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북 청도군이 특정 작가의 작품을 구매한 특혜 의혹이 있다는 연속 보도해 드리고 있습니다.
기증 작품뿐만 아니라, 작품을 구매하는 과정도 석연치 않습니다.
작품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심의위원회가 서류로만 진행된 겁니다.
작가가 출석해 설명도 하지 않은 거죠.
여러 심의위원들이 이 문제를 지적했지만 김하수 청도군수는 작품을 기증한 '세계적 작가'의 말을 믿고 자신이 작품 구매를 결정했다면서 특혜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한태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청도군이 사들인 최 모 작가의 작품은 청도군 운문면 신화랑풍류마을에 설치된 19점, 새마을운동발상지 기념공원에 세워진 1점까지 모두 20점입니다.
모두 2억 9천7백만 원을 썼습니다.
작품 설치를 결정하려면 공공조형물 심의위원회를 열어 살지 말지부터 결정해야 합니다.
통상적으로 작가가 작품 모형을 가지고 참석해 설명하지만 최 작가는 심의위원회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ㅇㅇ 자치단체 미술작품 심의위원▶
"당연히 심의 과정에서 (작가가) 참여를 해야 하는 거고요. 가장 중요한 부분이 작품 평가가 있을 거고요. 그리고 작품이 구조적으로 안전한지에 대한 평가, 그리고 작품이 어떻게 해서 어떻게 설치가 되는지 그리고 그 이후에 작품의 관리가 어떻게 이뤄지는 건지에 대한 평가를 보통 합니다."
당시 심의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심의위원 가운데 한 명은 "작가의 직접적인 설명이 없는 데다, 작가가 직접 축소된 조형물을 가지고 작품 설명을 해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심의위원은 "정확한 심의를 한 뒤 구매를 결정해야 한다"라며 청도군이 구매 결정에 신중을 기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심의위원회에 참가한 청도군의회 이승민 의원은 "행정 절차 진행 과정 경과를 보고받는 조건으로 구매 의결을 한다고 집행부에 요청했지만, 그사이 중간보고는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심의위원 11명 가운데 5명은 청도군청 직원입니다.
나머지 위원 중에도 현 청도군수의 인수위원회 위원이 포함돼 있어 사실상 과반수가 군수의 영향 아래 있습니다.
작가로부터 구체적인 작품 설명도 듣지 못했지만 심의위원회를 통과했고, 작품 20점은 심의 한 달 만에 모두 설치됐습니다.
김하수 청도군수는 "작품을 기증한 세계적 작가가 작품 설치 공간의 주제와 맞게 제작할 수 있다"고 해 자신이 최 작가의 작품 구매를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공정한 과정을 거쳐 작가와 작품 선정을 하지 못한 점은 인정한다고 밝히면서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보입니다.
◀김하수 청도군수 ▶
"그렇게 (공정한 과정을 거쳐) 하는 게 맞는데, 그때는 그런 생각을 안 했다 말입니다. 제가 그냥 해서 본인(최 작가)이 그렇다(제작할 수 있다) 하길래 그렇게 하면 좋다. 그러면 우리가 돈이 많이 들지 않는 선에서 (최 작가가) 해결 좀 해준다니 그렇게 좀 해달라(만들어 달라) 이렇게 한 거죠. 부탁을 한 거죠."
잇단 특혜 논란에도 김하수 군수는 2024년 새마을운동 발상지 기념공원에 설치하는 9억 원짜리 조형벽을 또 최 모 작가에게 맡길 예정이라고 밝혀, 특혜 논란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MBC 뉴스 한태연입니다. (영상취재 장우현, 한보욱, 윤종희 그래픽 김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