, 80년대 중동 건설 현장 등 우리도 이주 노동의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가 당시 독일보다 더 나은 인권과 노동권을 이주민들에게 보장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일본이나 유럽도 이주민 유치 전략을 펼치는 상황에서, 한국이 단기 순환형 비자 정책만 고수한다면 국가 유지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뚜안 님의 죽음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깊이 성찰하고, 이것이 실질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이승협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
세 가지만 덧붙이겠습니다. 첫째, 유럽과 미국의 규제 강화는 주로 '난민'에 대한 문제이지, 자신들이 필요해서 데려온 '이주 노동력'을 우리처럼 대우하는 나라는 드뭅니다. 

둘째, 그동안의 다문화 정책은 결혼 이주 여성에게만 집중되었을 뿐 이주 노동자를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정책은 거의 없었습니다. 같이 밥 한 끼 먹는 정도의 이벤트성 정책이었을 뿐입니다. 

셋째, 우리 사회가 다문화를 바라보는 관점이 여전히 자기 중심적입니다. 우리가 해외에 사찰이나 교회를 세우는 것은 자부심을 느끼면서, 외국인이 국내에 이슬람 사원을 짓는 것은 소음과 악취로 치부합니다. 상호 간의 벽을 깨고 다른 문화를 인정하는 개방성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적 갈등은 심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구 이슬람 사원 문제도 이런 문화적 충돌이 조정되지 못한 사례입니다. 앞으로는 일방적이 아닌 상호 소통하는 방식의 다문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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