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주 경북 영주에서는 집에서 잠자던 14개월 영아가 산사태로 쓸려 내려온 토사에 깔려 숨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사고 직후 산사태 대응이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는데요.
산림청과 영주시는 산이 아니라 밭에서 흘러내린 토사가 아이를 덮쳤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이도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14개월짜리 아기가 폭우에 밀려 들어온 토사에 묻혀 숨진 건 6월 30일.
119 구조대원들은 사고가 난 집이 야트막한 산 바로 밑에 위치한 탓에 '산사태'로 사고를 분류했습니다.
하지만 영주시는 사고 직후부터, 산사태가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산이 아니라, '개발 행위'가 이뤄진 땅에서 토사가 흘러내린 게 원인이라는 겁니다.
◀영주시 관계자(사고 당일 오전)▶
"저희가 현장을 보고 판단한 거죠. 거기가 개발 행위가 나간 곳을 보니까 2019년도에 (허가 났습니다.)"
산림청에 최종 보고된 사고 원인도 '밭에서 유출된 토사'로 확인됐습니다.
◀영주시 관계자(사고 당일 오후)▶
"(인위적인) 행위가 들어간 곳에서 흘러내리는 걸 산사태라고 하진 않거든요. (사고 발생한 집의) 위쪽에 밭이 있고 밭에서 흙이 흘렀으니까…"
"집을 덮친 흙이 담긴 마대 자루 30여 개가 사고 현장 뒷켠에 쌓여있습니다. 영주시와 산림청은 집을 덮친 흙이 산이 아닌 밭에서 흘러 들어온 것이라 주장하고 있습니다."
관계 당국이 산사태 여부에 이토록 민감하게 대응하는 건 인명 피해 책임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산림청 관계자▶
"산사태가 되면 (산이) 공공재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보상을 해주는 거고요. 산사태가 아니고 원인자가 있다고 하면 원인자가 보상해 주셔야죠."
하지만 아기 유족들은 밭과 집 사이에 위치한 산의 일부인 경사면 흙이 무너진 것이라고 반박합니다.
◀숨진 14개월 영아 아버지▶
"경사면이 (물로) 차 버리니까 경사면이 쏠려서 (집을) 다 덮친 거예요. 여기 어디를 봐서 경사면이지, 누가 무너진 곳을 밭이라고 하겠어요."
산이 아닌 만큼 산사태 취약지역 점검 대상에서도 빠졌다는 게 산림 당국 해명입니다.
산이 아니더라도 경사가 급한 사면은 지자체가 재해 예방 조치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도 법에서 정한 급경사지 기준에 해당하지 않아 관리 대상에서 역시 빠졌습니다.
유일한 재해예방 조치는 가족들이 직접 구입한 천막으로 경사면을 덮어두는 임시방편이 전부였습니다.
◀산사태 전문가▶
"폭우가 오면… 이런 곳은 배수가 잘 안 되잖아요. 물 하중을 떨어지는 대로 다 받고 있는 거예요. 밑에서 안 받쳐주니까…"
1살 영아가 사망한 영주시 상망동의 많은 주택이 산 아래에 자리 잡고 있지만 산사태 취약지역에 포함된 지번은 현재 단 한 곳뿐입니다.
MBC 뉴스 이도은입니다. (영상취재 최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