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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ON] ① 축제는 지역을 살릴 수 있을까?

김은혜 기자 입력 2025-05-26 10:30:00 조회수 38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는 지역축제가 2024년을 기준으로 1,170개에 달합니다. 여러 지자체가 크고 작은 축제를 통해 생활 인구를 늘리고 관광 산업 확장에 나서고 있는데요. 호평받고 성공하는 사례가 생겨나기도 하지만, 단순 행사에 그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5월을 수식하는 여러 표현 중 하나인 '축제의 계절'을 맞아, 토크ON은 축제가 지역을 살리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살펴보고, 지속 가능한 발전 방안을 토론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김병국 대구대 호텔관광경영학부 교수, 이창원 인디053 대표 나오셨습니다. 전체적으로 살펴보기 전에 우리 대구 지역의 대표 축제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최근 개최된 ‘판타지아 대구페스타’는 원래 열리던 11가지 축제를 하나의 브랜드로 통합해서 봄과 가을에 개최하는데요. 축제의 콘텐츠 구성과 개최 방식, 한번 짚어보고 가겠습니다. 김 교수님, 기본적으로 이렇게 축제를 통합 진행하는 것과 콘텐츠 구성 방식 어떻게 보십니까?

[김병국 대구대 호텔관광경영학부 교수]
11개 축제가 통합되다 보니까 개별 축제 간의 브랜드 인지도가 약간 저조한 측면이 나타나고 있고요. 개별 축제가 여러 개 동시에 진행되다 보니까, 축제 간 연계할 수 있는 구조가 상당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통합 진행하는 것 쪽에 그렇게 높은 점수를 주시는 것 같지는 않은데, 개별 축제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들이 사라져서 특히 그렇습니까?

[김병국 대구대 호텔관광경영학부 교수]
네, 개별 축제 간 성격이나 특성 및 목적이 각각 다를 텐데요. 통합되다 보니까 개별 축제가 통합 브랜드에 희석되거나 개별 축제가 오히려 통합 브랜드를 희석할 수 있는 단점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꼭 통합 브랜드로 모든 축제를 묶기보다는, 개별 축제 간 유형에 따라 성격이 맞는 것들끼리 통합해서 진행하는 것이 조금 더 바람직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이창원 대표님, 축제를 통합한 이유가 있을 텐데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이창원 인디053 대표]
축제가 대구에도 매우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프로그램이 겹친다거나 일시와 장소가 겹치면서 참여하시는 시민 여러분이 헷갈리시고, 즐기시는 데 어려움이 있어서 이것을 ‘판타지아 대구 페스타’라고 하는 통합 브랜드로 만든 것입니다.

그런데 이걸 브랜딩만 해놓고 개별 축제를 새로 만든 게 아니라, 기존에 있었던 개별 축제를 물리적으로 결합한 형태입니다. 저도 지금 ‘대구 동성로 청년 버스킹’이라고 하는, 판타지아 대구 페스타에 들어가 있는 한 꼭지를 주관하고 있는데, 함께 축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아직은 조금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물론 축제와 결합해서 시너지가 날 수 있는 분야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공동 홍보나 관객 개발, 축제 스태프들에 대한 역량 강화라든지 이런 것들은 공유하는 것이 맞겠습니다만, 단순히 축제를 물리적으로 일시와 장소만 결합하는 데 그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런 부분들은 다시 고려해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우리 지역을 넘어서 전국적으로 알려진 대구의 대표적인 축제는 ‘대구 치맥 페스티벌’이지 않습니까? 올해로 벌써 13회째인데요. 나름대로 평가와 성과 분석도 해보면서 더 나은 축제가 되기 위해 어떤 점을 고민해야 할지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은데요?

[이창원 인디053 대표]
치맥 페스티벌은 대한민국 축제 역사에서 소위 말하는 ‘먹는 페스티벌’, 즉 식음료 축제 중에서는 한 획을 긋는 축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접근 방식, 주제 선정, 기획력에서도 굉장히 빛났던 축제고요. 벌써 10여 년이 지나면서 완전히 자리를 잡은 축제의 성과입니다. 문제는 치맥 페스티벌이 열리는 시기를 벗어나면, 대구에서 평소에 치맥 산업이나 관련 산업에까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고려해 봐야 할 것 같고요.

무엇보다도 치맥 페스티벌을 통해 만들어지는 여러 산업적 성과가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대구 지역사회에서 원활히 활용할 수 있도록 축제가 발전해야 하는데, 아직 거기까지 미치지 못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치맥 페스티벌은 산업 축제입니다. 소위 말하는 ‘돈을 벌어다 주는 축제’입니다. 관광과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축제를 통해 파생되는 여러 파생 산업에 대해서도 이제는 제대로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올해 치맥 페스티벌 사무국에서 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해 굉장히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시도와 도전에 대해 대구시가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 같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김병국 교수님은 치맥 페스티벌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김병국 대구대 호텔관광경영학부 교수]
이제는 치맥 페스티벌이 대구의 여름 축제로 자리매김한 것 같고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주요 성과로는 매년 100만 명 이상이 참가하면서, 축제에서 가장 크게 이야기되는 경제적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고요. 앞서 대표님께서 말씀하신 부가가치 부분, 치맥과 함께할 수 있는 지역 상권 등도 점점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또, 참여할 수 있는 업체들은 예를 들어 수제 맥주 관련 업체들도 확대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와 함께 앞서 말씀하셨듯이 아시아권으로 확대해 대형 여행 플랫폼과 연계하거나, 일본 방송사와 협업하는 시도들도 큰 성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조금 더 고려해야 할 부분은 일반 방문객과 달리 장애를 겪는 분들, 장애인을 대상으로 했을 때의 접근성 문제가 아직 미흡하다는 점입니다. 또 하나는 친환경 문제입니다. 다른 축제도 마찬가지겠지만, 먹거리 중심 축제에서는 다회용기 사용, 환경오염 및 쓰레기 문제 등 친환경적인 요소를 지속해서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최근 지역축제 중 기획력이 돋보인 축제가 김천의 ‘김밥 축제’입니다. 김밥 축제가 지난해 10월 처음 열렸는데요. 1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했고, 여러 곳에서 호평받았다고 합니다. 교수님, 성공 요인을 먼저 짚어주시죠. 그리고 기획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는지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병국 대구대 호텔관광경영학부 교수]
기획 단계에서 누구나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김밥’이라는 주제로 다가왔던 부분이 성공 요인의 큰 요소인 것 같습니다. 보통 축제를 이야기할 때 콘텐츠, 마케팅, 브랜드 등을 얘기하는데, 김밥 축제의 경우는 브랜드 파생력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또 하나는 김천시가 지자체 차원에서 준비하면서, 지역 내 이해관계자 간의 긴밀한 협력이 높았다는 점도 성공 요인입니다. 가족 단위 방문객을 대상으로 김밥이라는 주제를 활용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했고, 환경적인 요소도 함께 고려한 점이 좋았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이게 왜 김천이냐 했더니, ‘김밥천국’하고 관계가 있는 거죠?

[이창원 인디053 대표]
맞습니다. 디테일이 굉장히 빛났던 축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브랜드를 먼저 선점한 것도 있고, 교수님 말씀하신 것처럼 먹거리 축제에서 나올 수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들을 상쇄하기 위해 큰 노력을 했습니다. 특히 뻥튀기에 김밥을 담아서 접시 대용으로 사용하는 아이디어는 굉장히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전체적인 사회문화적인 추세에 부합하고, 이런 것에 맞춰가는 기획력이 돋보일수록 축제도 성공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렇게 성공한 사례도 있지만 같은 기획, 같은 주제라고 하더라도 성공적인 기획의 경우에는 성공적이었고, 단지 주제만 같다고 해서 우리도 하면 되지 않을까 해서 했는데 전혀 다른 결과를 냈던 것 중 하나가 라면 축제입니다.

다행히 우리 지역에서 열린 구미 라면축제는 대성황을 이뤘는데, 비슷하게 해봤던 부산 세계라면 축제는 아주 혹평받았습니다. 이것이 많은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어떤 걸까요?

[이창원 인디053 대표]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저도 축제를 기획하는 입장입니다만, 이렇게까지 방치해놓을 수 있을까 할 정도로 굉장히 놀랐습니다. 축제도 하나의 인격체입니다. 생로병사가 있거든요. 처음 태어난 축제 같은 경우에는 신생아를 다루듯이 엄청나게 많은 관심과 애정을 비롯해 시기에 맞는 투자들이 들어가야 하는데, 부산의 라면 축제 같은 경우에는 전혀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구미와 부산을 비교해 보면 ‘축제에 지역민들이 얼마나 애정과 관심이 있었느냐?’ 여기에서 처음부터 성패가 결정 났다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아주 좋은 비유인 것 같은데요. 처음에 축제가 정착하고 탄생할 때는 아기 키우듯이 온 마을이 다 참여해서 키워주듯이 관도 같이 하고 주최 측도 열심히 해서 키워야 하지만, 좀 크고 나면 자율성을 주는 게 더 낫지 않습니까?

[이창원 인디053 대표]
맞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교수님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왜 이런 차이가 났다고 생각하십니까?

[김병국 대구대 호텔관광경영학부 교수]
대표님 말씀하신 것처럼 축제 기획 단계부터 지자체나 이해관계자들의 관심이 크지 않았고, 축제를 성공적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도 아주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구미 라면축제의 경우 저희가 간접적으로 참여했는데, 부산에서 경쟁 축제가 생긴다고 해서 상당히 긴장했었지만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은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전반적으로 부실한 운영과 축제 준비의 미흡함이 원인인 것 같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축제는 대표님 말씀대로 브랜드 중 하나 아닙니까? 사실 선점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김천 말고 다른 데서 김밥 축제를 한다고 해도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김천이 처음 김밥 축제를 할 때는 사람들도 ‘김천하고 김밥하고 무슨 상관이 있나?’ 했지만, 시작한 계기는 지자체 공무원들부터 아이디어를 내서 ‘이거 정말 괜찮은 기획이다’라고 판단한 것이었죠. 전국 지역 축제 중 기획 측면에서는 많은 축제가 떠오르는데,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이창원 인디053 대표]
우리나라에서 축제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된 계기는 지방자치제가 시작된 이후입니다.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축제를 통해 지역 홍보나 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김천 김밥축제나 구미 라면축제처럼 성공적인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여러 문제가 있는데요, 교수님 말씀처럼 누가 먼저 아이템을 선점하느냐도 중요합니다.

사실 이제 나올 만한 건 거의 다 나왔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이제는 축제를 어떻게 숙성하고 지역 발전의 성장 동력으로 활용할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지자체들은 축제를 개최하는 데까지는 어떻게든 해냅니다. 하지만 축제를 통해 성과를 어떻게 파생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제도나 장치들이 미흡한 상황입니다.

[김상호 사회자]
지역축제 현황을 한번 짚어보죠. 축제는 예술 축제, 관광 축제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단순히 한 번 모이는 행사가 아닙니다. 지역 고유의 문화를 알리고,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공동체의 소속감을 공유하는 장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많은 축제가 단순 행사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교수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김병국 대구대 호텔관광경영학부 교수]
지역에서 축제가 단순 행사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기획 단계부터 단계별 접근이 필요합니다. 사전 단계에서는 기획에 관련 이해관계자, 지자체, 지역주민, 관련 업체 등이 참여해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과정이 필요하고요. 진행 단계에서도 현재는 대행사에 운영을 맡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 부분에서도 지역주민의 참여가 더욱 필요합니다. 축제가 끝난 후에는 잘된 점, 아쉬운 점을 평가하고, 향후 개선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하는 단계가 필요합니다.

[이창원 인디053 대표]
우리나라 축제가 만들어지는 구조에 문제가 있습니다. 대부분 정부나 지자체가 주최하며, 축제를 발주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발주에 대행사가 응하여 전체 축제를 집행하는 방식인데요, 필연적으로 ‘원청-하청’ 관계가 축제 사회에서도 작동합니다. 그러다 보니 지자체, 특히 지자체장의 요구와 상황에 맞춰 축제가 전락하기 쉬운 구조입니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짚고 수정하지 않으면, 전국 축제들이 비슷비슷한 형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축제 거버넌스가 지역사회에서 작동해야 합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축제를 함께 고민하고 성공시키기 위한 노력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 보니 축제가 많아야 일주일, 대부분은 2~3일 반짝하고 끝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지역축제가 안 되는 이유가 거버넌스 부재 때문이라는 말씀을 주셨는데, 지역축제를 담당하는 조직위원회나 이런 곳이 아닌 지자체장과 대행사가 축제를 주도하는 현실이 원인이라는 말씀이군요. 민간 주도 조직위원회 형식으로 외부 손님들을 초대하는 방식이 안 되는 이유는 산업적인 메커니즘 때문 아닐까요? 관에서도 그런 방식이 편하고, 관련 업체들도 기존 방식을 고수하려 하다 보니 민간이 끼어들 틈이 없는 건 아닙니까?

[이창원 인디053 대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축제 기금이 어떻게 만들어지느냐’입니다. 대부분 지자체 예산으로 펀딩되는 축제들이 많다 보니, 자연히 관 주도로 갈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두 번째는 문화예술 정책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축제는 문화예술 정책의 총화라고 할 수 있는데요. 우리나라의 경우 관이 많은 권한과 예산 행사권을 갖고 있어서, 축제의 헤게모니가 관 주도로 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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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혜 greatkeh@dgmb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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