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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보니] "동네 유지에서 동네 거지로···"

어릴 적 주택가 골목 어귀에 있는 동네 목욕탕 많이들 이용해 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이용객 감소와 가스·전기 등 공공요금 인상 등 이중고로 인해 동네 사랑방 역할을 했던 목욕탕이 서서히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점점 사라져가는 동네 목욕탕 주인을 만나 속사정을 들어봤습니다.

그 많던 동네 목욕탕 다 어디로 갔나?

대구 목욕탕 최근 3년간 40% 문 닫아

대구·경북에 '목욕 바우처' 도입이 시급

"동네에 목욕탕집이라 하면은 동네 유지였어요. 어느 날 갑자기 이제는 동네 거지가 돼 버렸다는 얘기"

"코로나 끝나면 좋아지겠지. 이렇게 생각했는데 공공요금이 올라버리고 나니까 이제는 대책이 없고 어떻게 폐업을 잘할 거냐?"

Q. 자기 소개
목욕탕을 한 지가 40년, 만 39년을 했고요. 대구목욕협회 회장을 맡고 있고 이름은 사공근입니다

Q. 대구 목욕업계 실태는?
모두, 다른 업계들도 다들 어렵겠지마는 목욕업계가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은, 첫 번째 코로나가 생기면서부터 상당히 어려워졌거든요?

그래도 코로나가 생겼을 때는 요거 한 3개월만 잘 넘기면은 정상화될 거다, 한 6개월만 잘 넘기면 정상화될 거다, 이렇게 해서 모두 업주들이 어려우니까 처음에는 1천만 원, 2천만 원, 큰 집들은 1억만 밀어 넣으면 정상화될 때까지 이렇게 하면서 버텨왔는데, 여유가 좀 있는 집들은 그래도 오늘날까지 버텨왔고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그 중간에 도태가 돼버리는···

Q. 목욕탕이 사라지는 이유는?
대구가 2019년도에 (목욕탕이) 330개가 있었거든요? 330개 업소가 매년 10%씩 줄어들고 지금 등록증이 살아있는 집이 240군데, 휴업 상태를 빼고 나면 200 군데가 조금 모자라는. 코로나가 조금 완화가 되려고 손님이 어느 정도 조금 불어나나 싶은 이런 시기에 공공요금 인상이라는 게 그만 닥치니까, 복병이. 이제는 대책이 안 서는 겁니다.

나름대로 코로나 때는 '아, 코로나만 끝나면 좋아지겠지' 이렇게 생각했는데 공공요금이 올라버리고 나니까 이제는 대책이 없고 아무런 희망이 없어졌다는 얘기. 그리고 전부 다들 한다는 얘기가 '이것을 어떻게 해서 우리가 정상화를 시켜서 영업할 거냐?' 이것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고 '어떻게 폐업을 잘할 거냐' '어떤 식으로 이 건물의 용도를 바꿔서 쓸 거냐?' 그것이 우선이라는 얘기.

Q. 공공요금 얼마나 인상됐나?
공공요금, 가스 요금. 최고 문제가 가스 요금인데 다른 업종에는 부재료에 속하거든요? 그런데 목욕업종은 물과 가스가 원재료에 속하기 때문에 타격이 가장 많다는 거. 우리 집 같은 경우를 보면 2022년 12월을 기준으로는 1월에 낸 요금이 전기 요금, 수도 요금, 가스 요금, 이거를 합해서 1,700만 원 정도였는데 2023년 1월에는 2,500만 원. 가스 요금, 전기 요금, 수도 요금을 인상된 부분 반영을 하면 우리 목욕비를 얼마를 받아야 하느냐? 대구에서 지금 현재 7,500원에서 8천 원이 목욕 요금의 평균치인데 만 원이 넘어가야 한다는 얘기. 만 원이 넘어가면 당장 손님이 없다는 얘기. 과연 손님이 오겠나? 사회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 그래서 우리가 여태까지도 고생했으니까 이거를 한꺼번에 올리지 말고 두 번에 하든지 세 번이나 한 6개월 만에 하든지 4개월 만에 하든지 사회 충격이 좀 작게 하기 위해서 그런 식으로 대충 의견은 돌고 있어요.

Q. 폐업 못 하는 이유는?
(폐업)하고 싶어도 못 하는 게, 이거 폐업을 하고 나면 코로나가 생기면서부터 대출 건이 다 걸려 있어요.

코로나 때문에 대출해준다, 저리 대출해준다, 이런 것도 있고 목욕탕을 하니까 신용대출도 걸려 있고. 이런 사람들은 폐업해버리면 대출을 갚아야 한다는 얘기. 대출을 갚을 돈이 없어서 못 하고 있다는 얘기. 그것이 그런 사람들, 일부 폐업을 하고 나면은 다른 용도로 건물을 써야 하는데 철거비가 너무 많이 드니까 엄두를 못 내는 사람들, 거의 두 분류로 나누면 되죠. 그래서 한 15% 정도는 폐업은 아니고 휴업 상태.

Q. 예전 풍경은?
옛날에 목욕탕을 할 적에는 사실은 요새같이 경비가 안 나왔어요. 경비가 들어가는 게 없었다는 얘기. 쉽게 말하면 40년 전에 목욕할 때는 탕 안에 때가 둥둥 뜨면 모기장 가지고 때를 건졌다는 얘기지. 그렇게 하니까 물세, 전기세, 이런 것도 별로 들어가지 않았고 그 당시에는 동네에 목욕탕집이라고 하면은 동네 유지였어요. 동네 유지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이제는 동네 거지가 돼 버렸다는 얘기. 동네 거지가 되어 버리고 또 사실은 목욕탕이라는 게 지금도 그래요. 목욕을 많이 오는 세대들이 아예 노인들도 아니고 중간 노인 대. 그리고 아예 노인네들은 경로당으로 간다는 얘기야. 소통의 장이 경로당.

그런데 거기에 가기에 좀 껄끄러운 사람이 있잖아요? 거기 가기에는 좀 일찍이다, 이런 사람들은 목욕탕이 소통의 장이라 여기 와서 얘기도 하고 옆집 얘기도 듣고 우리 집에 고구마 캤다고 목욕하러 오면서 고구마 삶아 가지고 와요. 그럼 이웃에 나눠 먹고. 우리 집에 또 배추 농사지었다고 배추 부침개 부쳐서 와서 여기서 나눠 먹고 이렇게 하던 것이 코로나가 생기면서 거의 싹 바뀌었잖아요? 음식 못 먹게 해버리고 말 못 하게 하고.

Q. 앞으로 바라는 점은?
공공요금이 이것이 한 달 있다가 끝나고 1년 있다 끝날 것 같으면 우리 요거 끝날 때까지 조금 할인해 주십시오 하는데 그거는 희망 없는 소리고.

대구의 목욕협회 회장으로서 정부에다가, 지방정부에다가 부탁을 드리는 겁니다. 전북이라든가 서울·대전 이런 데에서 하는 거를 가서 견학을 가보니까 목욕 바우처라는 게 있어서 정부에서 좀 여력이 안 되는 노인들과 생활보호대상자들 복지 차원에서 한 달에 두 번 목욕 좀 시켜 달라, 정부에서 목욕 티켓을 정부에서 발행해주면 그 표를 가지고 생활보호대상자들 목욕 못 가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과 노인들, 이런 사람들을 주면 그걸 가지고 어느 목욕탕에 가더라도 목욕하고, 그 티켓을 가지고 우리가 정부에 가서 돈을 받아오는 걸로 그게 목욕 바우처가 그렇게 하고 있는데 지자체별로는 많이 하고 있어요. 군데군데에서, 서울에도 몇 군데하고 있고 구청마다 하고 있는데, 광역에서도 하는 데가 전북이 하고 있고요. 대전시가 하고 있어요.

대구·경북은 한 군데도 없고요. 지자체 하나도 없고, 그래서 대구광역시가 좀 힘들면 조금 여유 있는 구청이라도 미리 사업 시작을 하면 다른 구에서도 좀 따라 하지 않겠느냐?

윤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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