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마다 지역축제가 열리지만, 유사한 콘텐츠와 연예인 출연 등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관 주도 방식의 축제는 창의적인 시도가 부족하거나 과도한 규제로 관람객들을 제대로 사로잡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축제 흥행 기준을 관람객 숫자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닌 지역 주민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토크ON은 지속 가능한 지역축제를 위한 방안을 논의해 봅니다.

[김상호 사회자]
교수님, 지역축제가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한계점은 뭐라고 보십니까?
[김병국 대구대 호텔관광경영학부 교수]
몇 번 언급했듯이, 첫째로는 관 주도로 축제가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둘째는 프로그램 콘텐츠 측면에서 유사한 축제들이 너무 많다는 점, 그리고 셋째는 지역 주민의 참여가 형식적이라는 점입니다.

[김상호 사회자]
네, 지역축제가 보이는 한계점은 비슷한데요. 그중 하나가 막상 오는 참관객들의 대부분은 중장년층이고요. 젊은 층은 거의 없습니다. 젊은 층이 거의 없다는 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겠지요. 젊은이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없어서 안 올 수도 있고, 안 오니까 그들을 위한 콘텐츠를 준비할 필요가 없다는 논의도 있을 수 있습니다. 두 분은 젊은 층이 오지 않는 주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이창원 인디053 대표]
첫 번째로 젊은 층의 요구가 달라졌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축제를 만드는 분들이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은 이미 손안의 스마트폰과 디지털 콘텐츠를 통해 축제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너무 재미있는 콘텐츠가 많거든요. 축제가 그런 것들보다 훨씬 재미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 가장 크고요.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가 첫 번째 이유입니다.
두 번째는, 축제에서는 일상과는 다른 ‘일탈’을 느껴야 하는데, 우리나라 축제들은 사실 규제가 너무 많습니다. 여기에서 뭔가 자유롭게 평소에 하지 않는 일들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규제들이 많다 보니 청년층들이 지자체 축제에는 잘 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음악 페스티벌이나 자신이 관심 있는 콘텐츠 중심의 축제들은 젊은 층이 많이 가거든요. 그래서 축제가 세분화하고, 전문화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지자체 축제는 너무 퍼블릭합니다. 모두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방침이다 보니, 아무래도 젊은 층이 선뜻 공감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한두 회 할 게 아니고 좋은 주제를 가지고 오래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소문이 나고 유입되는 요즘 젊은 세대의 추세를 기다려야 할 텐데, 그걸 못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지자체장들이 당장 재임 중에 성과를 내야 하니까요.
[이창원 인디053 대표]
김밥 축제나 대구의 떡볶이 축제도 먼저 반응한 것은 젊은 층이었습니다. 트렌드나 새로운 것에 가장 민감한 층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반응이 나오더라도 이어가기 위한 전략들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가 축제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숙제가 되겠지요.
[김상호 사회자]
교수님 보시기에는 젊은 층의 이탈 요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김병국 대구대 호텔관광경영학부 교수]
저희가 지역축제를 주제별로 좀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축제 중에서 가장 유형이 많은 지역 특산물 판매 중심의 축제는 아무래도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다 보니 중장년층이 많이 오게 됩니다. 또 문화예술이나 공연 중심의 축제는 젊은 층이 많이 갑니다. 그런데 성격이 다른 축제를 하나의 주제로 묶으면, 문화적 충돌, 즉 아이덴티티의 충돌이 발생해서 축제의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젊은 층이 공간을 확보할 수 없게 됩니다.
대표님 말씀처럼 변화하는 트렌드에 축제도 함께 변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요즘 트렌드가 힐링이나 치유로 넘어가고 있는데, 축제 공간에서도 일상과는 다른, 일탈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면 젊은 층의 수요도 상당히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자연스럽게 지역축제를 다르게 바꿔야 하는 가장 중요한 지점이 어딘가에 대한 힌트를 주신 것 같습니다. 축제를 설계하고 이끄는 주체가 누가 되어야 하느냐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부분인데요. 김 교수님께서는 지역축제를 설계하고 이끄는 주체는 누구여야 하고, 전문성 확보는 어떤 방식이 좋다고 보십니까?
[김병국 대구대 호텔관광경영학부 교수]
공공이 초기에는 주도하더라도 지속성 측면에서는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축제와 관련된 전문 인력 양성이 필요합니다. 지역만 보더라도 관련된 대학들이 많기 때문에, 대학에서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지역사회가 받아줄 수 있는 거버넌스 구조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아직은 그런 기반이 아주 미흡한 것 같습니다. 또 하나 말씀드리면 축제와 관련해서 자격증 제도를 도입한다면, 일정 수요를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대표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이창원 인디053 대표]
여러 가지 논의들이 축제를 운영하는 분들 사이에서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민관 협력에 대한 부분, 지역사회의 부족한 부분에 대해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축제와 관련한 ‘휴먼웨어’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필요해 보입니다. 시민들은 축제만 보시지만, 뒤에는 많은 스태프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축제라는 거대한 플랫폼 안에서 하나의 생태계가 구성되고 있는 것이지요.
축제를 하나 이루기 위해서는 여러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이를 제대로 발굴하고 육성하며, 역량을 강화하는 부분에 대해 이젠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구 정도의 도시라면, 저는 축제만을 고민하는 ‘개방형 전문 조직’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공무원 조직 내에도 필요하고, 민간과 함께 할 수 있는 조직도 필요합니다. 이 조직들이 시민들과 일상적으로 만나면서, 시민들이 원하는 축제는 어떤 것이고, 참여 방식은 무엇인지 탐색하는 구조가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대구시의 현재 지역축제 정책,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이창원 인디053 대표]
저는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다만 대구시가 축제를 지금 어떻게 바라보고 있고, 축제를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들을 모아내는 역할이 대구시의 역할이거든요.
대구시가 계속해서 축제를 주도해 나가면서 어떤 콘텐츠 경쟁을 할 게 아니라, 행정의 역할은 행정이 잘하고, 전문가들은 전문가의 역할을 잘하고, 무엇보다도 여기에 시민들의 의견을 담아낼 수 있는 이러한 구조를 어떻게 만들어 가는가에 대구시가 좀 노력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그래도 낙제까지는 아니고요. 학점으로 준다면 한 C나 B 정도까지는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김 교수님,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김병국 대구대 호텔관광경영학부 교수]
저도 직간접적으로 대구시 축제에 관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봤을 때는, 계속해서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축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생각해 보면, 대구시가 운영하는 축제가 따로 있고, 또 각각 시군구에서 운영하는 축제가 있기 때문에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가 잘 안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 부분에서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아까 대표님 말씀처럼 축제에 산업적으로 접근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너무 행정적으로만 바라보시니까요. 산업적으로 파생되는 효과까지 염두에 두고 축제를 기획하고, 진행하고, 나중에 평가하는 이런 단계들을 고려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하도 ‘지방 소멸 위기’라는 말을 많이 듣기 때문에, 외부 인구 유입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도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지역 축제를 개최해야 한다, 이런 얘기는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과연 지역축제가 이 지역에 그런 효과를 남길 수 있고 뜻한 대로 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두 분이 보시기에는 지역축제가 그런 지점보다는 다른 지점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지향점을 바꿔야 한다면 어떤 점이 있을까요?
[이창원 인디053 대표]
저는 축제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대한 철학 문제라고 생각하는데요. 축제의 역할과 기능들이 이제는 좀 구분돼야 할 것 같아요. 단순히 흥행이 되었다는 것에 모든 성공의 지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축제의 역할과 기능이 과연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자리매김하고 바라볼 것인지에 대해서 저희가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화관광형 축제라든지 산업 축제인 치맥페스티벌처럼 산업으로 가야 하는 축제가 분명히 있습니다만, 그 외에 시민들이 향유하고 콘텐츠를 육성하는 그러한 축제들도 분명히 필요하거든요. 축제라는 것을 여러 형태와 다각도로 바라보고, 거기에 따르는 맞춤형 평가나 지표들을 비롯한 지원이 필요해 보입니다.
해외의 여러 사례를 봐도 작은 마을이 축제 하나로 인해 사람들이 많이 몰리고 지역 산업이 주목받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면들도 매우 많거든요. 그래서 지역이 상황에 맞게, 그리고 지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게 축제를 기획하고 그 의견을 모아가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김 교수님, 축제의 역할과 지향점 어떻게 보십니까?
[김병국 대구대 호텔관광경영학부 교수]
지역축제는 지역사회에서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 것은 이미 많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경제 효과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도 지역 주민의 공동체 함양이나 이런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딜레마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환경오염이나 쓰레기, 소음 문제 같은 부정적인 효과가 있어서, 이 부분은 지속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또 하나는 지역축제가 짧게는 며칠, 길게는 일주일 이상 개최되는데, ‘축제 개최 이후의 액션 플랜’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축제를 개최한 이후에 지역 명소와 연계해서 관광으로 확장 가능한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만드는 것 등, 장기적인 플랜을 지역사회가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실제로 잘되고 있는 사례를 보면 참고할 지점이 많을 것 같은데요. 이 대표님께서 보신 지역축제 중에서 우수 사례가 있다면, 그 사례의 성공 요인은 뭐라고 보십니까?
[이창원 인디053 대표]
저는 성공이라기보다는, 주목하고 있는 축제를 몇 가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민간에서 주도해서 전국적인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축제가 대구에는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있고요, 지구의 날 대구시민생명축제가 있습니다. 두 개 다 민간으로부터 시작해서 굉장히 전국적인 인지도를 가졌고, 지자체나 관의 지원 없이 대구 시민사회의 역량과 힘으로 만들어 낸 축제거든요. 그런데 이런 축제를 오히려 대구시에서 규제하는 형식을 갖췄습니다. 저는 이런 부분들이 굉장히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하고, 축제를 바라보는 대구시의 태도만 봤을 때도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두 번째는 대구 단편영화제를 소개해 드리고 싶은데요. 대구 단편영화제가 25년 정도 된, 굉장히 오래된 축제입니다. 물론 일반 대중들이 즐기는 축제는 아닙니다만, 영화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행사거든요. 특히 대구의 콘텐츠 육성이라든지, 영화 산업 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축제들도 육성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최근에 수성못 페스티벌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수성못 페스티벌이 생활예술 축제로 변모하고 있는데요. 이 축제를 위해 생활예술인들, 일반 주민 예술가들이 굉장히 노력하고 있고, 축제에서 얻어진 경험을 통해 다시 자신들의 동아리 활동이라든지 생활예술 활동으로 이어가는 모습을 봤습니다. 축제의 역할과 기능이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일상의 에너지가 축제를 통해 발현되고, 축제를 통해 얻은 에너지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축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는 게 굉장히 중요한데 수성못 페스티벌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교수님 보시기에 우수한 사례 어떤 게 있나요?
[김병국 대구대 호텔관광경영학부 교수]
국내 문화관광축제 중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는 글로벌 축제들이 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오는 보령머드축제라든지, 수원의 역사 문화자원을 잘 활용해서 지자체 간 연계를 잘한 수원화성문화제, 또 하나는 화천에서 열리는, 약간의 동물 이슈가 있긴 하지만 겨울 축제로 유명한 화천산천어축제가 있습니다.
성공 요인을 보면 지역 자원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우수하게 평가받고 있고요, 많은 방문객을 유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있다는 점도 있습니다. 또 축제는 흥미롭고 재미있어야 하기에 그런 프로그램들을 많이 확보한 것도 평가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오늘 시간이 마무리되어야 할 것 같은데요. 우리나라 축제의 자생력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두 분이 꼭 해 주고 싶은 말씀 듣고 오늘 시간 마무리하겠습니다. 이 대표님 먼저 하시죠?
[이창원 인디053 대표]
세 가지 정도를 꼽고 싶습니다. 첫째, 축제 펀드와 축제 기금을 만들어내는 데 있어서 지자체의 일방적인 지원이 아니라, 공적 투자와 사적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이 필요해 보입니다. 둘째, 그렇게 만들어진 기금을 통해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양성하고, 이 전문 기관들이 지역민들과 소통하며 축제를 디자인하고 만들어 가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셋째, 지금 시대적인 과제와 고민에 축제가 발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기후 위기와 관련된 요소, 장애인이나 소수자를 배려하는 측면 등도 앞으로 축제를 만드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김병국 대구대 호텔관광경영학부 교수]
물이 파이프에서 잘 흐르듯이, 파이프에 해당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우리 지역만의 프로그램을 확보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 축제를 어디서 할 것인가, 전용 공간과 인프라 구축도 중요합니다. 셋째, 사람이 필요합니다. 축제 전문 인력을 지속적으로 양성하는 것이 필요하고요. 마지막으로 이런 것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생태계와 거버넌스가 중요합니다. 축제도 결국 지역 관광의 일환이기 때문입니다.
[김상호 사회자]
김병국 대구대 호텔관광경영학부 교수님, 이창원 인디053 대표님 두 분 모시고 지역축제의 여러 이모저모를 살펴봤습니다. 좋은 말씀 주신 두 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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