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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필수 의료 전공의의 '한탄'···"사람 생명 살리고 싶어 의사 됐는데, 가족은 먹고살아야 하지 않습니까?"

대구 상급종합병원의 필수 의료 분야 전공의 한 분과 현재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에 대해 이야기 나눈 것을 정리했습니다. 내용 중 인터뷰에 응해 주신 전공의 개인 정보가 노출될 수 있는 부분은 삭제했고 말실수와 모호해 보일 수 있는 일부 내용을 가다듬었습니다. 

Q. USMLE, 미국 의사 면허 고시 사이트가 접속 폭주로 다운된 것을 두고 우리나라 전문의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보시는지?

A. 우리나라에서 사실 의사들이 엄청나게 노력을 해왔고 능력을 쌓아왔고, 그래서 사실 어떻게 보면 지식층이라고 얘기를 하는데 그런 대우를 전혀 못 받고 있고, 외국 나가서 의사 하는 게 어렵지 않거든요? 의사들이 지금까지 공부한 거를 생각하면 영어 공부만 좀 더 하면 충분히 해외 유출도 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에···

Q. 이 사태가 촉발된 게 결국은 2천 명 의대 증원하는 것 때문에 촉발이 된 것이 아닌지?

A. 2천 명 증원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이러기보다는 그거를 포함해서 의사 전체가 지금 대우가 안 좋잖아요. 예를 들면 어떤 (의료) 소송 같은 내지는, 소송도 그렇고 수가 문제도 그렇고요. 사실 의사가 지금 전문의가 아니라 저희 전공의를 통해서 대학병원을 돌아가는 이유도 수가가 낮기 때문에 병원 유지를 할 수 있는 방안이 전공의 돌려서 병원을 수익화하는 거잖아요? 그런 상황이니까 사실 수가가 개선되지 않으면 병원에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전공의 굴리는 수밖에 없죠.

그런데 이거를 계속 계속 유지하겠다, 아니면 또 시스템을 개선할 여지가 없이 그냥 계속 의사만 늘려서 박봉으로 의사의 급여를 낮추겠다, 이런 전체적인 방향성이 한국에서 의사를 하느니 다른 나라 가면 훨씬 대우도 받고 또 좋으니까, 어디 뭐 100분 토론에서는 우리나라 의사가 그런 능력치가 낮다, 좋은 의료 환경이 아니다, 이런 얘기도 하셨던데, 그런 대우를 받으면서까지 우리가 미친 듯이 일을 할 필요가 있나, 이런 생각을 전공의들은 다 하는 거죠.

Q. 정부는 강제 명령 같은 후속 조치를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A. 솔직히 포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게 저희가 사표를 내는 것 자체가 포기하는 거거든요? 싸우자고 하는 게 아니라 이게 뭐 아무것도 안 되니까 지금까지 의대 정원 늘려서 되는 문제가 아니라 정말로 그냥 필수 의료가 살아남으려면 수가 조정해 주고 진짜 살 만하게 만들어줘야 의사라는 그 고된 직업을 하고, 또 15년 이상 공부해서 의사가 되려고 하는 그런 사람들이 생기는데, 그게 안 되니까 저희도 이제 답답해서 다 사표내고 의사를 안 하거나 아니면 해외에 나가서 하거나 이런 식으로 되고, 아니면 소극적이신 분들은 군대 가서 좀 사태가 진정되거나 뭔가 더 개선되면 이제 한 1~2년은 시간을 벌어보겠다, 3년 지나고서 한번 보겠다 이런 상황이라서···

Q. 그렇다면 사태가 진정되고 나서가 더 문제일 것 같은데, 인원만 늘리면 지금 필수 의료 의사들이 낙수 의사가 돼버렸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보시는지?

A. 그 낙수라는 의미도 너무 웃기지 않습니까? 솔직히 어떤 직업이 자기가 낙수 돼가지고 왔다고 생각을 하면 지금까지 노력이 얼마나 폄하되는 단어잖아요? 그 표현 자체가, 낙수라는 게 솔직히 저희는 전공의 경쟁해서 생명을 살리고 막 이렇게 하려고 낭만을 가지고 왔는데 낙수라니··· 이 표현 자체가 남들 안 가고 어쩌다 보면 이제 뭐 (성적이나 수련 과정에서) 떨어져서 나온 사람이 들어가겠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그런 과가 아니거든요? 그냥 대충 흘러들어와서 버틸 수 있는 과도 아닙니다. 그렇게 수련 환경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도 않고요.

그런데 지금 저희가 전공의가 없어질 때부터 그렇게 호소하고 해서, 왜냐면 의국이 없어지고 교육 시스템이 무너지면 위의 연차가 없는 상황에서 1년 차가 들어와서 배울 수가 없거든요? 1년 차가 계속 잡고서 2년 차, 3년 차, 4년 차, 계속 돌아가면서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줘야 한 사람의 의사가 만들어지는 거라서, 그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만큼 노력을 했고 그 전부터 얘기를 했던 건데, 전공의들 의견이나 그전에 이대목동병원 사건 이후에 사람들(전공의)이 감소할 때, 그 위기라고 얘기했을 때, 코로나 때 데모했을 때, 다 의사의 입장을 얘기하고 상황을 얘기해도 안 듣지 않았습니까?

그거가 이제 이런 파급 효과로 나타나는 거죠. 그런데 일반 시민들은 아직도 모르잖아요, 아무것도? 아무리 얘기를 해도 그냥 자신이 감내하는 그냥 병원 시스템, 그다음에 서비스, 이것만 집중하니까, 그냥 단 하나의 직군으로 그냥 사실 큰 관심이 없으니까 다들···

Q. 필수 의료 분야에 자부심 가지고 하시는 의사들이 의료 현장을 좀 지켜주셔야 하는데 이 사태 이후가 더 문제일 것 같아요. 

A. 그런데 애들 키우면서 저희 애들이랑 놀지도 못하고 전공의 박봉에 애 키우는데, 400만 원 받고서 일하는데 애들 먹을 것도 없거든요? 집도 없어요, 집. 답이 없습니다, 답이. 그래서 이거 전공의 생활 4년, 의대 생활 4년 (모두 끝내고) 나중에 결혼하면 되지 않냐, 이렇게 얘기하면 뭐 할 말이 없는데, 결혼해서 애 낳고 살면서 빚이 벌써 3억, 5억이에요. 나와서 그런데 돈 벌 수가 없대요. 수가도 안 나오고 개원하면 망한답니다. 그런데 일단 돈이 안 되는데 누가 합니까? 이거 그냥 의사, 사람의 생명 다 좋죠, 사람의 생명 다 좋은데 당연히 우리도 사람 생명 살리고 싶어서 의사가 됐는데, 그런데 그거를 해서 우리 집 가족은 먹고 살아야 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걸 그냥 다 밥그릇 싸움이라고 얘기하시니까, 진짜 저희도 사실 다 고등학교 때 보시면 공부 잘하는 애들, 의대 가는 애들 보면 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공부만 하는 애들이지 않습니까? 이렇게 또 막 약아 빠지고 그런 애들 없거든요? 그냥 공부하고 그냥 사람 살리면 기뻐하고 이런 애들이라서 그냥 다들 그냥 순수하게, 그냥 이렇게 하면 그래도 의사니까 뭐 먹고 살겠지···

그런데 그게 코로나 시대 지나고 사람들이 의료 파업하고 그때 알아챈 겁니다. 이 실상이 의사들 사이에서도 쉬쉬하고 그냥 낭만을 찾아서 필수과 들어가는 애들 있을 때 그냥 냅두자 이렇게 있다가, 그러고 들어오면 이거 못 하겠는데 이 정도 노력해서 이거밖에 못 벌면 나는 이거 안 하고 그냥 차라리 피부과나 성형외과 이런 거 하는 게 낫겠는데, 이렇게 하는 생각을 할 수 없게, 그냥 그냥 열심히 공부만 하게 그냥 짜여져 있는 거거든요?

그런데 코로나 시대 지나면서 이제 사람들이 대우를 보고 의사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를 깨닫게 된 겁니다. 의사들이, MZ세대들이 그걸 깨닫기 시작하면서 이제 수익, 내가 실제로 이거 하면 못 벌어 먹고사는구나, 이렇게 얘기를 하는 거죠. 이게 사실 걱정입니다. 저희도 돈 얘기하기 싫거든요? 돈, 돈 하면 당연히 안 좋게 보이잖아요? 돈은 그냥 일단 기본이 내가 먹고사는 건 돼야 자아 성찰이 되는 거고 그게 이제 수단일 뿐인데, 사람들이 이제 좀 의사들한테는 너무 과한 가치를 요구하는 건 아닌가···

Q. 지금 너무 강 대 강 대치로 가는데, 그런데 전공의들은 아예 생각이 지금 정부에서 생각하는 거하고는 좀 다르게 흘러가는 부분이 있어서 이래서는 문제가 갈수록 더 커지겠다는 걱정이 자꾸 듭니다.

A. 맞습니다. 정부가 지금 사태 파악을 그냥 한, 그 어느 기업의 파업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어떤 자기 밥그릇을 다시 찾기 위한 투쟁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그게 아니라 의사 선생님들은 좀 실망하고 낙담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은 있긴 하지만 진짜 포기하는 마음으로 나가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진짜 같이 사표 쓰러 가는 사람들 보면 막 진짜 낙담해서 가거든요?

김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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