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북 청도군이 특정 작가의 작품을 무더기로 사들였는데 특혜 의혹이 있다는 보도 전해드렸습니다.
이 과정에서의 예산 집행을 자세히 살펴보니 석연찮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작품을 기증받으면서 작품 제작비를 지급했는가 하면, 작품 설치도 심의 전에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청도군수는 절차상의 잘못은 있지만, 큰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태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청도군 레일바이크 테마파크에 설치된 작품 '승리의 나팔' 8점과 여성회관 앞에 설치된 '비전 21' 1점 등 9점은 최 모 작가가 기증했습니다.
작품은 기증했지만 설치비 명목으로 5천9백여 만 원을 받았습니다.
청도군에 제출한 산출 내역서를 보니 비전 21작품의 명판과 받침대 명목으로 4천2백여 만 원을 청구했습니다.
◀최 모 작가▶
"내가 기증을 하되, 나는 또 다음 작품을 만들어야 하니까 최소한의 재료비와 최소한의 운반비, 설치비 등은 지급해 주시오(라고 요구했다.)"
기증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제작비 일부를 받아 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조각가협회에 속한 작가들은 설치비 청구 금액이 과도하다며 사실상 설치비를 빙자해 작품 제작비를 받아 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한국조각가협회 회원▶
"좌대(받침대)에 3천2백만 원이라는 금액이 사실 합당하지 않은 부분이고, 내역서와 이미지를 보니까 5천9백만 원(전체 설치비)이라면 적당한 가격으로 일반적으로 제작되는 조형물의 가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국조각가협회 회원▶
"기증으로 하고 작품값을 좌대(받침대)에 과하게 청구해 재료비를 거기서 세이브(보충)시켰다고 보이네요."
작품 기증과 설치 과정에도 석연찮은 부분이 곳곳에 드러납니다.
기증 작품은 기증받을지 말지 결정하는 청도군 기부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합니다.
레일바이크 테마파크와 여성회관에 있는 9개의 기증 작품은 각각 2023년 3월 2일과 4월 1일에 설치됐습니다.
그런데 청도군 기부심사위원회 개최 일자는 3월 31일입니다.
두 작품 모두 심사도 하기 전에 설치했거나 설치가 이미 결정된 겁니다.
작가가 의뢰한 설치 업체가 청도군에 제출한 서류에는 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나옵니다.
설치를 완료한 준공 일자가 실제 설치한 날보다 석 달가량 뒤인 2023년 7월 5일입니다.
기증받을지 말지 결정하는 심사위원회가 열리기도 전에 조형물 설치가 이뤄졌고, 서류에는 석 달 뒤 설치했다고 기록한 이유가 뭔지, 해명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2023년 5월 10일 청도군에서 열린 공공조형물 심의위원회 회의에서 청도군의 모 간부 역시, "작가가 기증을 한다며 작품 설치를 먼저 해놓고 6천만 원이라는 설치비를 요구한 것이 절차에 맞지 않다"고 시인했습니다.
김하수 청도군수는 절차상의 하자를 인정했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입니다.
◀김하수 청도군수▶
"절차적 과정을 좀 소홀히 할 수도 있었다고 인정을 합니다, 제가. 일을 하다 보면 어떤 것들에 대해서는 소홀히 할 수도 있죠. 그걸 완벽하게 다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특정 작가의 조형물 수십 점이 청도에 어떻게 들어서게 됐는지 작품 설치와 예산 집행은 왜 절차에 맞지 않게 이뤄졌는지 의혹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MBC 뉴스 한태연입니다. (영상취재 장우현, 한보욱, 윤종희, 그래픽 김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