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강이나 바다 주변이 아닌 산꼭대기인데도 1년 내내 물이 마르지 않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문경 돌리네 습지'인데요.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석회암 지대에 만들어진 습지인 데다, 멸종 위기 야생동물도 많이 살고 있어 보전 가치가 높은 지역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최근 경북에선 처음으로 '람사르 습지'에 등록된 데 이어, 국가지질공원 인증도 앞두고 있습니다.
김경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경북 문경시 산북면 굴봉산 정상부.
해발 270m가 넘는 분지 지형 곳곳에 작은 연못처럼 물이 고여 있습니다.
겨울철 이곳의 수심은 약 3m, 여름철엔 6m까지 깊어집니다.
1년 내내 물이 마르지 않는 문경 돌리네 습지입니다.
돌리네는 땅속의 석회암이 지하수나 빗물에 녹아 만들어진 접시 모양의 웅덩이를 뜻하는데, 이곳처럼 물이 고이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석회암 지대는 물이 지하로 잘 빠져나가기 쉬운데, 이곳은 특이하게도 겨울인데도 물이 그대로 고여 습지를 이루고 있습니다.
◀임연 자연환경 해설사▶
"'테라로사'라는 붉은색 점토질 흙과 광물과 낙엽이 수만 년 동안 차곡차곡 쌓여서 밑으로 물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주고 있기 때문에 습지가 될 수 있었습니다."
또 육지와 초원, 습지 생태계가 공존해 있어 원앙과 소쩍새 등 천연기념물과 수달, 담비와 같은 멸종 위기 야생동물을 포함한 9백여 종의 다양한 야생생물도 서식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독특한 지형과 생태 환경을 간직한 문경 돌리네 습지를 보러 2023년에만 3만 6천여 명의 관광객이 몰렸습니다.
◀이충근, 김명순 부산 연제구▶
"습지 오늘 처음 여기 와 봤는데, 상당히 주위 경치도 좋고, 이 산 위에 습지가 있다는 게 저도 느껴보지 못한 걸 오늘 처음 느끼게 됐습니다."
과거 주민들이 벼농사를 짓던 이곳의 지질학적 가치가 처음 주목받은 건 지난 2011년 환경부 조사에서였습니다.
이후 2017년 환경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돼 관리되기 시작했고, 2월 초엔 경북 최초로 람사르 습지에 등록돼 국제적으로도 지질학적 보전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류현욱 문경시 환경보호과▶
"세계적인 습지로 지정됨에 따라 전 세계의 많은 유명한 학자와 외국인들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문경 돌리네 습지를 세계적인 생태 관광지 명소로···"
문경 돌리네 습지는 2024년 말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받은 후, 오는 2028년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등재에도 도전할 계획입니다.
MBC 뉴스 김경철입니다. (영상취재 최재훈)