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5월 29일과 30일에는 사전 투표가 이뤄졌고, 오는 6월 3일에는 본투표가 치러집니다. 이번 조기 대선은 12.3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지는 궐위 선거인데요. 요동치는 대선 정국을 지켜본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번 월간정치는 다가온 21대 대통령 선거를 전망하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박재일 영남일보 논설실장, 김현권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나오셨습니다. 두 분은 이번 대선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인식이 어떻다고 보시는지부터 듣겠습니다. 먼저 박 실장님, 어떻게 보십니까?
[박재일 영남일보 논설실장]
조금 스트레스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 직장이든 거리에서든 사적인 자리에서든 지금처럼 대통령 선거와 후보자의 선호도를 놓고 격렬하달까요? 감정의 이입이 심한 선거는 예전에도 있었습니다만, 이번에는 특히 그랬다는 것이고요.
두 번째로 아무래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절차가 빠른 속도로 정착돼 있었는데, 이번은 일종의 친위 쿠데타적인 성격이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은 일종의 정변이잖아요. 이것은 헌법이든 뭐든 절차에 없는 것이었고요. 그래서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사실상 보궐선거에 가까운 대통령 선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에서는 절차적 민주주의도 가장 중요하지만, 시기적으로도 정치성이 굉장히 중요해요. 언제 어느 시점까지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고 우리가 선거한다는 것이 정해진 룰대로 진행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국민 여러분께서도 혼선이나 감정 이입이 격해지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김현권 의원님 보시기에 국민이 이번 대선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김현권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선거라는 게 주권자의 시간이잖습니까? "오늘만 기다렸다." 그러니까 12월 3일부터 시작한 기이한 정국, 장기간 끌면서 국민이 생각하는 것과 너무나 다르게 진행되고 있는 한국의 정치 현실에 대해서, 유권자로서 응징의 투표를 하겠다고 기다린 마음들이 읽히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이건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성향을 보인 분들의 생각이죠.
또 한편으로 제가 12월 3일 이후 경북 주변에서 많이 들었던 얘기 중에 사실 놀랐던 게 뭐냐 하면요. 정말 상상 못 할 비상계엄, 군사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게 실패했고, 그런데도 주변에서 "하려면 제대로 하지" 이런 반응들이 꽤 많았어요. 저는 '이게 도대체 뭐지?'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여전히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나 헌정 질서가 유린당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는 분들이 다수 존재하고, 그 입장에서는 이번 선거가 상당한 정체성의 혼란 속에 치러지는 선거가 아닌가, 그렇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김 전 의원님,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이지 않습니까? 경북 지역 유세에도 직접 다니셨는데 지역에서 직접 만난 민심은 어떻습니까?
[김현권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민주당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시하는 강도와 빈도는 매우 높아졌어요. 유세하고 있으면 요즘 어디서든 사람이 많지는 않지 않습니까? 그런데 횡단보도를 지나가면서 아주 밝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어 주시는 분들, 지나가는 차량에서 창문을 열고 지지 의사를 표시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아서, 우리 지역 변화의 표심이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욕하는 분들도 정말 많아요. 지나가면서 손가락 욕을 하거나, 입 모양으로 욕하거나, 괜히 와서 시비를 거는 식이죠. 그런 분들도 의외로 많고요. 구체적인 행위로 보면 법 위반 행위들이거든요. 선거운동을 방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그런데도 문제의식 없이 그렇게 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 분들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오히려 측은한 생각도 듭니다. 우리가 경제적으로 부유해진다고 해서 인간이 성숙해지는 건 아니잖습니까? 어느 정도 내면이 성숙해야 하는데, 아쉬움도 느끼는 과정이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보수 지지층이 많은 우리 지역 유권자들은 특히나 후보 뽑을 때 고민이 좀 많이 됐을 것 같은데요. 지금 박 실장님 보시기에는 국민의 후보 선택 기준, 표심을 정하는 기준은 뭐였다고 생각하십니까?
[박재일 영남일보 논설실장]
지역에 국한해서 말씀드리기보다는 전국적으로 살펴보면, 우리가 아무래도 선거가 시작되기 전에 정치를 바라보는 태도에서 결정된 사람은 쉽게 말해서 좌·우파가 있는데, 죽었다 깨어나도 어느 한쪽을 찍어야겠다는 사람이 이미 있는 것이죠. 퍼센트가 그때그때 달라지는 것이니까 가늠하기는 힘들겠습니다만 일단 기존의 지지층이 있는 것이고요.
두 번째는 정당이나 후보를 둘러싼 총체적 이미지랄까 이런 것이. 그러니까 국민은 굉장히 분석적으로 여러 공약이나 이런 것들을 다 알고 찍는 것이 아니고요. 대강 후보가 해 온 것, 정당이 도모해 왔던 행위들이 나하고 맞는지를 종합적인 이미지로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선거가 본격화하면, 흔히 정치학 용어로 ‘카리스마’랄까 정치인의 매력, 후보자의 매력도가 작용합니다. 심지어는 잘생겼다는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는 거니까요. 옷을 잘 입는다든가 이런 것까지도 그런 부분들이 종합되는데요.
마지막으로 가면 선거에서는 구도가 지금 이준석 후보가 전 국민의힘 당 대표로서 뛰쳐나간 상황에서 사실상 3파전이 되고 있는데, 그 부분은 국민의힘이 좀 불리한 요소이기도 하고요. 한편으로는 보수 계열을 지지하시는 분들의 고민 강도를 높이는 요소이죠. 상당수가 어느 쪽으로 지지할까를 결정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어 보입니다.
[김상호 사회자]
지역적인 문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김현권 전 의원님?
[김현권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표심을 결정하는 가장 큰 변수는 제가 경북에서 오랫동안 정치 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것은 오히려 ‘관성’이다. 그러니까 사람은 정말 안 바뀌고 하던 대로 하는 습성이 매우 강하다는 것이고요. 그래서 이때까지 보수에 투표했던 분들은 쉽게 그 표심을 바꾸기 어렵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서도 어쩌면 TK는 전국적인 투표 현상과 다른 결과를 보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이고, 선거 막바지로 갈수록 또 보수로 결집하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것은 선거 결과가 나타났을 때 전국과는 다른 고립된 섬의 투표 현상으로 TK가 나타난다면 TK의 지역적 미래에 상당한 위험 요소가 될 수 있고요.
세상의 변화는 결국 나 자신의 변화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그런 고민을 많이 해야 하지 않나. 내가 바뀌어야 세상이 바뀌는 것이지, 세상이 바뀌어서 나의 환경이 변화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런 말씀을 한번 드려보고 싶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박 실장님이 보시기에는 대구·경북, 그리고 부산·울산·경남이라고 하죠. PK 지역 민심, 어떻게 보십니까?
[박재일 영남일보 논설실장]
선거 초반에는 결정을 못 했던 부동층이 커 보였는데요. 김현권 전 의원님 말씀대로 과거 관성으로 회귀하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선거가 막판에 이르다 보면 좌파 세력에 반발하며 지역 고유의 정치적 성향을 더욱 굳히는 결집하는 흐름으로 가는데요. 그런데 이게 하루이틀 진행된 상황이 아니니까, 지역적인 투표는요.
그러나 이게 고무적인 것인지, 아니면 정치적 무관심을 앞으로 유발할 소지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요. 대구·경북도 과거와는 달리 민주당 후보에 대한 우호적인 지지층이 생겨나고 있고, 지금 이재명 후보는 TK에서 30%를 목표로 하지 않습니까? 여론조사에서는 거의 30%에 육박하는 결과도 많이 나왔어요.
또 반대로 PK도 마찬가지지만 호남 쪽을 보면 예를 들어 국민의힘 쪽에서 선거운동을 하러 가신 분들이 예전에는 가면 거의 ‘왜 왔냐?’는 식으로 쳐다보지도 않고요. 선거운동원을 고용해도 가면을 쓰고 얼굴을 가려야 할 정도의 험악한 분위기였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가서 보니 당당하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고, 젊은 층은 ‘내가 김문수 후보를 지지할 수 있다’고, 지지한다고 떳떳하다기보다도 좀 유쾌하게 할 수 있는 선거 분위기가 조성되었다는 것은 과거와 다른 구도의 변수가 엿보이는 것 같고요.
시간이 지나면 물론 김 전 의원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관성의 법칙이 있어서 언제까지 갈지 모를 수는 있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지금의 기성세대가 다 물러나고 나면 이것도 부질없는 논쟁이 될 시점이 올 것 같아요.
[김현권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우리 지역에서 다수의 유권자가 사실상 보수 정당을 좋아하고 많은 지지를 해왔단 말입니다. 그런데 막연하게 보수라서 지지한다는 것보다는, ‘우리가 보수를 지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과거에 그래도 일을 잘하고, 경제를 성장시키고 국민 소득을 증가시키고, 우리 삶을 개선하는 데 실질적인 기여가 있었다고 평가했기 때문에 지지했다고 하면, 현재의 보수가 그러한가에 대한 정확한 점검이 있어야 하는데요.
이미 두 번에 걸친 대통령 탄핵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현재 TK에 기반한 보수 정치는 어쩌면 썩은 동아줄인 것이 명백해졌거든요. 그러한 부분에 대한 실체 인식과 명확한 주권자로서의 판단을 제공하는 게 선거여야 하는데, 좀 더 관심 있게 판단해 주셨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김상호 사회자]
그동안의 대선 정국, 선거 과정 한번 평가해 보겠습니다. 각 당이 이번 선거에 임하는 자세와 과정,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박재일 영남일보 논설실장]
이재명 후보는 여러 정책이나 정견 발표, 모든 걸 보면 굉장히 수세적이에요. 방어적이죠. 그러니까 여야 공수가 완전히 뒤바뀐 ‘특이한 선거'다. 당연히 지금 여야로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탈당했기 때문에 어쨌든 국민의힘은 집권 세력이고, 더불어민주당은 정권 탈환을 부르짖는 야당인데, 야당이 저렇게 선거운동을 하는 데 몸조심한다든가, 선거운동원을 보고 ‘겸손해라, 나서지 마라’, 심지어는 연단에 올라가서 춤도 추지 말라고 했다는 거예요.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것이고, 방어한다는 것이고요. 솔직히 TV 토론에서도 이재명 후보는 논쟁이 될 만한 발언을 아예 안 했어요. 그리고 본인에 대한 개인적인 어떤 공격이 들어오면, 아마 그 득표율이 감소하는 것을 감수하고라도 아예 언급 자체를 다른 대답으로, 동문서답해버리는 전략을 쓴 것을 봤는데요.
또 반대 측면에서 김문수 후보 쪽은 공격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고 있는 마당에 수비해서 축구에서 어떻게 이기겠습니까? 그런데 그 부분도 김문수 후보 쪽으로 봤을 때는 냉정히 보면 직접적인 포인트를 오히려 이준석 지렛대 정도가 여론 지지층이 좀 올라가는 모습이었지, 김문수 후보 본인의 자발적인 능력으로 확고히 돌파하는 모습은 조금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상호 사회자]
민주당이 ‘부자 몸조심’ 너무 많이 했다고 하는데 김현권 전 의원님,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김현권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선거를 유권자의 시간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정치가 평소에는 유권자의 민심과 자꾸 멀어지지 않습니까? 그런데 멀어지다가도 선거 때 유권자와 접촉이 강화되면서 다시 가까워졌다가, 이게 반복하는 주기적 현상이거든요. 그래서 선거가 있음으로써 정치가 민심과 화합하는 현상이 벌어지는 건데요.
그런 면에서 보면 이번에 민주당이 ‘경청 투어, 듣는 선거를 하겠다. 말하는 선거가 아니라 유권자에게 찾아가고, 유권자들의 마음을 읽고, 말씀을 듣는 선거를 하겠다’라고 기조를 잡은 건, 선거의 본질을 어쩌면 정확하게 이해하고 잘 선택한 전략이었다고 저는 보고요. 그런 과정에서 민심이 정치에 반영될 수 있는 동력도 확보하는 것이고. 그래서 말씀하신 대로 ‘부자 몸조심하는 것 아니냐?’라는 지적이 있을 수는 있으나, 기본적으로 선거에 임하는 자세는 이것이 더 옳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국민의힘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요. 후보 교체 시도를 이렇게 한 적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는데요. 박 실장님, 국민의힘의 후보 선정 과정 어떻게 보십니까?
[박재일 영남일보 논설실장]
국민의힘에서 후보 교체는 내일모레 선거인데 거의 후보를 쉽게 교체할 수 있다고, 새벽에 계엄 포고령처럼 새벽 3시에 새로 후보를 접수했으니까. 또 교체할 수도 있겠죠. 본 선거 필패로 나아간다면요. 그러나 이번 사안은 5월 3일 전당대회에서 김문수 후보를 뽑아 놓고, 한덕수 후보로 사실상 바꾸겠다는 것이잖아요. 이건 절차적 민주주의, 당내 민주주의도 굉장히 중요한 요인인데요.
이해해 보려 한다면 12.3 계엄령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이다가 헌법재판소 판결로 파면되는 와중에, 국민의힘 수뇌부인 친윤 쪽이 이성적인 판단력을 순간적으로 잃어버렸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본인들도 제가 보기에는 후회하고 있을 거예요. 그래서 있을 수 없는 일이고요. 이런 일들이 정당사에 자주 있게 된다면 곤란하겠죠. 계엄령처럼 한때 해프닝으로 봤으면 싶지만, 이것이 이번 대선 자체에 굉장히 데미지를 안고 있다. 만일이라는 가정은 없지만 제가 보기에는 국민의힘 후보 선출 과정이 좀 더 열려 있었다면, 후보가 공정하게 더 예쁜 모양으로 경선이 치러졌다면 사실 이번 대선 결과는 몰랐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김현권 전 의원은 어떻게 보십니까?
[김현권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번 사건은 국민의힘이 정당으로서의 기능이 마비된, 한국의 보수 정치를 대표하는 정당이 생명을 다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사건이라고 보고 있고요. 헌법에 정당 활동은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못 박혀 있습니다. 그리고 정당 활동이 민주적 질서에 위배될 때 해산 청구될 수 있다, 이렇게 되어 있거든요. 그렇게 보면 그건 결코 단순한 사건이 아니고 실정법뿐만 아니라 헌법 정신을 위배한, 나아가 해산 청구까지 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저는 이 문제를 굉장히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보고 있고요.
보수 정치, 보수가 나쁜 건 아니잖아요. 보수는 굉장히 기여한 바도 있고 의미 있는 가치임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보수 정치는 대한민국에서 썩은 동아줄, 더 이상 국민의 삶을 지탱하고 개척할 수 있는 정당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평가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선거 운동할 시간도 많지 않고, 전략이 통할 수 있는 시간도 많지는 않습니다만 지금 그래도 맨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는 각 당의 입장에서 이번 선거 과정에서 또 다른 전략, 쓸 수 있는 전략 혹은 어떤 관전 요소가 남아 있을까요?
[박재일 영남일보 논설실장]
제가 보기에는 사실상 장은 끝났어요, 선거운동의 측면에서는요. 그런데 그동안 분석해 보면 공통분모가 플래카드로 걸려 있는데, 이재명 후보는 ‘진짜 대한민국’, 그리고 김문수 후보는 ‘새롭게 대한민국’이죠. ‘대한민국’이라는 공통분모는 있어요. 지금 체제 안에서 선거하고 있는 것이고, 형용사 단어 ‘진짜’와 ‘새롭다’는 표현을 각자 포장하는 것 같아요. ‘진짜’는 그동안 가짜였고 이재명이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것이며, 지금 ‘내란 세력의 잔당을 진압하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지 않습니까? 국민이 얼마나 거기에 동의해 주느냐의 문제고요. ‘새롭게 대한민국’은 ‘우리가 다 잊고 김문수 후보 쪽으로 새로 시작해 보자’는 것이죠.
그동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야당이 30회에 이르는 탄핵 발의라든가 입법 폭주, 그리고 이재명 개인의 실질적인 방탄. 여러 법을 집권하면 더 고쳐서 만들겠다는 것이잖아요. 그런 부분에 대한 소구력이 김문수 후보 쪽에서 얼마나 강하게 밀어붙이느냐에 따라 좀 다를 수 있겠죠. 그게 관전 포인트라고 봅니다.
[김상호 사회자]
김 의원님, 남은 관전 포인트 뭐라고 보십니까?
[김현권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국민이 민주당에 표를 주려고는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구석이 있다면 현재 입법부를 장악하고 있는 상태에서, 그것도 매우 많은 의석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행정부까지 함께 장악했을 때의 두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민주당이 ‘결코 그런 정당이 아니다. 우리는 국민 대통합을 이룰 것이고, 차기 정부를 구성함에 있어서나 국정 과제를 펼침에 있어서나 사회 대통합을 이루는 데 있어 국민과 함께 가겠다’라는 점을 분명히 피력하는 것이 현시점에서 필요한 전략이 아닌가 싶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이 얘기는 안 해볼 수 없는데요. 대선 후보 TV 토론 얘기 잠깐 해보죠. 어떻게 보셨어요?
[김현권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저는 재미없었어요. 대선에 나섰고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가 국민 앞에 나서는 자세가 저래서야 하는가? 기본이 돼 있냐는 생각을 솔직히 많이 했고요. 국민 앞에 설 때는 늘 겸손하고 두려운 마음을 가져야 하는데, 그 자리에 나와 본인의 장점이나 소신을 피력하기보다는 끊임없이 상대를 공격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고 하는 태도는 어찌 보면 ‘파시즘’의 논리입니다. 누군가 적을 만들고 적을 공격하면서 우리가 뭉치고, 내가 그래서 필요하다는 사고방식이죠. 이번 대선 토론회에서 그런 모습이 의외로 많이 보였고, 그래서 저는 TV 토론의 형식이나 방식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지 않겠냐고 생각했습니다.
[박재일 영남일보 논설실장]
저는 TV 토론을 좀 흥미롭게 봤어요. 이번 선거가 급박하고 긴박하게 이뤄지잖아요. 김문수 후보도 후보 된 지 며칠 되지 않았잖아요. 그러니까 TV 토론이나 기자회견, 경제 분야 같은 격렬한 이슈를 놓고 얘기해 보는 기회가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TV 토론은 중대했고 고상한 정책이나 정치 철학을 짧은 시간 안에 볼 수는 없지만, 특정한 질문을 받았을 때의 눈빛이라든가 태도 같은 것들이 중요한 연결고리일 수 있다고 봅니다.
관심 있게 봤고, 이재명 후보는 TV 토론이 변수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역력했던 것 같아요. 이미 이기고 있으니, 방어만 하면 된다는 관점이 강했고, 논쟁거리를 만들고 싶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나마 이준석 후보가 ‘호텔 경제학’, ‘120원짜리 커피’ 커피 원가 논쟁 같은 이야기들을 많이 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그런 부분에서 배운 것도 있었고, 새롭게 느낀 부분도 있었어요. 이게 6~7개월 정도 길게 후보를 놓고 이어졌다면 좋았겠지만, 너무 갑작스럽게 이루어지니까 후보들이나 국민들도 준비되지 못한 선거의 폐해를 보는 것 같습니다.
또 하나는 공정성에 기반해야 하는데, 토론 방식이 너무 복잡해요. 30초, 1분 30초나 대답을 두 번 하라 등등. 그러다가 시간이 다 가요. 뭔가 맞지 않아요. 이건 한국 사회의 빈약한 토론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한데요. 예정된 수순으로 불행한 사건 없이 정상적인 절차 속에서 선거가 이루어지고, 긴 시간 동안 다양한 시민단체나 언론이 후보를 초청해 집중적으로 질문하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공약집을 보고 토론회를 보고 사람들이 판단한다고 하는 게 일반적이고 공식적인 창구라고 얘기하는데요. 대선 공약집이 역대 최장 지각을 기록했습니다. 공약집의 내용도 부실하다는 얘기가 많고요. 그래서 정책 선거가 실종됐다는 이런 비판이 있습니다. 김 의원님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김현권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번 선거에 가장 큰 문제점이 정책 선거가 실종된 거예요. 그러니까 TV 토론 때도 정책을 다루고 논쟁이 벌어지거나 관심이 집중되지 않았어요. 오로지 공격뿐. 우리가 TV 토론을 통해서 볼 수 있었던 건 후보가 가지고 있는 정책적 비전 이것이 아니라, 인성을 보는 그런 토론밖에 안 됐거든요. 그것도 물론 중요합니다만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을 어떻게 끌어 나갈 것인가를 국민과 함께 대화하는 시간인데, 정책 선거가 완전히 실종됐다는 건 대단히 아쉬운 측면이 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박 실장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박재일 영남일보 논설실장]
전 조금 달리 봅니다. 정책과 공약이라는 것이 국민 개개인이 내 일상과 직접적인 관계가 되지 않으면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사실 그렇게 모두 알 필요도 없는 것이죠. 그리고 정책은 지금 보면 이번에는 제가 물어보면 AI를 동원해서 상대 진영에서 어떻게 나올지를 미리 다 알아보고요. 우리는 무엇이 좋은지 그냥 가만히 앉아서 공약이 발굴돼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공약이라는 것이 장밋빛 그림인데, 누구나 하고 싶어 할 수 있는 거죠. 예를 들어 ‘100조를 해서 AI를 하겠다.’ 모두 말로 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게 정말 ‘빌 공자 공약’이 돼서 사라졌던 과거의 이력이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관심을 덜 가질 수 있다는 것이고요.
공약은 엄청나게 많아요. 그런데 크게 보면 결국 이재명 후보는 돈을 쓰겠다는 쪽이에요. 그리고 김문수 후보는 절약해서 적재적소에 쓰겠다는 거예요. 그러면 돈을 쓰겠다는 사람이 불리한 거냐, 이렇게 보지만 또 지금은 돈을 좀 더 쓰는 시기라고 이재명 후보가 부르짖고 있어요. 그런 부분을 눈여겨봐야 할 것 같고요.
또 하나는 그나마 제가 TV 토론에서 아까 이준석 후보 발언이 있었지만, 제가 보기에는 가장 핵심적인 우리가 유념해서 봐야 할 것은 ‘호텔 경제학’이라는 것인데요. 그게 경제 순환론에서 이재명 후보가 주장을 계속 변명하면서 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 이론도 맞을 수 있어요. 경제 순환론이라는 것이 돈이 돌아야 경제가 돈다는 겁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시점에서 어쩌면 그게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길게 본다면 있을 수 없는 경제 논리라는 것이고요.
그러한 주제만으로 해도 토론이 굉장히 격렬하게 벌어져야 할 사안이에요. 우리가 시간이 없어서 아쉬웠다는 것을 다시 강조하고 싶고요. 여러 공약을 우리가 천천히 따져본다면 예를 들어 주가 5,000 시대가 가능한지, 상법 개정이 진짜 이루어질 수 있는지, 아니면 세종시에 대통령실이나 국회를 다시 옮기면 대구나 광주, 부산 같은 도시는 쪼그라드는 거 아닌가와 같은 논의들이 미처 깊게 이뤄지지 못한 점이 저는 굉장히 아쉽다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대선 후 차기 정부 과제 짚어보고 오늘 시간을 마무리해야 하는데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당선이 됐다고 확정이 되는 즉시 집무에 돌입하게 됩니다. 대통령이 되는데요. 인수위가 없이 진행된다는 것은, 심하게 얘기하는 분들은 개문발차라고 얘기할 정도로 굉장히 급박하게 진행되고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큽니다. 김현권 전 의원님, 가장 우려하는 점이 어디라고 보십니까?
[김현권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사람을 준비하는 시간, 현실적으로 정부를 맡게 되었을 때 기본적인 운영을 대통령 혼자 할 수 있는 건 절대 아니잖아요. 구성하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정책에 관한 논의는 이제까지 상당히 되어 있는 걸로 이해하는데요. 그런데 정책은 결국 사람에 의해서 구현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선거 결과가 있기 전에는 인적 구성에 관한 준비를 현실적으로 할 수가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대통령으로 확정이 된다고 하더라도 상당 기간은 인적 구성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는데요. 과정에서 어떻게 빠르고 원만하게 일을 진행해 나가느냐가 매우 큰 어려움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지금쯤이면 80% 정도의 인사는 끝나지 않았나?
[김현권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그런데 우리가 기억을 되돌아보면 내각을 구성한다는 게 검증의 과정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검증할 수가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아마 풀만 가지고 있을 거예요. 인력풀을 드러내고 검증하는 절차를 거치고 국민적 동의를 구해야 하지 않습니까? 상당히 어려운 과정이 아닐지 이렇게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박재일 실장 보시기에는 제일 우려되는 지점은 어디라고 보십니까?
[박재일 영남일보 논설실장]
곧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는데, 김문수 후보가 되면 정권 연장에 가까운 것이니까 원활할 것 같고요.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다면 굉장히 다른 상황이에요. 보통 정권 인수위원회가 2개월 정도 진행되잖아요. 제가 보기에는 우리나라 대통령이 제왕적인 권력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그렇지도 않은 부분도 있지만 가장 즐길 시간이 ‘당선인 인수위 시절’인 것 같아요. 아마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책임은 그렇게 크지 않고 기대에 부풀어 있고요. 온갖 자원, 특히 인적·물적 자원들이 집중되는 거죠. 쉽게 노골적으로 말하면 방송에서 말씀드리기는 좀 그렇지만, 한자리 차지하고 싶은 사람이 많잖아요. 그러니까 전부 굽신거리면서 들어오는 시절이고, 세팅을 굉장히 잘해야 정권이 정말 제대로 가는 거예요.
준비된 대통령이냐 아니냐 하는 것이 판가름 나는 것인데요. 그런데 이것이 지금 생략되어 있기 때문에 굉장히 우려스럽고 위험스러운 구석도 있다. 물론 탄핵이나 계엄령 이후 이런 상황까지 예측한 정치인들이 있다면 그걸 참모들이 준비했겠죠. 지금 총괄선대위원장인 김민석 의원에게 내각 조각되어 있지 않냐고 질문했더니 웃으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가 선거에 이긴 것도 아닌데.’ 그렇게 얘기하더라고요. 그러나 김문수 후보 쪽이든 이재명 후보 쪽이든 아마 공개는 할 수 없지만 준비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리고 이재명 후보가 만약에 된다면 일종의 '동거 내각’을 해야 해요. 지금의 장관들, 부총리들을 다 데리고 2~3개월가량은 국정을 운영해야 하므로 그것도 재미있게 볼 수 있겠죠. 본의 아니게 협치가 이루어질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흥미로운 대목이라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차기 정부에서 우리 사회의 극복의 핵심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말씀 듣고 마쳐야 할 것 같습니다.
[박재일 영남일보 논설실장]
차기 정부 1순위의 문제는 ‘성장 동력 확보’라고 다들 얘기하죠. 두 후보가 공히 얘기했기 때문에, 지금 우리 경제 상황은 길게 얘기 안 하겠습니다. 지금 우리가 0%. 한때 대한민국이 10%, 60년대, 70년대에는 성장하지 않았습니까? 6~7%는 당연한 걸로 생각했는데, 2~3%대로 이렇게 내려갔어요. 그런데 지금은 0.8%대죠. 2026년과 2025년 성장률을 비롯해 금리도 지금 내렸고요. 그래서 여러 복합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차기 정부는 사활을 걸어야 할 것이라고 보고.
그리고 지금 긴급한 수술도 필요한 측면이 있습니다. 지금 추경을 30조 원 하기로 했잖아요. 그러니까 돈을 좀 풀든지 해서 경기가 돌아가야 하는 부분이 있고요. 또 하나는 정치적인 사안은 결국 만약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다면 본인의 신상과 관련한 재판, 이 문제가 굉장히 국가적인 논란이 될 거예요. 그 소모를 어떻게 방어할지도 관전 요소가 아닌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김현권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하고요. 그러기 위해서 우리 사회가 대통합해야 한다. 이제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고, 우리 사회 자체가 굉장히 고도화되어 있기에 보수의 실력만으로도 성장 동력 확보는 어렵고, 진보의 실력만으로도 어렵습니다. 건전한 보수와 건강한 진보가 힘을 합쳐서 미래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과제라고 보는 거고요.
공통으로 AI에 관한 얘기를 많이 하는데요. 매우 중요하긴 하지만 소재·부품·장비에 주목해야 한다고 봅니다. 대한민국이 기본적으로 제조 강국에서 출발해서 여기까지 왔고, 아직도 제조 강국의 장점이 여전히 살아 있고요. 일자리는 거기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재일 영남일보 논설실장]
보태고 싶은 점은 정말 절박한 부분이 의료 건강보험 체계를 마무리 지어야 해요. 지금 1년, 2년 이상 가면 의료 현장이라는 게 시스템이 있는데, 의사들이 좋고 싫든 간에 무너지면 회복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이른 시일 내에 정리정돈이 필요하다. 그리고 의료·교육 부문에서는 의사 쪽에 너무 몰입되어 있던 부분을 과학·이공계 계통의 학생들을 얼마나 많이 육성하는가 하는 것이 당면 과제이기도 하고 국가 미래를 결정짓는 중대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이번 <월간정치>, 21대 대선 한가운데에서 두 분 모시고 대선 이모저모 한번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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