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5월 28일 '선 구제 후 회수' 제도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전세사기 특별법을 국회에서 표결 처리하기로 한 가운데 정부가 이를 뺀 지원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2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전세 사기 피해자 주거 안정 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크게 3가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첫째는 전세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의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면 공공주택 사업자인 LH가 피해자들로부터 우선 매수권을 양도받아 경매에 참여해 낙찰받은 뒤 경매로 얻은 이익만큼 피해자들을 지원해 주겠다고 밝혔습니다.
통상 경매에서 감정가보다 30%가량 저렴하게 낙찰받는데, 이 차익을 피해자들의 임대료로 내주는 겁니다.
이 경우 세입자들은 10년 동안 기존 주택에서 임대료 없이 거주할 수 있습니다.
거주하지 않고 나갈 때는 임대료로 사용하고 남은 경매 차익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사각지대로 지적됐던 불법 건축물과 신탁사기 피해 주택, 다가구 주택도 경매로 매입하겠다고 했습니다.
둘째,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피해자들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기존 전세 계약 만료 전이더라도 더 낮은 금리로 갈아타는 방안, 주택 구입 자금 대출의 경우에도 오피스텔을 포함하도록 지원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발표했습니다.
셋째는 전세 사기 예방입니다.
세입자가 자기방어를 잘할 수 있도록 전세 계약할 때 필요한 핵심 정보를 제공하고 안심 전세 앱을 활용해 임대인의 위험도 지표를 제공하고 보증금을 상습 미반환한 악성 임대인 명단도 공개를 확대하겠다고 했습니다.
본회의에 회부된 야당 주도의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은 신속한 구제가 어렵고 공공과 피해자 사이의 채권 가격 평가를 두고 불필요한 분쟁을 일으킬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편 국회는 28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야권 주도로 추진된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안'을 표결합니다.
앞서 5월 2일 재석 268명 중 찬성 176표, 반대 90표, 무효 2표로 가결돼 부의된 만큼 통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인 이날 반드시 개정안을 의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왔습니다.
개정안은 HUG(주택도시보증공사) 등이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피해자의 임차보증금 반환 채권을 공공 매입하는 방식으로 피해액을 우선 변제해준 뒤, 추후 채권 추심과 매각을 통해 회수하는 '선 구제 후 회수' 프로그램 도입을 골자로 합니다.
필요한 경우 임차보증금 반환 채권에 앞서는 제삼자의 선순위 채권도 매입합니다.
이 밖에 구제 대상에 외국인을 포함하고 임차보증금 한도 역시 3억 원 이하에서 5억 원 이하로 상향해 전세 사기 피해자로 결정받을 수 있는 대상 범위를 넓히는 등 2023년 6월 1일 제정·시행된 기존 특별법을 보완했습니다.
5월까지 전세 사기 피해자 8명이 극단적 선택을 해 신속한 구제책이 긴요하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전세 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등 피해자들은 개정안 처리를 촉구해 왔습니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선구제 후회수 개정안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데다, 표결 하루 전 대체안을 발표한 만큼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전세 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는 “정부가 국회 협상 과정에서도 내놓지 않던 지원 대책을 뒤늦게 발표해 여론 물타기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며 “정부가 거부권 행사를 하지 말고 특별법 개정에 협조하는 전향적 자세를 보여달라”고 촉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