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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MBC NEWS대구MBC 사회사회 일반지역심층보도[연속보도] 경북 청도군의 수상한 조형물

[심층] 경북 청도군의 '수상한 조형물' 특정 작가 특혜 의혹···기증부터 구매까지 절차 허점투성이

경북 청도군의 수상한 조형물들
경북 청도군에 특정 종교 작가의 조각 작품 수십 점이 한꺼번에 들어섰습니다.

2023년 3월부터 6월 사이에 모두 설치된 건데요. 

청도군은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이라며 일부는 기증받았고, 나머지는 구매했다고 밝혔습니다.

농촌 지역에 세계적인 작품이 들어왔다면 외부에 알리고 소개하고자 할 텐데, 언론에 그 흔한 보도 자료 하나 배포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특정 작가의 작품 수십 점이 한꺼번에 들어온 것인지, 특혜는 아닌지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기증 작품은 어디에?
경북 청도군 레일바이크 테마파크 입구에서 1km 정도 들어가자 하얀 조각 작품 8점이 나타납니다.

'승리의 나팔'이라는 이름으로 전시되고 있습니다.

강원도에서 예술박물관을 운영하는 종교 작가라는 최 모 씨로부터 기증받은 겁니다. 

청도군 여성회관 앞에는 '비전21'이라는 조형물이 있는데요.

이 조형물 역시 같은 작가로부터 기증받았습니다.

같은 작가의 작품은 청도 운문면 신화랑풍류마을에도 설치돼 있습니다. 

화랑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지어진 테마파크에 하얀 조각 작품 19점이 전시돼 있습니다.

새마을운동발상지 기념 공원 테마파크 주차장 인근에도 같은 작가의 금속 조각 작품 1점이 세워져 있습니다.

설치한 지 7개월가량 지났는데, 작품에는 녹이 슨 부분도 보입니다.

신화랑풍류마을, 새마을운동발상지 기념운동 테마파크 2곳에 설치한 작품 20점은 청도군에서 작가에게 2억 9천7백만 원을 주고 샀습니다.

청도군 "세계적인 작가 작품이라 기증받았고, 추가로 작품을 구매했다"
청도군은 "'세계적인 조각 작가가 자신의 작품들을 기증하겠다'라고 해, 9점을 받아 관내 유명 관광지 곳곳에 설치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작품을 사달라는 작가의 요청을 받아들여 추가로 작품 20점을 구매해 설치했다며,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덧붙였습니다.

공개 입찰 대신, 수의 계약으로 예산을 집행했는데, "생산자나 소지자가 1인뿐이어서 가능하다"는 예외 조항을 이용했습니다.

특정 작가 작품을 석 달 남짓 기간에 무더기? 특혜 의혹 제기
특정 작가의 작품을 석 달 남짓한 기간에 무더기로 사들이자, 특혜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청도군의회 이승민 의원은 지난해 5월 10일 청도군에서 열린 공공조형물 심의위원회 회의에서 "특정 작가하고 이미 다 계약하고 일을 진행하고 있어 납득이 가지 않는다"라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또, 다른 심의위원 역시 "특정인의 작품 29점이라는 상당한 수가 오해의 소지가 있을 법도 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조각가협회의 한 회원은 "조형물 작가가 자치단체에 작품을 기증한 뒤 자신의 작품을 구매하도록 하는 편법이 작용했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조각가협회 회원 "사실 기증이라는 것들을 이제 앞세워서 이후에 일어나는 어떤 작품이 사실은 이렇게 구매 형태로 이뤄지는 부분에 있어서 참 문제가 많은 거죠. 이건 사실 기증이라기보다는 저는 구매라고 이렇게 봐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계적인 작가 작품인데···작품 안내판도 없고, 청도군은 보도자료 한 장도 배포 안 해
그런데, 세계적인 작가라고 소개한 이 작가의 작품 어디에도 작가가 누구인지, 어떤 작품인지를 알려주는 안내판조차 설치돼 있지 않습니다. 

농촌지역에 거액을 들여 예술 작품을 설치한 지 반년이 더 지났지만 보도자료 하나 배포하지 않은 채 '쉬쉬'하고 있습니다. 

작품 기증부터 행정 절차는 무시
경북 청도군이 작품을 기증받으면서 작품 제작비를 지급했는가 하면, 작품 설치도 심의 전에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청도군수는 절차상의 잘못은 있지만, 큰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기증이라고 해놓고 설치비는 5천여만 원?
청도군 레일바이크 테마파크에 설치된 작품 '승리의 나팔' 8점과 여성회관 앞에 설치된 '비전 21' 1점 등 9점은 최 모 작가가 기증했습니다.

작품은 기증했지만 설치비 명목으로 5천9백여 만 원을 받았습니다. 

청도군에 제출한 산출 내역서를 보니 '비전 21' 작품의 명판과 받침대 명목으로 4천7백여 만 원을 청구했습니다.

최 모 작가 "내가 기증을 하되, 나는 또 다음 작품을 만들어야 하니까 최소한의 재료비와 최소한의 운반비, 설치비 등은 지급해 주시오(라고 요구했다.)"

기증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제작비 일부를 받아 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조각가협회에 속한 작가들은 설치비 청구 금액이 과도하다며 사실상 설치비를 빙자해 작품 제작비를 받아 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한국조각가협회 회원 "좌대(받침대)에 3천2백만 원이라는 금액이 사실 합당하지 않은 부분이고, 내역서와 이미지를 보니까 5천9백만 원(전체 설치비)이라면 적당한 가격으로 일반적으로 제작되는 조형물의 가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국조각가협회 회원 "기증으로 하고 작품값을 좌대(받침대)에 과하게 청구해 재료비를 거기서 세이브(보충)시켰다고 보이네요."

기부심사위원회 개최 전에 설치됐거나 설치 결정
작품 기증과 설치 과정에도 석연찮은 부분이 곳곳에 드러납니다.

기증 작품은 기증받을지 말지 결정하는 청도군 기부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합니다.

레일바이크 테마파크와 여성회관에 있는 9개의 기증 작품은 각각 2023년 3월 2일과 4월 1일에 설치됐습니다.

그런데 청도군 기부심사위원회 개최 일자는 3월 31일입니다.

두 작품 모두 심사도 하기 전에 설치했거나 설치가 이미 결정된 겁니다.

설치는 미리 해 놓고 서류에는 왜 늦게?
작가가 의뢰한 설치 업체가 청도군에 제출한 서류에는 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나옵니다.

설치를 완료한 준공 일자가 실제 설치한 날보다 석 달가량 뒤인 2023년 7월 5일입니다.

기증받을지 말지 결정하는 심사위원회가 열리기도 전에 조형물 설치가 이뤄졌고, 서류에는 석 달 뒤 설치했다고 기록한 이유가 뭔지, 해명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김하수 청도군수 "오류 인정···그런데 뭐가 문제?"
2023년 5월 10일 청도군에서 열린 공공조형물 심의위원회 회의에서 청도군의 모 간부 역시 "작가가 기증을 한다며 작품 설치를 먼저 해놓고 6천만 원이라는 설치비를 요구한 것이 절차에 맞지 않다"고 시인했습니다.

김하수 청도군수는 절차상의 하자를 인정했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입니다.

김하수 청도군수 "절차적 과정을 좀 소홀히 할 수도 있었다고 인정을 합니다, 제가. 일을 하다 보면 어떤 것들에 대해서는 소홀히 할 수도 있죠. 그걸 완벽하게 다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특정 작가의 조형물 수십 점이 청도에 어떻게 들어서게 됐는지 작품 설치와 예산 집행은 왜 절차에 맞지 않게 이뤄졌는지 의혹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특정 작가 작품 구매 과정에도 의혹투성이
기증 작품뿐만 아니라 추가로 작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도 석연치 않은 점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작품을 구매할지 여부를 묻는 심의위원회에서 작가가 출석해 작품 설명을 해야 하는 과정도 무시한 채 서류로만 진행해 심의위원들로부터 지적받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김하수 청도군수는 이 작가가 세계적인 작가여서 신화랑풍류마을에 주제와 적합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해 자신이 작품 구매를 결정했다면서 특혜와 같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습니다.

작품 구매 결정 전에 열리는 심의위원회는 사실상 형식적
청도군 운문면 신화랑풍류마을에 설치된 최 작가의 19점의 작품들입니다.

화랑정신과 풍류를 주제로 제작됐습니다.

새마을운동발상지 기념공원에 세워진 작품 1점까지 최 작가의 작품은 모두 20점입니다.

청도군은 최 작가로부터 이 작품들을 2억 9천7백만 원에 구매했습니다.


심의위원회에 작가 참석은 필수
작품 설치가 결정되기 전, 공공조형물 심의위원회를 열어 살지 말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통상적으로 작가가 참석해 작품 모형을 가지고 와 설명하는 자리를 가져야 하지만, 최 작가는 심의위원회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ㅇㅇ 자치단체 미술작품 심의위원 "당연히 심의 과정에서 (작가가) 참여를 해야되는 거고요. 가장 중요한 부분이 작품 평가가 있을 거고요. 그리고 작품이 구조적으로 안전한지에 대한 평가, 그리고 작품이 어떻게 해서 어떻게 설치가 되는지 그리고 그 이후에 작품의 관리가 어떻게 이뤄지는 건지에 대한 평가를 보통 합니다."

심의위원 가운데 한 명은 "작가의 직접적인 설명이 없는 데다, 작가가 직접 축소된 조형물을 가지고 작품 설명을 해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위원은 "정확한 심의를 한 뒤 구매를 결정해야 한다"라며 청도군의 구매 결정에 신중히 처리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심의위원회에 참가한 청도군의회 이승민 의원은 "행정 절차 진행 과정 경과를 보고를 받는 조건으로 구매 의결을 한다"라고 집행부에 요청했지만, "그사이 중간보고는 없었다"라고 밝혔습니다.

작품에 대해 작가로부터 자세한 설명도 듣지 못했지만, 11명의 심의위원 가운데 5명이 청도군청 직원인 심의위원회 통과는 사실상 쉽게 이뤄졌고, 작품 20점은 심의 한 달 만에 모두 설치됐습니다.


김하수 청도군수 "작품 구매 및 설치에 대한 모든 결정은 내가 했다"
김하수 청도군수는 "작품을 기증한 세계적 작가가 작품 설치 공간의 주제와 맞게 제작할 수 있다"라고 해 자신이 최 작가의 작품 구매를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공정한 과정에서 작가와 작품 선정을 하지 못한 점은 인정한다고 밝혔지만,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김하수 청도군수 "그렇게 (공정한 과정을 거쳐) 하는 게 맞는데, 그때는 그런 생각을 안 했다 말입니다. 제가 그냥 해서 본인(최 작가)이 그렇다(제작할 수 있다) 하길래 그렇게 하면 좋다. 그러면 우리가 돈이 많이 들지 않는 선에서 (최 작가가) 해결 좀 해준다니 그렇게 좀 해달라(만들어 달라) 이렇게 한 거죠. 부탁을 한 거죠."

특정 작가의 특혜 논란 속에 김하수 청도군수는 2024년 이 작가에게 9억 원을 들여 새마을운동발상지 기념공원에 조형벽을 설치한다고 밝혀 특혜 논란은 가중될 전망입니다.

한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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