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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보니] 연대 의대 자퇴생의 행복한 꿈

2015년에 입학했던 연세대 의대를 자퇴하고 2023년 입시를 통해 조선대 수학교육과에 입학한 사실을 소셜미디어(SNS)에 공개했다가 유명세를 타고 있는 백윤성 씨. 그는 의사보다 더 행복한 꿈이 있어서 의대를 포기했다는데요. 남들은 못 들어가서 안달인 의대를 포기한 이유, 23학번 새내기 대학생 백윤성 씨를 만나 자세히 들어보겠습니다.

'(의대) 합격자 수를 늘리자' '의과대학을 쓰자' 해서 원서 철에 집을 나갔었습니다.

의사 하는 친구들도 그 얘기를 해요. '돈은 있는데 시간이 없다' '죽을 것 같다. 그냥 다른 직종 할 걸···'

행복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학벌이라는 족쇄 안에서 갇혀 있는 것도 싫었고···

저는 연세대학교(의대)에 갔다가 이번에 자퇴하고 조선대학교에 연어처럼 돌아오게 된 28살 백윤성이라고 합니다.

Q. 의대에 입학한 이유는?
의대를 처음에 선택했을 때는 저는 그렇게 의대 생각이 없었어요, 안타깝게도.

무엇이냐 하면 저는 화학공학과에 가서 배터리 연구 쪽으로 하고 싶다, 이래서 대학원까지 생각을 미리 하고서 교수님들하고 접촉도 메일로 해보고 그랬던 상황이었는데, 집이랑 학교 측에서 '(의대) 합격자 수를 늘리자' '의과대학을 쓰자' 해서 제가 원서 철에 집을 나갔었습니다.

쓰기 싫다고 그랬는데 어찌어찌 협상이 돼서 다시 들어와서 생각해보니까 연대 의대, 성대 의대, 이 정도면 떨어질 것 같아서 썼어요. 연대 의대에 떨어진다, 이거 쪽팔릴 일이 아니잖아요? 사실 붙었다, 뭐 개꿀, 이러면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서 의과대학을 썼는데, 마침 서울대학교나 이런 데는 떨어지고 연세대학교 의과대학만 붙어서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Q. 의대 생활은 어땠나?
처음에는 많이 위축됐습니다. 왜냐하면 '국제생물 올림피아드 금상' 이런 애들이 동기로 있다가 게네들이 갑자기 자퇴하는 거예요, 예과 1학년 때. 그래서 사유를 들어보니까 'MIT 붙었다' '홍콩 과기대에 붙었다' 이런 이유로 자퇴하는 걸 보면서 나는 여기 애들보다 급이 좀 낮지 않나,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이. 그런 생각이 들었고 그런 자괴감 때문에 적응 자체를 처음에는 잘하지 못하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게 되게 불편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학벌이라는 거를 어느 정도 즐기기도 했지만, 솔직히 연대 의대라고 하면 '우와~' 해주는 거 기분 좋거든요? 어느 순간부터 그게 족쇄가 돼서 백윤성이라는 사람을 봐주는 게 아니라 이제 연대 의대생 한 명 이걸 봐주는 느낌이 너무 강했습니다.

Q. 의대 자퇴한 이유는?
제가 재시험 기회를 받아서 교수님하고 면담하는데 교수님께서 "다 찍어도 너 점수랑 비슷하겠다" 뭐 이런 식으로 말씀하셔서, 저는 당연히 100점 만점에 그래도 50~60점은 맞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보니까 다 찍었으면 20점일 거고 제 점수가 30점대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여기는 진짜 열심히 해도 안 되는구나, 안 될 사람은' 이 생각이 너무 세게 들었습니다.

많은 제 친구들이 유급을 해서 아예 본과 1에서 진급조차 못 하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그 학생을 보면서 저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살다가 어떻게 어떻게 의사가 되더라도 제가 떳떳한 의사가 될 수 있을까, 이것에 대해서 의문이 들고 적성에도 안 맞고 열심히 공부를 해봤는데 시험 성적이 너무 나오지 않았다, 이게 결정적인 이유가 됐던 것 같아요.

Q. 후회 안 할 자신?
남들하고 비교하지 않으면, 굳이 비교해서 불행해질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지금 이미 15학번 대의 동기였던 애들은 인턴, 레지던트 하고 있거든요? 솔직히 부러워요. 그런데 제가 그거를 먹을 수 있었냐 하면, 기회는 주어졌지만 제 역량이 부족했기 때문에 의과대학을 졸업까지 할 수는 없을 거로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굳이 비교하고 싶지 않아요.

저는 물론 사람이니까 보이긴 하겠죠. 그런데 그냥 보인다는 것에서 끝내야지 이거를 가지고 계속 비교하면서 자괴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Q. 의대에 목숨 거는 요즘 세태는?
저는 개인으로서도 사회로서도 국가로서도 어떤 차원에서든 불행한 현실이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개인으로서는 결국 의사를 한 친구들도 그 얘기를 해요. '돈 많이 벌긴 하는데 결국에 결혼하면 와이프랑 자식들한테만 쓸 돈이고 취미 즐길 돈은 있는데 시간이 없다' 이 얘기들 많이 하고 '죽을 것 같다' '그냥 다른 직종 할 걸···'.

물론 그게 약간 기만적으로 들릴 수 있어요. 남들은 그 돈이라도 벌려고 더 일해야 하는데, 이렇게 생각할 수는 있는데 사회에서는 대우가 좋다, 하지만 직장에서 대우가 좋은 것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저는 그래서 무조건 의대에 가는 건 개인적인 차원에서 정말 비극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사회나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그 인적 자원들이 원하는 대로 분배가 돼야 하는데 이상하게 분배가 돼서 그냥 사회생활 하면 괜찮았을 엘리트들까지 수능에 목매달아서 몇 년이고 (시간을) 버리고 있잖아요? 이건 정말 비극 그 자체라고밖에 말씀드릴 수 없어요.

Q. 이번 수능 준비는?
5월에서 6월쯤에 시작했어요. 수능 준비를 할 때 국어 같은 경우에는 기출 문제를 원래 저는 들입다 파는 편이었는데 이게 문법 같은 거 기억이 안 나요.

솔직히 마지막으로 수능 친지 4년, 5년 지나고 나서 보니까 문법 기억 안 나서 EBS 교재 사서 풀어보고 했는데, 수능에서도 문법은 잘 모르겠더라고요. 수학 같은 경우에는 워낙 원래 잘해서 기출 문제들을 풀어보는 것 위주로 했습니다. 영어 같은 경우에는 원서로 공부를 대학에서 했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고요. 문제는 탐구였긴 했습니다. 탐구 영역을 열심히 해야 했었는데 수능 때 조금 정신력이 갈려서 그냥 안 풀리는 건 1번으로 다 밀어버린다든가 그런 일도 있었고···

Q. 23학번 새내기로서 각오는?
그때(연세대) 신입생일 때는 정말 제가 지금 다시 되돌아봐도 안쓰러워요. 뜻하지 않게 그런 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되게 불행했거든요? 힘들고 공부도 안 되고. 그런데 이제 와서는 먹고살아야 하지 않습니까? 솔직히 그러다 보니까 공부를 열심히 할 거고. 저는 친구들 만드는 걸 좋아해서 스터디 같은 거를 꾸려서 미적분학 스터디, 이런 거면 저는 이미 미적분학을 배워왔기 때문에 이끌고 가줄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그때의 백윤성은 여유가 없어서 남들이 이끌어줘도 못 따라갔지만, 지금의 백윤성은 남들을 이끌어주는 존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앞으로 희망은?
조금 편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은 솔직히 없었다고는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이제 행복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학벌이라는 족쇄 안에서 갇혀 있는 것도 싫었고 과외를 하면서 저는 계속해서 교육자로서 삶이 어떻게 될까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그러면서 고민하면서 교육자에 대한 꿈이 어느 순간 또 억누를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커진 것도 있습니다.

저는 일단 임용고시 봐서 수학 교사가 될 거고요.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쓰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현실을 직시시켜서 얼마나 이 사회가 잔인하고 냉혹한지를 알려줌과 동시에 그래도 노력하면 희망이 남아 있는 사회잖아요? 그 부분도 직시시켜주고 싶습니다.

관련해서 높은 직책이나, 교육감 같은 그런 자리에 앉고 싶어요. (교육감은) 섬겨야 하는 자리인데 교육감들을 봤을 때 과연 학생들을 섬기고 학부모와 지역 분들을 섬기는 그런 자리가 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들어요. 그리고 교사들도 또한 교육감이 섬겨줘야 하는 대상이라고 생각해요.

윤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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