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전세 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선 구제 후 회수' 방안을 담은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며 재의를 요구해 자동 폐기됐습니다.
야당은 22대 국회에서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정부 여당의 반대가 완강해 통과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는 사이 피해자들의 고통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도건협 기자입니다.
◀ 리포트 ▶
대구 북구의 도시형 생활주택 세입자 오 모 씨는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보증금 1억 원을 잃을 처지가 됐습니다.
신탁회사 소유의 집을 임대인이 자기가 주인이라고 속여 계약하는 바람에 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게 됐습니다.
◀오 모 씨 전세 사기 피해자 (2023년 5월 인터뷰)▶
"(임대인이) 신탁(회사)에 허가받지 않은 사람이었대요. 그래서 계약하신 분들은 전부 다 불법이라는 거예요."
이런 전세 사기 피해자가 대구·경북에만 500명이 넘고, 전국에 1만 7천 명이 넘습니다.
10명 중 7명 이상은 40대 미만 청년층입니다.
피해자 8명은 목숨을 잃었습니다.
재앙 수준의 참사가 이어진 가운데 2023년 5월 전세사기 특별법이 제정됐지만 빈틈이 많았습니다.
야당이 추진한 개정안은 피해자들이 빨리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선 구제 후 회수' 방안을 담았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선 구제 방식을 빼고 피해 주택 경매에 공기업이 참여해 얻은 차익으로 피해자를 지원하는 것을 대안으로 내놨습니다.
야당은 22대 국회에서 개정안을 재추진할 생각이지만 정부 여당의 반대로 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야당 개정안을 지지한 피해자 단체들은 정부가 개정안보다 후퇴한 대안을 고집하고 있다며 정부안을 개선하며 동시 추진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정태운 대구 전세 사기 피해자 모임 대표▶
"저희가 유형이 너무 다양하고 근저당 금액이나 이제 시세가 너무 다양하다 보니까 그리고 낙찰가율도 너무나도 다양하다 보니까 그러한 피해자들에게 선택지를 줄 수 있는 것으로 가야 한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고통이 길어지는 가운데 국가의 책무인 주거 안정을 위해 피해자들의 구조 요청에 응답하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MBC 뉴스 도건협입니다.(영상취재 윤종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