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국정 설계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모습입니다. 특히 국정기획위원회 출범과 함께 새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 방향성과 강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내각 인선과 관련해서는 국민 추천제가 긍정적 평가받았지만, 지역 인재 소외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한편, 국민의힘은 TK 3선 송언석 의원을 새 원내대표로 선출했지만, 당내 계파 갈등이 계속되면서 쇄신 논의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월간정치>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방향성과 국민의힘 쇄신 가능성을 짚어봅니다.
[김상호 사회자]
이재명 정부 출범 후 3주가 지났는데요. 방향성과 과제를 짚어보겠습니다. 새 정부의 국정 철학과 청사진, 어떻게 보십니까?
[김현권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재명 대통령이 지사 시절 공약 이행률이 90%가 넘었다고 본인이 자랑하고 있고, 언론에도 자주 보도됩니다. 그렇다면 지금 선정되는 국정과제는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하지만 시도 단위의 업무와 국가 차원의 과제는 차원이 다르기에 과연 90% 이상 수행할 수 있을지 걱정은 있습니다. 그럼에도 최근 대통령이 굉장히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고, 공무원 보고에 대해 "이렇게 보고하면 되겠느냐, 다시 준비해서 보고하라"라고 말할 정도로 압박과 장악력을 보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현재 진행 과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입니다. 현재 저성장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국민의 삶 전체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이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미래 먹거리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국정과제 선정의 핵심이 될 것입니다. 우리 지역도 대구·경북의 미래 산업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박재일 영남일보 논설실장]
지금은 일종의 ‘동거 내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 정권, 다른 정당에서 임명한 장관들과 이재명 대통령이 함께 일하는 구조죠.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보기 드문 사례입니다.
저는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으로서는 출발이 쉽지 않을 수 있지만, 자신과 대척점에 있었던 장관들과 며칠이든 한두 달, 길게는 석 달 정도 함께 일하면서 대화해보는 것 자체가 ‘정치적 숙련도를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적이지만 오히려 배울 점이 있을 수도 있죠.
이재명 정부는 국정기획위원회를 만들어 국정과제를 선정하고 있는데요. "이제는 내 정권이다, 내가 원하는 철학을 대한민국 실태에 투영하겠다"라는 선언이라고 봅니다. 개혁 드라이브를 예고하는 것이고요.
한편으로는 이재명 대통령이 기본소득이나 분배 같은 본인의 정치 철학을 일정 부분 감추거나 누그러뜨리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나 국정기획위원회에서는 자신들이 원하던 정치 철학이나 경제 정책의 근본 원리를 다시 끌어낼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사회가 진보 쪽으로 나아갈 수도 있고, 논쟁적인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겠지만, 새로운 이슈가 등장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정부 1호 법안이 '내란', '김건희', '채 상병' 관련 3대 특검법 의결이었습니다. 특검팀 인선도 거의 끝난 것 같고요. 이제 본격적으로 가동될 텐데요. 3대 특검 어떻게 보십니까?
[박재일 영남일보 논설실장]
저는 솔직히 부정적으로 봅니다. 우선 '내란' 부분을 보면, 결론적으로 국민적 심판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상황이에요. 특정 권력 집단이 쿠데타를 일으켰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잖아요. 해당하는 사람들을 나중에 감옥에 보낼 수도 있겠지만, 민주사회라면 위법을 국민이 판단하고, 선거를 통해 정권을 교체하는 것이 가장 민주적이고 바람직한 방식입니다. 그게 지금 우리나라가 겪은 상황입니다. 이미 국민적 심판이 있었는데, 정치적으로 그걸 자꾸 들추는 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두 번째로는, 지금 이재명 정권이 권력을 잡았잖아요. 권력을 잡았다는 것은 법무부 산하 모든 검찰·수사기관을 사실상 손에 쥐게 된다는 뜻입니다. 물론 '손아귀에 쥔다'라는 표현은 다소 거칠지만요. 그런 상황에서 굳이 특검을 설치할 필요가 있을까요? 기존의 공조직도 있고, 사조직과 유사한 특검 조직도 또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차라리 정권을 잡았으면 특검법 자체를 추진하지 않고, 기존의 조직인 공수처든 경찰 수사본부든, 검찰 특별수사본부를 활용하면 됩니다. 그리고 이 사안은 '내란'과 '계엄령' 후 어지러운 상황 속에서 수사기관들이 저마다 공을 세우겠다고 달려들었던 일이기도 합니다. 사안을 덮으려는 것이 아니라, 이미 권력이 바뀌었으니, 각 기관이 자기 정치적 영향력을 부각하려는 조직의 논리나 개인의 논리가 작용한 측면도 있었기 때문에 특검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채 상병 특검'에 대해서는 특히 유감입니다. 유가족의 아픈 마음은 이해하지만요. 이 사건이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와 관련이 있다고는 해도, 정말 우리가 2년 넘게 국민적 논쟁을 이어가야 할 사안인가 하는 점은 되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과연 무엇이 문제였는가도 다시 짚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현권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저는 세 가지 특검법이 동시에 통과된 것이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중대한 사태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묻고, 정리할 것은 정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또, 특검을 통해 시기를 압축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빠르게 정리하고 넘어가야 하거든요. 앞서 국정과제 얘기도 나왔지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계속 '내란'을 비롯한 과정을 붙잡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특검을 통해 이 시기를 압축해서 정리하고, 저는 내년 지방선거 전에 모든 일이 끝나야 한다고 봅니다. 이건 길게 끌어서 될 일이 아니에요. 그런 점에서 특검은 이 문제를 마무리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이재명 정부의 내각 인선이 다소 늦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국민 추천제’를 가동하기도 했는데, 새 정부 인선 과정과 지금까지 드러난 내용들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김현권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저는 이재명 대통령이 어떤 인사 기준을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인사를 단행할지 매우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과연 '토사구팽'을 실현할 수 있을까 하는 점도요. 그런데 ‘토사구팽’이 결코 부정적인 의미만은 아닙니다. 권력을 획득하는 과정에 필요한 인물과 획득 이후 국정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인물은 서로 다르거든요. 기준이 완전히 다른데 이를 실현하는 것이 진정한 토사구팽입니다.
그동안 민주당 정치 과정에서 최고위원 중에는 친위부대처럼 보이는 인물들도 많이 있었는데, 국정 운영에서는 과연 어떻게 인선할지 정말 궁금했어요. 그런데 현재까지는 꽤 잘하고 계신다고 봅니다. 강훈식 비서실장으로, 우상호 정무수석을 임명한 것도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경제 관료 중에서도 김용범 등 실력 있고 신뢰받는 인사들을 등용했더군요. 여기까지는 잘해오고 있는데, 앞으로 이 기조가 지속해 유지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그런 면에서 국민 추천제를 활용하려는 시도는 본인의 정치적 상황을 지혜롭게 돌파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고,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박재일 영남일보 논설실장]
지역적 관점에서 보면 수도권에 인재가 너무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인재 등용의 80~90%가 거의 서울 사람들입니다. 서울에서 왔다 갔다 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죠. 그러니까 예를 들어 대구에서 고등학교만 나왔어도 '지역 인사'라고 부르는 실정입니다. 그만큼 지역적 소외가 이번 정권에서도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고향이 같은 사람들이 장차관이 되고 대통령실에서 일하면, 지역에 이득이 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TK 출신 혹은 광주나 부산에서 실제로 살고 언론이나 경제, 학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지역 인사들을 이재명 대통령이 좀 더 과감히 등용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런 부분에서는 적극적이었잖아요. 윤석열 대통령도 우동기 지방시대 위원장을 대구 출신으로 등용한 바 있습니다. 이런 식의 인사가 많아질수록 대한민국이 수도권 중심 시각을 넘어설 수 있고, 국가 전체의 경제성장률과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현권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노무현 대통령은 지방 인재 등용에 굉장히 적극적이셨습니다. 국가균형발전이나 행정수도 이전 같은 파격적인 지방 중심 정책을 추진하셨죠.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이 부산이었기 때문입니다. 지방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깊었던 분이었죠.
반면, 이재명 대통령은 경기도를 기반으로 정치를 해오셨습니다. 경기도는 지방이라고 보기엔 사실상 수도권화가 완전히 이루어진 곳이기 때문에, 지방 인재 등용이나 지방화 전략에 대해 얼마나 관심과 실행 의지가 있을지는 사실 우려가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대구·경북도 먼저 문을 열고 생각을 나누며,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정책에 우리 의사를 반영하려고 노력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국민의힘은 최근 원내대표로 TK 3선 송언석 의원이 선출됐습니다. 권성동 원내대표 사퇴로 치러진 이번 새 원내대표 선출 결과가 국민의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두 분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박재일 영남일보 논설실장]
저는 국민의힘이 솔직히 좀 우려스럽습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21%까지 내려갔다는 결과가 있었죠. 더불어민주당은 46%고요. 물론 정권 교체기에 새 정부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이 반영된 시기이니 그런 수치가 나올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됩니다. '그래도 21%나 되네'라든가, '야당이 됐으니 이제 좀 쉬자'라는 식의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을지 두려운 거죠. 국회의원 총선이 3년 남았다고들 하는데, 만약 총선이 2025년 연말이나 2026년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다면 지금처럼 행동하지는 않을 겁니다.
두 번째로 제가 특검과 관련해 여러 번 말씀드린 적도 있지만, 국민의힘은 이제 '특검은 안 된다'라는 식의 태도를 버려야 합니다. 국민의힘 출신 대통령이 헌정질서를 위반해 파면된 상황이잖아요. 그렇다면 역사적 무게감을 인식하고, 국민 앞에 솔직하게 사과하고 반성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선거 시기에는 그렇다 쳐도, 지금이라도 당론을 철회하고 국민 앞에 새롭게 고개 숙이는 게 왜 어려운 일인가요? 이건 언젠가 역사의 평가를 받을 문제인데요. 지금이라도 쇄신 작업이 필요합니다.
선거 시기에는 전략상 그러지 못했더라도, 이제는 정리해야죠. 김용태 위원장이 제안한 혁신안 5가지도 있잖아요. 몇 개라도 반영해 진정성을 보여야 합니다. 아니면 새로운 혁신위를 꾸리든지,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국민의힘은 전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국민의힘이 왜 저러나 싶기도 하고, 오히려 '잘하려고 저러는 건가?' 싶은 생각까지 듭니다.
[김현권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전체적으로 봤을 때, 국민의힘은 당분간 큰 어려움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그 이유는 지난 정치 과정에서 국민에게 두 가지 의문을 남겼기 때문입니다. 첫째, 국민의힘이 과연 민주적인 정당인가? 둘째, 보수 정당으로서 헌정질서를 수호할 의지가 있는가? 두 가지 질문에 대한 해답을 내놓지 않는 한, 국민의힘은 정당으로서 내부적으로 계속해서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저는 국민의힘이 쇄신하고 변화해야 대한민국 정치도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당 내부의 의사결정 구조가 매우 부실했습니다. 여야가 협의한 사항도 당내에 가져가면 번복되기 일쑤였는데, 의원들의 논의가 아니라 외부의 판단에 따라 번복되는 구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을 얘기할 때 반복해서 나오는 말이 '박심', '윤심'입니다. 이런 단어들이 정당을 좌우하는 구조는, 더 이상 국민의 의식 수준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정당이 이런 작동 원리를 극복하지 못하면 성숙한 정치조직으로 성장할 수 없습니다.
제가 국민의힘 관련해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건, TK 지역 유권자들의 무조건적인 지지에 따른 문제입니다. 정치인은 선거를 통해 평가받고, 필요하면 '선거 치료'를 받아야 성장합니다. 그런데 이 지역 유권자들은 정치인의 어떤 행보에도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주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국민의힘이 만들어진 겁니다. 이제는 유권자들도 책임 의식을 갖고 선택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국민의힘이 보수 정당으로서 다시 신뢰를 회복하고 건강한 정당으로 자리 잡기 위한 개선 방안이 무엇인지 두 분 의견을 듣고 마무리하겠습니다.
[박재일 영남일보 논설실장]
국민의힘 정치인들, 그러니까 국회의원을 포함한 보수 정치인들은 전반적으로 '현장'에 약하다고 봅니다. 이론, 교육 시스템, 반듯한 자세 등은 잘 갖춰져 있는데, 민생 현장이나 시민의 일상에 뿌리를 둔 정치는 부족하다는 거죠. 정치는 현장에서 나오는 것이고, 좋은 정책이나 정치 철학도 그런 현실을 바탕으로 나와야 합니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지나치게 관료화되어 있습니다. 검사, 변호사, 고위공무원, 교수 출신들이 당을 구성하고 있죠. 이런 이미지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필드로 나가야 합니다. 잡초처럼 현장에서 성장한 정치인들도 국민의힘 내에 더 많아져야, 당이 더 풍성하고 건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현권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저는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면, 대구·경북 지역에서 국민의힘 정치인들과 공개 토론을 해보는 겁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잘 나오질 않아요. 제발 좀 나와서, 국민 앞에서 두들겨 맞을 이야기도 듣고, 토론도 하면서 지역 문제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소통했으면 합니다. 그게 바로 정당이 책임 정치를 수행하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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