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아 수가 2024년부터 2년 연속 소폭 반등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일·가정 양립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공공 부문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육아휴직은 정착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비정규직과 자영업자, 중소기업 종사자들에게는 여전히 제도의 문턱이 높다는 평가가 많기 때문입니다. <토크ON>은 출생아 수 반등을 계기로 저출생 대응책의 실효성을 더하기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논의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여전히 출산과 육아의 부담이 여성에게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일·가정 양립 정책이 보다 실효성 있게 작동하려면 어떤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김세나 경북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 연구위원]
육아휴직은 공공 부문과 대기업 정규직에서는 비교적 잘 작동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비정규직, 자영업자, 중소·소기업 종사자들인데, 이들이 체감적으로는 40~50%로 우리나라 노동자의 상당 비중을 차지합니다. 특히 지방에서는 소규모 자영업자도 많죠. 그래서 지자체 정책으로 지금 국가 정책이 아직 나가고 있지 못한 부분을 많이 보완해 주고 있습니다.
그다음에 아이를 키우는 데는 단기간, 일정 기간 육아휴직만 해서 되는 게 아니라 복귀해서 유연한 근무를 해야 하는데,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복귀했어? 그러면 9시에서 6시까지 정규 근무를 해야지"라는 인식이 굉장히 강합니다. 왜냐하면 만약 해당 여성이 중요한 일을 맡고 있고 10시에 출근해서 5시에 퇴근한다고 하면 회의도 늦게 해야 되고 여러 가지 일정도 맞춰야 해서 굉장히 불편해하십니다.
그래서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 또 남성들과 함께 우리가 근무하고 있다는 인식이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확산돼야 이런 자유로운 탄력 근무 같은 것도 가능해서, 아이는 한 번에 자라지 않습니다. 고등학교 될 때까지는 부모의 계속적인 관심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우리나라 사회의 노동 정책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센터장님, 제도 시행 초기보다 육아휴직에 대한 인식은 많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는데, 현장은 어떻게 보십니까?

[엄기복 대구일생활균형지원센터 센터장]
대구 지역 기업들을 보면 육아휴직은 어느 정도 정착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유연 근무는 이제 시작 단계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육아휴직 이용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고, 특히 남성 육아휴직이 늘고 있다는 점은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다만 유연 근무나 워라밸 지원은 권고 사항에 머물러 있어 기업의 경영 마인드와 조직 문화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아직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일·가정 양립 문화를 만들기에는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저희는 ‘청년 정착 워라밸 기업 문화 조성 사업’을 통해 조직 문화 개선과 소통 공간 조성 기업을 지원하고, 청년들을 우수 기업과 매칭하는 사업을 추진해 일정 성과를 거뒀습니다. 앞으로는 청년의 삶을 안정시키는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지역 정착과 출산율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플랜도 물론 수립해 추진하겠습니다만, 당장 급박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지원책에도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국가나 지자체가 당장 시도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현금성 지원’이 많습니다. 하지만 현금성 지원이 능사는 아니라는 비판도 적지 않은데요. 김세나 박사님 보시기에 정부와 지자체의 현금성 지원, 그리고 의료 지원 방식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김세나 경북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 연구위원]
현금 지원도 필요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데는 실제로 돈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정부에서는 아동수당이나 부모 급여 등,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경제적 지원을 확대해 왔습니다. ‘아이를 낳으면 돈을 줄 테니 낳아라’가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기초지자체의 경우 인구 감소 위기 때문에 아이를 낳으면 1,000만 원을 지급하는 곳도 있습니다. 저의 경우 아이가 셋인데, 둘째를 낳았을 때는 월 5만 원씩 24개월, 셋째는 월 20만 원씩 18개월 동안 지원을 받았습니다. 맞벌이 가정이었지만 그런 지원을 받았을 때의 느낌은 ‘지자체가 도와주는구나’라는 고마움이었고, 금액이 아주 크지는 않아도 양육에 실제로 도움이 됐습니다. 이처럼 일정 기간 양육비 수준으로 국가나 지자체가 지원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양육비 지원 때문에 출산을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신중하게 설계돼야 할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엄기복 센터장님께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엄기복 대구일생활균형지원센터 센터장]
저는 정책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삶의 안정을 위해 지원하는 현금성 정책은 비판할 필요가 없지만, 일시적이고 단발적인 현금 지원은 효과가 크지 않은 정책이라고 봅니다. 반면 의료 지원이나 생활에 필요한 정책은 더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의 저출생 대책 회의에 가보면 “출산하면 1억 원씩 주면 아이를 많이 낳지 않겠느냐”라는 농담 섞인 이야기도 나옵니다. 그런데 청년들에게 물어보면 “아이를 낳아 대학까지 키우는 데 최소 3억 원이 드는데, 그 정도 준다고 출산하겠느냐”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일시적이고 정치적이며 시혜적인 정책은 효과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정치적 보여주기식 정책이 많았고, 그 결과 실패를 반복해 왔다고 봅니다. 앞으로는 이런 정책을 정리하고, 김세나 박사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수당 등 청년의 안정적인 삶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이제 실효성 있는 정책의 방향을 논의해야 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 대구시는 인구 230만의 대도시이고, 경상북도는 농업과 임업 기반 지역으로 삶의 조건이 다릅니다. 그렇다면 저출생 대책 역시 지역 특성에 맞게 달라져야 할 텐데요. 김세나 박사님, 경상북도의 상황을 고려할 때 저출산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김세나 경북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 연구위원]
경상북도는 2024년 초부터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강한 의지를 보였고, 실제로 예산과 정책도 적극적으로 투입하고 있습니다. 대구처럼 의료 인프라가 밀집된 지역에서는 체감이 덜할 수 있지만, 경북은 면적이 넓어 출산과 소아 의료 인프라가 매우 부족합니다.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과 대도시를 동일한 기준으로 정책을 설계하는 것이 국가 정책의 한계입니다. 경북에서는 출산하려 해도 안전한 병원을 찾는 것부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경북 정책은 의료 인프라, 출산·양육 인프라, 산모 지원, 신생아 집중 치료 센터, 고령 산모 지원 등에 집중돼 있고, 아픈 아이 긴급 돌봄 지원센터 같은 정책도 일부 지역에서 시행 중입니다. 아이가 아플 때가 부모에게 가장 힘든 순간인데,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어 결근이 어려운 현실에서 이런 지원은 큰 도움이 됩니다. 이러한 국가 정책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정책들은 지속돼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국가 정책으로 승격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엄기복 센터장님, 대구시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어떤 방향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엄기복 대구일생활균형지원센터 센터장]
경상북도의 ‘저출생과의 전쟁’ 선포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심을 환기하고 시민들을 각성시키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대구시도 이처럼 선언적인 방향성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실효성을 위해 저는 세 가지 방향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직장, 주거, 문화입니다.
첫째는 직장입니다. 시설 환경과 조직 문화가 지나치게 경직돼 있어 청년들이 취업 후 정착하기 어렵습니다. 조직 문화 개선에 대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둘째는 주거입니다. 직장과 가까운 주거, 출퇴근이 쉬운 주거 환경이 마련돼야 합니다. 셋째는 청년 문화입니다. 청년들이 즐기고 소통하며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직장과 주거지 인근에 있어야 합니다. 이런 조건이 갖춰질 때 청년이 머무는 도시가 되고, 저출생 대책도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가족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가족 형태 외에는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이 남아 있습니다. 비혼 출생이나 한부모 가정도 충분히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다는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데요. 김세나 위원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김세나 경북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 연구위원]
우리나라는 과도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유럽처럼 비혼 동거 출산이 일반화된 사회와는 정서가 다릅니다. 우리나라의 비혼·미혼 출산은 대체로 20대 초반, 계획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경제적·사회적으로 불안정한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를 지향하는 소수의 삶을 존중하는 사회적 기반은 필요하지만, 실제로 발생하는 미혼 출산 가정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복지 정책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결혼 자체보다는 결혼에 따르는 가족적·유교적 부담이 완화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법적 혼인 관계가 아니면 정책 혜택에서 배제되는 문제도 있는데요. 엄기복 센터장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엄기복 대구일생활균형지원센터 센터장]
우리 사회가 얼마나 경직돼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함께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삶의 형태를 비난하거나 배제하는 문화는 바뀌어야 합니다.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고, 다양한 가족 형태가 국가와 사회에 도움이 된다면 제도적으로 수용해야 합니다. 최소한 차별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은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끝으로 출생아 수가 2년 연속 소폭 반등한 지금의 흐름을 일시적 현상이 아닌 인구 정책의 전환점으로 만들기 위해 어떤 고민이 필요할지 말씀을 듣고 마무리하겠습니다. 김세나 연구위원님부터 말씀해 주시죠.
[김세나 경북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 연구위원]
우리나라 인구는 2030년대 후반 급감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약 10년의 골든타임이 남아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출산율 반등뿐 아니라 노동시장 구조, 여성의 경력 유지 등 근본적인 문제를 국가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지자체가 이를 선도하는 시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엄기복 대구일생활균형지원센터 센터장]
그동안 정치적 접근의 저출산 정책으로 많은 실패를 겪었습니다. 앞으로는 청년들이 지역에서도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워라밸이 가능한 직장 문화와 포용적인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국가와 지자체가 청년의 안정된 삶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다면, 정착과 출산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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