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KAL858기 실종사건 33주년 특별 기획 뉴스 시간입니다.
항공기 사고 조사에서 탑승객 인원과 명단은 아주 기본적이자 중요한 정보입니다.
특히 김현희 일당이 승객을 가장해 폭탄 테러 사건을 일으켰다는 KAL858기 실종 사건은 더욱 그렇습니다.
김현희 일당이 범인이라는 증거가 자백 이외는 없는 데다 이들을 누군가 도와줬을 수도 있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탑승객의 수와 명단조차도 맞지 않아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습니다.
심병철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검찰이 김현희 일당을 기소하면서 법원에 증거 자료로 제출한 KAL858기 탑승자 명단입니다.
개인 승객 가운데 이교운이라는 이름이 영문자로 기록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교운이라는 이름은 유족들이 대한항공과 안기부로부터 받은 실종자 명단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KAL858기는 이라크 바그다드를 출발해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태국 방콕을 경유해 서울로 가는 항공편이었습니다.
아부다비에서 방콕에 가던 중 실종됐으니 실종자 명단에 없다면 아부다비에서 내린 승객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나 당시 정부가 밝힌 아부바디에서 내린 승객 명단에도 이교운이라는 이름은 없습니다.
그럼 도대체 이교운 씨는 어디로 간 것일까?
다른 실종자들처럼 사망 처리가 됐다면 유족들이 보상금을 받았을 것입니다.
취재진은 주무 부서인 국토교통부에 이 씨의 유족이 보상금을 수령했는지 확인하려고 행정 정보 공개 청구를 했습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관련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대구MBC는 1년 전부터 이교운 씨가 정체불명의 승객이라고 여러 차례 보도했지만 유족으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했습니다.
KAL858기 탑승 희생자 유족회 측도 사고 발생 이후 지금까지 이교운 씨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인터뷰▶연제원 고문/KAL858기 탑승 희생자 유족회
"모르죠 한 번도 얘기 들어 본 적도 없어요. 나중에 이교운 씨라는 것을 알았지 115명인 거 내리고 타고 명단도 몰랐고, 이교운씨라고는 들어보지도 못했어요."
그런데 취재진은 최근 공개된 외무부 전문에서 놀라운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 전문은 주 바그다드 한국 총영사가 외무부에 보낸 건데, 홍콩 거주 교민인 이 씨가 KAL858기 실종 사건 직전인 11월 21일부터 28일까지 바그다드에서 체류한 사실이 기록돼 있습니다.
외교 당국은 어떻게 이교운 씨의 존재를 알고 추적한 것일까?
◀인터뷰▶신성국 신부/전 KAL 858기 시민대책위원회 위원장
"이교운이 일반 탑승객이라면 그 사람이 바그다드에서 탑승하기 전에 어떠한 행적에 대해서 어떻게 알아요? "
더욱 충격적인 것은 전문을 수령한 일시가 사고 당일 13시 42분이라는 겁니다.
KAL858기가 실종되기 20분 전, 인도양 상공을 날고 있을 시각인데 바그다드 총영사는 무슨 이유 때문에 사건이 나기도 전에 탑승객 이교운씨의 행적을 파악해서 보고한 것일까?
외교부가 최근 공개한 전문에서 이교운 씨와 관련한 많은 부분은 개인 신상 정보라는 이유로 검은 색으로 가려져 있었습니다.
◀인터뷰▶신성국 신부/전 KAL 858기 시민대책위원회 위원장
"이교운이 홍콩 거주민이라고까지 만 나오고 나머지는 다 블랙, 블랙으로 해 놓았어요. 지워져 버렸어. 그러니까 이교운에 대해 뭔가 신상을 감추고 싶은 거예요."
KAL858기 실종사건에서는 항공기 사고 조사의 가장 기본적인 사항인 탑승자와 실종자의 수조차도 제대로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유족들이 3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면 재조사를 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이유입니다.
MBC뉴스 심병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