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을 늘려야 하냐, 늘린다면 얼마나 늘리냐를 놓고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을 떠난 지 백일이 넘었고, 집단으로 휴학계를 낸 의대생들은 학교로 다시 돌아오겠다는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요, 의료계는 5월 30일 대구 동성로를 비롯해 전국 6개 지역에서 촛불집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의료 현장이나 교육 현장의 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필수 의료 공백이나 지역 간 의료 불균형 문제 등 정작 필요한 논의 역시 그다지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이상호 대구시의사회 수석부회장으로부터 자세히 들어봤습니다.
이상호 대구시의사회 수석부회장
한 국가가 의료 체계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 어떤 식의 체계를 가지고 갈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건, 쉽게 설명 드리면 같은 비용으로 김사부 같은 의사 500명을 가지고 국민들의 건강을 지켜낼 것인가, 아니면 돌팔이 같은 의사 5천 명으로 지켜낼 것인가에 대한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지금 우리나라 정부 측이나 이런 연구 기관을 보면 지금 우리나라의 예방의학이라든지 의료관리학이라든지 이런 걸 하신 분들은 대부분 다 영국 쪽이나 유럽 쪽의 사회주의 의료를 보고 공부를 하고 오셨습니다.
그래서 그분들의 의사 추계 방식은 의료의 생산성 향상이라는 것을 기준으로 두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의사가 공무원인 사회에서는 의사 개인의 생산성 향상이 없습니다. 그래서 가면 갈수록 의료에 대한 의사의 수에 대한 숫자가 더 많이 필요하게 돼 있습니다.
왜냐하면 공무원은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 그러니까 자기 규정 시간에만 하기 때문에 그렇지만, 우리나라와 의료 시스템이 비슷한 일본과 미국 같은 경우는 우리나라와 현재 의사 수 인구당 비율로 보면 더 비슷하죠. 비슷한데 더더욱이나 면적으로 따지면 우리나라 의사 수는 대개 과잉 공급돼 있는 상태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특히 일본은 도서 지역이 많아서 더 많은 의사가 필요하겠고 미국은 땅덩어리가 워낙 넓기 때문에 더 많은 의사가 필요하겠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서 어떻게 보면 생각하기 나름의 어떤 의사 수에 대한 개념은 다르게 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이런 의사 수에 대한 문제는 이제 의사 수가 부족하냐가 아니고, 지금 의료 개혁을 해야 하는 거에 대해서 맞다고 생각하는 건 뭐냐 하면, 현재 우리나라가 K-의료라고 해서 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의료 성적은 세계 최상위권입니다.
그러니까 가장 그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게 기대 수명, 평균 수명하고 그다음에 영유아 사망률, 그다음에 회피 가능 사망률, 회피 가능 사망률이라는 것은 우리가 적극적인 의료 개입을 통해서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이런 퍼센티지가 전 세계적으로 다 탑 클래스에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의료는 지금 현재 세계적인 OECD 평균을 통해서 보더라도 모든 결과를 보더라도 굉장히 탑 클래스에 있는 상태이긴 하지만, 왜 의료 개혁을 해야 하는지 확실한 이유는 지속 가능성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지금 현재 젊은 의사들이 교수가 되고 싶어 하지 않고 그다음에 필수 의료라고 이야기하는 소위 핵심 의료,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를 하려 하지 않는다는 거죠.
이게 지금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러니까 의사의 수가 부족한 게 아니라 핵심 의료를 맡아줄 젊은 의사와 핵심 의료를 하고자 하는 의사들이 줄어드는 게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인 거죠. 우리나라 의료 제도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한 일단 첫 번째 과학적인 접근 방식이 일단 잘못되었다.
그다음에 두 번째로 말씀드리면 절차적 정당성이라고 하면 사실 의대 정원 입시에 관한 문제는 우리나라 입시에 대한 기본적인 총칙에 보면, 물론 고등교육법에 대한 법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적어도 입시 요강을 발표하는 것은 입시 개시년 2년 6개월 전부터 거기에 대한 요강을 다 발표하도록 되어 있고, 전년도 10개월 전에 학칙으로 개정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 현재 정부가 하고 있는 내용을 보면 이런 기본적인 절차나 이런 걸 다 무시하고 지금 학칙 개정이 되지도 않았는데 증원 발표부터 먼저 하라고 강요를 하는 공문을 내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것도 굉장히 문제가 많고 특히나 사실은 의대 정원 늘리는 거에 대한 수요 조사를 하는 데 있어서 capacity라는 걸 조사를 해 놓고 필요하다는 식으로 발표를 해버리는데, 그 과정에서 대부분 총장님의 입장하고 의과대학 학장님들의 입장하고 굉장히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 갈등 구조를 총장님 통해서 다 자료를 모은 다음에 3천 명을 더 교육할 수 있다라는 이런 내용 이야기를 하는데, 사실 이건 굉장히 잘못된 판단이라고 보입니다.
왜냐하면 현장에서 의과대학을, 그래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님 입장에서는 이게 불가능하다 하는 내용을 굉장히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나 이 의학 교육은 강의실과 자료만 있고 교수님이 있으면 되는 이런 교육이 아니고 의학 교육은 기본적으로 큰 병원이 있어야 하고 그 병원 안에 환자가 있어야 합니다.
환자분들이 기본적으로 있어서 그 의학 교육의 가장 스승, 제일 좋은 스승님은 환자분이거든요? 그런데 환자도 없고 병원도 크지 않은데 정원만 늘리겠다면 교육이 가능할까?
두 번째로는 기초의학이나 이런 데 계신 교수님들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거든요?
예를 들면 보통 한 해에 기초의학 교수가 한 40명 정도 임용이 되는데 지금 이렇게 대학 정원을 늘리면 30여 개 대학 중에 한 대학에 보통 기초의학 교수 12명 이상이 더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러면 거의 360여 명의 그런 기초의학 교수가 필요한데, 지금 현재 기초의학대학원 과정을 하고 있는 분들이 100분 정도밖에 안 됩니다.
거의 기초의학 자체도 불가능하고 교육 자체 시스템이라든지 뭐 저번에 복지부 차관님이 그런 망언을 했지만, 카데바(해부용 시신)를 수입해 온다는 망언도 했지만, 카데바를 확보할 문제라든지 강의실 문제라든지 뭐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문제를 포함하고 있는 게 지금 현재 상황입니다.
그래서 지금 의대 정원을 2천 명을 늘려서 교육을 할 수 있다고 하는 건 사실은 불가능하지 않나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참, 이 모두 발언에서 말씀드리고 싶은 건 우리가 과거에 세월호 사건이라 하는 아픔 큰 아픔을 겪었는데, 결국은 과적으로 인해서 큰 사고가 난 것인데, 대한민국의 의학 교육을 하는 교육 환경은 3천여 명 정도를 태우고 갈 수 있는 배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지금 배를 크게 만들지도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5천 명을 싣고 의학 교육을 하라는 내용은 정말 위험하기도 하고 대한민국 의료를 망하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 의학 교육은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하게 스탠다디제이션이 많이 되어 있어서 그 과정 중에서 굉장히 평가, 인정받는 것도 까다롭고 한데, 지금 원칙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보면 의과대학 정원이 10% 이상 늘어나면 무조건 인증 평가를 새로 받도록 돼 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하면 정원이 10%만 늘어나도 교육의 질이 아주 많이 떨어진다는 걸 전 세계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게 굉장히 신중해야 하는데, 지금 발표된 것에 따르면 300%가 넘는 증원을 하는 가천대부터 시작해서 충북대 같은 경우는 250%, 이렇게 늘리는 건 전 세계적으로 사실은 웃음거리가 되는 정도의 증원 정책입니다.
(영상 제공 아시아포럼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