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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보니] 반복되는 대형 참사···20년이 지나도 아프다

2003년 2월 18일 오전 9시 52분 대구 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에서 화재가 발생해 192명이 숨지고 151명이 다쳤습니다. 대구는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고, 희생자와 시민들은 견디기 힘든 고통과 슬픔을 겪었습니다.

20년이 지나는 동안 반성과 성찰이 없는 대한민국에는 4·16 세월호 참사가 되어, 10·29 이태원 참사가 되어 또다시 반복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로 19살 딸을 잃어버린 황명애 씨를 만나보았습니다.

20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슬픔

반성과 성찰이 없는 참사는 세월호·이태원 참사로 이어져···

"왜 대한민국은 참사 가족 부모들을 미안하게 만드는지 모르겠어요"

"미안해야 할 사람들은 이 정부고 이 지자체인데 제대로 처벌받을 자가 처벌을 받아야 이런 대형 참사는 되풀이되지 않으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Q. 딸의 마지막 모습은?
저는 2003년도 19살 대학 입학 예정자 딸을 대구 지하철 참사로 잃은 엄마 황명애입니다.

딸아이가 대학 입학을 앞두고 아르바이트를 잠깐 하러 나갔었거든요?

용돈이라도 벌어보겠다고 그랬는데 아르바이트 나가는 시간이 아침이어서 급하게 막 씻고 머리 말리는 모습을 보고 옷 갈아입고 나갈 때 "잘 갔다 와"하고 그게 마지막이었습니다.

딸아이하고 한 번씩 동성로에 뭐 사러 갈 적에 지하철을 타고 가곤 했거든요? 그러면 어디쯤 탔을 것이다. 제가 이렇게 짐작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 위치가 5호차 뒷부분쯤 될 거라고 짐작했는데 진짜로 제가 짐작했던 그곳에 있더라고요. 그래서 중앙로역이 내리는 역이니까 문 입구에 있지 않을까 그랬는데 딱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Q. 참사가 되풀이되고 있는데···
과거가 제대로 고쳐지지 않으면 미래는 늘 똑같은 사고로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그걸 잘 나타내주는 우리나라 속담이 있지 않습니까?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그런데 외양간 안 고치지 않습니까? 고치면 소를 잃지 않죠. 다음에 그 소가 마지막 희생양이 될 텐데 소 잃고도 고치지 않으니까 반복되는 겁니다.

대구 지하철도 대구시장이 책임을 져야 하겠지만 그러지 않았어요. 누구도 제대로 책임질 사람 없고 마치 그냥 기관사에게 모든 초점을 돌려서 기관사가 이런 대형 참사를 만들어놓은 것처럼 그렇게 만들어 버렸단 말이에요.

세월호는 잘 진행이 돼서 진상이 규명되고 그래서 억울한 사람 없이 왜 내 아이가 이렇게 죽어갔는지를 알게끔 제대로 되어야 하겠다, 그래서 법과 제도가 바뀌어야 하겠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그러지 못했어요. 그건 다시 또 이태원으로 연결되지 않습니까? 정부에서 책임 있게 잘했더라면 이런 대형 참사는 되풀이되지 않으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대로 처벌받을 자가 처벌을 받아야 법과 제도도 잘 만들어지고 시스템도 제대로 만들어져서 이런 대형 참사는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늘 합니다, 저는.

Q. 추모 사업 필요한 이유는?
추모 사업을 처음에 하자고 할 적에 왜 해야 하는지 다 고민했었죠. 내 자식의 죽음은 명예를 찾아줘야 하겠구나, 그건 이 나라를 안전하게 만드는 데 엄마가 일조해야 하겠다고 할 적에 여러 사람이 같이 동참했고, 저희가 이제 안전한 세상을 한번 만들어 보자, 그게 바로 우리 추모 사업이다.

그 안에는 추모 전시관, 안전 체험관 그리고 뭐 도서관 등등 해서 추모 묘역, 그리고 추모탑, 이렇게 해서 추모 공원이라고 했는데, 그게 한자리에 있어야 하는 이유, 이런 대형 사고가 일어나면 이러이러한 일들이 일어난다고 전시하지 않습니까? 그러면 미연에 우리가 이렇게 조심하고 이런 것들을 지켜야 한다고 교육하지 않습니까? 그런 것들이 잘 지켜지지 않았을 때 이런 희생자들이 생긴다고, 그 묘역과 추모탑이 한자리에 있어야 교육적인 상승효과가 나지 않겠느냐고, 안전한 세상은 이렇게 조금씩 우리가 만들어 가자, 라고 해서 이제 추모 사업을 시작한 겁니다.

Q. 정부·대구시에 바라는 점은?
정부에 바라는 건요, 대형 참사든 어떤 참사든 참사가 일어나면 피해 수습을 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 수습 단체를 가해자가 하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제3의 기관이 만들어져 사고를 재해석할 수 있는 전문가들, 그리고 거기 유족이 반드시 포함돼서 사고 수습을 해 나갈 때 올바른 사고 수습이 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바람이 있고요.

대구시에는 다른 거 없습니다. 약속한 것을 지켜달라는 거죠. 저희와 합의했던 거, 유족을 더 이상 20년 이상 이렇게 우롱하지 말고 20년을 추모사업 완성을 못 하고 이러고 있으니 다들 저희 유가족들이 죽어가요. 이제 나이가 드니까 한 분 두 분 돌아가시다가 그 돌아가시는 속도가 점점 빨라져요. 지금은 대구시는 유가족을 다 죽이고 난 뒤가 아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올바른 성정으로 추모 사업을 마무리해 주시기를 대구시에 바랍니다.

Q. 딸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저는 항상 딸에게 대화합니다. 제 방에는 딸 물건과 딸 사진이 그대로 딱 있어서 침대에 누우면 항상 얼굴을 마주 보고 매일 대화합니다.

저는 그런데 이렇게 억울하게 목숨을 빼앗겼는데, 암매장꾼이라고 몰려가면서 그 오밤중에 갖다 묻어서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 보겠다고, 그런 일념 하나로 자식을 거기다 갖다 묻어놨는데 아직 이름 한 자 못 찾아주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자식에게 뭐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미안해서 어떤 말도 못 해요.

왜 대한민국은 사고당한 그 참사 가족 부모들을 미안하게 만드는지 모르겠어요. 미안해야 할 사람들은 이 정부고 이 지자체인데 왜 그 부모가 미안해야 하는지, 왜 이렇게까지 만드는지 정말 원망스럽습니다.

윤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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