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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MBC NEWS대구MBC 사회사회 일반지역심층보도[연속보도] 경북 청도군의 수상한 조형물

[심층] '세계적 작가'의 수상한 이력···김하수 청도군수는 "속았다"? 검증 목소리 무시에 감추기 급급

'세계적 작가'의 수상한 이력
경북 청도군에 특정 종교 작가의 조각 작품 수십 점이 한꺼번에 들어서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는 보도, 연속으로 전해드렸는데요.

특혜 의혹에 대해 김하수 청도군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여서 작품을 설치하게 됐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런데, 작가가 스스로 밝힌 이력을 자세히 살펴봤더니 수상한 점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심지어 한창 해외에서 활동했다는 시기 작가를 소개한 국내 보도에서는 복역 중인 전과 6범의 검정고시 만점자라고 소개돼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세계적 작가? 인터넷에서 그러던데?
경북 청도군 신화랑풍류마을을 비롯해 청도 4곳에 최 모 작가의 작품 29점이 설치돼 있습니다.

김하수 청도군수가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이라며 절차까지 무시하며 들여온 작품입니다.

청도군은 최 씨의 이력조차 조사하지 않았습니다.

청도군 관계자 "(이전) 담당자가 예전에 (이력에 대해) 물어보니까 인터넷에서 보고 이력을 만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저희가 (작가로부터 자료를) 받은 것은 없습니다."


세계적 작가라고 하는 이력에는 도대체 무엇이?
최 씨는 지난 2019년 7월에 전남 신안군에 작품 300여 점을 설치했는데, 당시 신안군에 제출한 서류에 최 씨의 이력이 자세히 나타납니다.

1953년 서울에서 태어나 7살 때 이탈리아로 건너가 유명 작가의 양아들로 입양됐다고 적혀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7대학 교수와 명예교수를 역임했다고도 적혀 있습니다.

KBS 뉴스9 (1995년 6월 5일 방송)
KBS 뉴스9 (1995년 6월 5일 방송)
뉴스에는 이력과 다른 내용이?
그런데 최 씨가 프랑스에서 교수로 활동했다던 시기, 국내 방송 뉴스에 최 씨가 소개됐습니다.

놀랍게도, 청송보호감호소에 복역 중이었습니다.

류근찬 앵커 KBS 뉴스9(1995년 6월 5일 방송) "전과 6범의 40대 혼혈 재소자가 고입 검정고시 전 과목 만점을 받고 수석 합격의 영예를 차지했다면 아마 여러분들 놀라실 겁니다."

뉴스 보도에 따르면, 최 씨는 보도 시점에서 3년 전부터, 그러니까 1992년부터 청송 보호감호소에서 수감 생활을 한 것으로 나옵니다.

복역 중 검정고시 전 과목 만점자로 소개된 최 씨는 사기 등 전과 6범의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최 OO KBS 뉴스9(1995년 6월 5일)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하고 항상 깨어있는 자세로 공부해···"

다른 이력들도 수상한 점 많아
지난 2009년 최 씨의 작품 전시 팸플릿에는 2008년 제7회 광주 비엔날레에도 출품한 경력을 내세웁니다.


그런데, 이력을 확인 취재해 봤더니 전혀 다른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광주 비엔날레에는 최 씨의 출품 경력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광주 비엔날레 관계자 "아무리 검색하고 또 제가 그냥 수기로 찾아보고 해도 (그 작가 이름은) 없네요. 혹시 몰라서 앞뒤 연도에도 찾아봤어요. 참여한 적이 없어요."

신안군에 제출한 이력에는 유럽 곳곳에서 목조각 수업을 듣고, 일본 나가사키 피폭 위령탑을 조성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한국 민단 나가사키본부를 통해 최 씨의 나가사키 피폭 위령탑 작품 참여 사실을 확인했더니, 이것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조각가로 활동해 왔지만, 한국 조각가협회나 한국가톨릭미술가협회의 회원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동안 알려진 이력이 사실과 다르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취재진과 여러 차례 연락하던 최 씨는 현재 전화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김하수 청도군수 "세계적인 작가로만 알고 있었다"
이 작가의 작품을 사들이고 설치한 건 김하수 청도군수가 절차를 무시한 채 직접 나섰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김 군수는 작가의 말만 믿고 경력을 검증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는데요.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됐는지 군수가 말하는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해 봤습니다.

손 편지 한 장에 넘어갔다?
김하수 청도군수는 최 씨가 먼저 접근했다고 말합니다.

김하수 청도군수 "작가한테 편지가 왔습니다. 편지의 내용이 6·25 때 첫사랑의 아버지와 엄마 아버지는 외국 분이고 엄마는 한국 사람인데 거기에서 사생아로 태어나서 외국에 가서 입양이 돼서 작가 생활을 하게 됐다. 그렇게 자기가 청도가 어머니 고향이라는 걸 알고 남은 인생에 대해 청도에 모든 삶을 투자하겠다."

처음에는 작품 판매가 아니라 기증 의사를 밝혔습니다.

김하수 청도군수 "자기가 갖고 있는 그 모든 작품에 대해서도 기증을 하겠다고 이야기가 되어서 이 관계를 해오다가 기증도 많이 기증품도 많이 받았고···"

작품 기증으로 관계를 다진 최 씨가 군수에게 원하는 작품은 만들 수 있다고 해 예산을 투입한 구매로 이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김하수 청도군수 "제가 원하는 문화와 예술의 허브 도시를 만들겠다 했을 때 자기 작품도 거기에 맞게끔 할 수 있다. 그래서 신화랑 풍류마을에 화랑과 풍류와 관련된 작품이 없는데 많이 고민스럽다. 그래서 관광객들이 왔을 때도 너무나 휑하니 거기에 맞는 작품을 만들어줄 수 있느냐 물었더니 자기가 그런 작품을 할 수 있다고 해서···"



최 씨의 박물관을 방문하고 작품 구매 결정···검증 과정은 '패스'
그 뒤 그림으로 작품을 본 군수는 최 씨가 운영하는 강원도의 종교 박물관을 방문한 뒤 바로 작품 구매를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김하수 청도군수 "나중에 제작에 관여되는 그 그림을 그려 왔습니다. 그래 보니 너무나 좋아서 그래서 장구 치는 폼 또 화랑도의 기상 이런 작품들을 자기가 그려서 오겠다. 그래서 이제 제가 거기에 넣게 됐던 겁니다."

이 과정에서 작가에 대한 검증은 없었습니다.

김 군수는 이후 행정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김하수 청도군수 "박물관에 방문했을 때 보니 저희로 봐서는 작품이 대단하다는 걸 느꼈었고 그래서 또 그 사람에 대해서 더 믿게 됐던 그런 절차적 과정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더 조사하지 않고 더 그 부분에 대해서 검증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제 불찰이 전부다 생각을 합니다."

군수의 설명대로 자신도 속은 채 작품 구매가 진행됐다면 설치 후 7개월이 지날 동안 이른바 '세계적' 작가의 작품을 왜 알리려 하지 않았는지, 절차를 지키지 않고 작품 구매를 무리하게 진행한 이유는 무엇인지, 여전히 의문은 남습니다.

작품을 검증하고 구매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이전부터 있었다
수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기 전에도 작가와 작품 검증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미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구매는 일사천리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뿐 아니라 특혜 의혹이 일자 청도군이 사실 관계 규명보다는 감추려 했다는 의심까지 사고 있습니다.

2023년 1월 19일, 김하수 청도군수 등 영월 최 씨의 박물관 방문
2023년 1월 19일 김하수 청도군수와 간부, 군의원, 예술인 등 9명은 강원도 영월에 있는 최 모 작가의 박물관을 방문했습니다.

작품 구매를 결정하기 전이었습니다.

함께 방문했던 박성곤 청도군 의원은 당시에 작품 구매에 의문을 드러냈었다고 행정사무 감사에서 밝혔습니다.


박성곤 청도군의회 의원(2023년 11월 28일 청도군 행정사무 감사 발언) "(방문 당시에) 이런 사람의 물건을 왜 사줘야 하나? 어떻게 세계적으로 유명한 조각가가 구글링(인터넷 검색)에 이름 한 줄도 안 나올 수 있습니까?"

그러면서 작품 구매 전 반드시 검증을 거칠 것도 요구했습니다.

박성곤 청도군의회 의원(2023년 11월 28일 청도군 행정사무 감사 발언) "우리가 그래도 3억 몇천만 원이 들어가고 하면 정말 여기에 적혀 있는 이 공문서에 적혀 있는 의회에 제출되는 이 자료에 들어가는 내용들은 검증이 됐어야 한다."

동행했던 예술인들 역시 여러 의문을 가진 것으로 보이지만 공론화하지는 못했습니다.

박성곤 청도군의회 의원 "이 사람이 사기꾼이라는 건 누가 봐도 마찬가지고 누구나 알 수가 있다 생각을 했고, 그런데도 지역 사회에서 또 계시다 보니까 사실 그분들이 어떻게 얘기를 하겠습니까?"


특혜 의혹 보도 이후, 청도군 정보 제공 차단 의혹
이런 가운데 대구MBC의 특혜 의혹 보도에 청도군은 해명은커녕 관련 정보를 차단하며 덮으려 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습니다.

취재 협조를 해 준 이승민 청도군의회 의원은 2024년 1월 18일 청도군청 회의실에서 청도군의 고위 간부가 김하수 군수를 비롯해 여러 간부가 모인 자리에서 자신의 정보 제공 요구에 응하지 말라는 말을 했다는 사실을 들었다고 폭로했습니다.

이승민 청도군 의원(1월 23일 청도군 다른 공무원 A씨와의 통화) "군수의 지시 사항이라 하지만 군 의원한테 인사도 하지 말고 군 의원 대접도 하지 말고 그리고, 자료 제출하는 거 다 제출하지 말라고 그 지시를 하는 거는 잘못된 거 아닙니까?"

청도군 A 공무원 "일부러 자신(청도 고위 간부)은 군수 들으라고 군수한테 듣기 좋은 소리 한다고 했겠죠. 참 저건 아니다 싶어 내가 한마디 하려고 하다가 군수 열받아 있는데 한마디 하려고 하다가."

이런 발언을 한 것으로 지목된 해당 간부는 그 발언을 했다는 게 사실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발뺌했습니다.

청도군 고위 간부 "아닙니다. 누가 그러던가요? "


이승민 의원 "정보 제공 차단은 엄연한 법 위반"
이 의원은 집행부가 의혹을 감추는 데만 급급하다며 3월 의회에서 집중적으로 따지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승민 청도군의회 의원 "주민들의 알 권리를 막아버리는 거죠. 굉장하게 이건 법적인 문제가 있다 이렇게 보여집니다."

여러 의혹이 줄줄이 터져 나오는 특정 작가 작품 구입을 두고 처음부터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과 경고가 있었지만 청도군수는 왜 구매를 강행했고, 절차는 왜 숨기려 하는지 특혜 의혹과 파장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한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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