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붉은 말의 해, 우리 사회가 힘차게 달리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가 바로 저출생 문제입니다. 해마다 추락하던 출생아 수가 2024년부터 소폭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길었던 저출생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는 기대도 나오지만, 일시적인 반등에 그칠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됩니다. '토크ON'에서는 출생아 수 반등이 가진 의미를 살펴보고 저출생 대책을 점검하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엄기복 대구일생활균형지원센터장, 김세나 경북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 연구위원 나오셨습니다. 어서오십시오. 2024년 합계출산율이 9년 만에 반등했고, 2025년 합계출산율은 0.8명대로 올라설 전망이라고 합니다. 수치 자체는 다소 아쉽지만 출생아 수가 소폭 반등하긴 했습니다. 소폭 반등한 수치가 통계적으로 어떤 시사점을 지니는지 두 분께 먼저 말씀을 듣고 질문을 이어가겠습니다. 먼저 엄기복 센터장님 말씀해 주실까요?
[엄기복 대구일생활균형지원센터 센터장]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최저점은 찍고 상승하고 있지만, 의미를 부여할 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출생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육아에 대한 경제적 부담, 청년 세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절망감, 우리 사회의 경직성과 개인 권리 강화 등이 있고, 코로나라는 특수한 현상까지 더해져 최저점을 찍었다가 이제 회복세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가 아직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은 아니기 때문에, 환경이 바뀌지 않는 이상 지속적인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김세나 위원님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김세나 경북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 연구위원]
저는 일정 부분 의미가 있는 반등이라고 봅니다. 다만 엄기복 센터장님 말씀처럼 아주 오랫동안 지속되기는 어려운, 수년간의 기회가 주어진 회복세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인구 회복세는 기본적으로 인구 구조의 변화를 동반합니다. 현재 가장 출산이 활발한 30대 초반, 만 30세에서 34세 여성 인구가 코로나 이후 상대적으로 많이 늘었습니다. 이 연령대가 출산을 가장 많이 하는 시기이기도 하고,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해 온 여러 정책 효과가 누적되면서 나타난 결과라고 봅니다. 다만 인구 회복 폭 자체는 크지 않기 때문에, 정책 환경을 총력적으로 개선한다면 의미 있는 회복세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여전히 0.8명대로, 대체 인구 유지 수준인 2.1명에 비해 매우 낮고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따라서 일시적인 반등이나 등락 자체보다 장기적인 추세에 주목해 출생아 수와 출산율을 꾸준히 높여 나가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합계출산율과 출생아 수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젊은 세대가 사회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느냐에 대한 인식을 반영하는 지표라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저출생은 단순히 인구 감소만을 의미하는 문제는 아니지 않습니까. 지금은 초저출생 상황인데, 상황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엄기복 대구일생활균형지원센터 센터장]
가장 심각한 문제는 국가와 사회 공동체의 붕괴라고 생각합니다. 젊은 세대가 감소한다는 것은 공동체 유지를 위해 필요한 부담이 계속 증가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세금 인상, 부모 세대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돌봄 부담 증가, 전 분야의 고령화로 인해 세대 간 갈등이 심화할 가능성도 큽니다.
앞으로 이러한 부족한 부분은 산업과 실생활에서 AI와 로봇, 휴머노이드 등으로 보완될 수 있겠지만, 이를 개인이나 사기업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고 공동체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활용해야 사회적 합의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김세나 위원님, 추가로 말씀 주실 내용이 있을까요?
[김세나 경북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 연구위원]
초저출산은 지금은 지방 소멸의 문제로 보이지만, 결국은 국가 소멸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소 부정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단순히 개인이 아이를 낳지 않는 문제가 아니라 국가 유지 자체의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상황이 지속된다면 대규모 외국인 이민 정책까지 고려해야 할 수도 있고, 인구를 기반으로 한 교육과 산업 구조가 붕괴하며 사회 시스템 전반이 전면적으로 전환되는 위기 국면의 초입에 와 있다고 봅니다.

[김상호 사회자]
청년 세대가 결혼 하지 않거나, 결혼하더라도 아이를 낳고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출산을 망설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구조적인 문제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엄기복 대구일생활균형지원센터 센터장]
청년들을 만나보면 결혼 자체를 꺼리지는 않고, 아이도 두 명 정도 낳아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하지만 사회 환경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구조적으로 보면 성장 과정에서 어린이집, 초·중·고, 대학교를 거치며 사교육비와 학비를 부모에게 의존했고, 소위 명문대 진학을 목표로 준비해 왔지만 진학 이후에도 취업의 벽에 부딪히게 됩니다. 진학에 실패하면 사회적 실패자로 인식될 것 같은 부담도 큽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본인 역시 자녀를 낳아 같은 부담을 지우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생기고, 대학 졸업 이후에도 취업이 어렵거나, 취업을 하더라도 경직된 조직 문화로 인해 오래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 연애나 결혼 자체에 부담을 느끼게 됩니다.
결혼을 하더라도 주거 문제가 큰 장벽입니다. 살 만한 집을 마련하려면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여력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출산은 나중으로 미루게 되고, 미혼·비혼·딩크족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됐다고 봅니다. 이러한 상황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과 사회 환경이 조속히 조성돼야 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김세나 위원님께서는 구조적인 문제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김세나 경북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 연구위원]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지금의 청년 세대는 기성세대와는 굉장히 다른 환경에서 자라났고 가치관도 다릅니다. 기성세대에게 결혼은 특별한 사유나 확신이 없어도 대부분 하는 일이었다면, 지금 세대는 분명한 확신과 이유가 있을 때 결혼을 선택합니다.
제가 만나본 청년들을 보면 절반은 결혼에 관심이 없고, 절반은 관심이 있습니다. 그런데 결혼에 관심 있는 이 절반이 모두 결혼을 하느냐 하면, 그렇지 못합니다. 직장을 잡고 안정돼야 하고 집도 마련해야 하며, 본인이 원하는 삶의 수준에 부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결혼을 원하는 청년들조차 결혼을 하지 못하고 적령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출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의 성취와 삶, 가치관이 존중받기를 원하는데, 우리나라의 결혼·가족 문화는 여성에게는 큰 압박으로, 남성에게는 주거와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그래서 결혼과 출산은 청년들에게 자신의 삶과 정체성을 위협하는 매우 큰 인생 이벤트로 다가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한 기성세대의 이해가 부족해 “돈을 3억 원 주면 되지 않느냐?”, “집을 주면 되지 않느냐?”라는 식의 접근이 반복되는 점이 큰 아쉬움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출산·육아 정책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늘어났습니다. 국가가 예전보다 많이 지원하고 있다는 인식도 있는데, 정작 젊은 세대는 실질적인 도움을 체감하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정책은 많지만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엄기복 센터장께서는 체감도가 낮다는 지적과 현실과 정책 간의 괴리를 어떻게 보십니까?
[엄기복 대구일생활균형지원센터 센터장]
우리나라의 출산·육아 관련 정책은 상당히 많습니다. 중앙정부 정책뿐 아니라 광역·기초지자체 정책까지 모두 합치면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지원 사업이 있습니다.
그런데 체감도가 낮은 이유는 이러한 정책이 청년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청년들은 사회에서 바쁘게 생활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정책은 행정 사무실에 머물러 있어 스스로 찾아가지 않으면 이용하기 어렵습니다. 과거에는 출산과 육아를 가족이 전적으로 책임졌지만, 지금은 사회가 돌보지 않으면 출산과 육아가 불가능한 시대입니다. 따라서 청년의 삶과 행정에 머물러 있는 정책을 연결하고 전달하는 인력과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김상호 사회자]
김세나 위원께서는 이런 지적에 동의하십니까?
[김세나 경북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 연구위원]
그런 측면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보고 싶습니다. 제가 아이를 낳고 키웠을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제도적으로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럼에도 청년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근본적인 어려움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핵심은 결국 노동시장입니다.
여성이 결혼과 출산 이후에도 커리어와 소득을 유지할 수 있는 안정적인 삶이 보장돼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극도의 긴장 속에서 아이가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직업 상실이나 소득 감소의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이는 일부 대기업이나 공공 부문을 제외한 대부분의 가정이 겪는 현실입니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여전히 매우 경직돼 있습니다. 해외 사례를 보면 출산 이후 노동시간을 줄이더라도 정규직 지위를 유지하고, 이를 수용하는 조직 문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중소기업 비중이 높고 이러한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합니다. 결국 노동시장 구조가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에 체감도가 낮은 것이라고 봅니다.

[김상호 사회자]
국가는 저출생을 국가적 재난으로 규정하고 총력 대응을 강조해 왔습니다. 지금까지의 정책 가운데 어떤 효과가 있었다고 보시는지요? 김세나 위원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김세나 경북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 연구위원]
우리나라는 2005년부터 저출산 대응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약 20년이 지났습니다. 여전히 어렵지만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초기에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중심으로 무상 보육이 빠르게 확대돼 현재는 사실상 전면 무상 보육에 가까워졌습니다. 최근에는 육아휴직 제도도 크게 확대됐습니다. 물론 중소기업, 자영업, 비정규직 등 노동시장의 상당 부분에서 여전히 제도 접근성이 낮다는 양극화 문제가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의 혜택을 받는 인구는 크게 늘었고, 늘봄학교 등 초등 돌봄 분야에서도 진전이 있었습니다. 어린이 의료비 지원과 지자체 차원의 다양한 인구 정책도 확대됐습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정책적 진전은 분명히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엄기복 센터장께서는 어떤 정책에 주목하고 계십니까?
[엄기복 대구일생활균형지원센터 센터장]
전체적으로 보면 저출생 문제 대응에 투입된 예산이 200조에서 300조 원에 이르지만 효과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통계적으로 보면 임신·출산·육아 관련 제도 이용률은 증가하고 있습니다. 질적으로 보면 소규모 중소기업에서도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신청하면 경영 부담이 있음에도 어느 정도는 허용하는 분위기로 변화했습니다.
다만 기업 규모와 경영 여건, 조직 문화에 따라 편차가 매우 큽니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기업부터 열악한 환경의 사업장까지 천차만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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